세상에 심히 기이한 일이
서넛이 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공중의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자취와
반석 위로 기어 다니는 뱀의 자취,
바다로 지나다니는 배의 자취,
남자가 여자와 함께 한 자취이다.
이 땅에서 생활하며
한 가지 더 기이한 일이 있음을
체험하고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아내가 혼자 머리를 깎는 일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시간이 오래 도록
나오지 않으면 머리를 손질하는 중이다.
앞이며 옆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뒷머리까지 손질을 하는지
참으로 기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서 머리를 손질하던 아내가
어제는 내게 뒷머리를 깎아 달라며
부탁을 해온다.
그동안 한두 번 아내의 머리를
손질해 주었지만
영 아니다 싶어 내가 먼저 깎아 줄께 하는 말이
나오질 않았는데
이렇게 부탁을 해오는데
거절하기 그래서 바리깡을 잡았다.
물론 아내가 머리를 어떻게
깎을지 다 묶어 놓았기에
그곳만 바리깡으로 깎으면 되는 일이었다.
일명 투블럭이라는 모양으로...
떨리는 손을 진정하며
조금씩 바리깡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내가 자꾸만 과감하게
위에까지 깎으라며 지시를 하는 통에
애라 모르겠다 하고
위에까지 깎았는데
오 마이 갓!
영 밸런스가 맞지 않고 예쁘지 않아
얼마나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지 몰라
아무래도 미용실에 가서
다시 깎자 했는데 한사코 마다하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원래 투블럭이 이런거야! 하며 말이다.
그래도 자꾸만 아내의 뒤통수로
시선이 가는 이 죄책감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카페 게시글
석희 이야기
원래 투블럭이 이런거야!
노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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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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