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위에 하얀 우유 거품을 얹은 커피다. 카푸치노는 원래 이탈리아말로 고깔모자를 뜻한다.
재밌는 전설도 있다. 르네상스 운동 당시 기독교의 세속화에 맞선 움직임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게 수도회 운동이다.
특히 급진적 원칙주의자에 가까웠던 도미니크수도회가 유명했다.
대표적 인물인 지롤라모 사보나롤라는 1497년 피렌체에서 봉기를 일으켜 당대 정경유착의 화신이었던 메디치 가문을 몰아낸 뒤 사치품을 비롯해 책과 예술품을 죄다 불태웠다.
도미니크수도회 소속 사제들은 모두 남루한 복장에 고깔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여기에서 카푸치노라는 커피 종류가 등장했다고 한다.
우유로 만든 하얀 거품으로 커피색을 가리듯이, 고깔모자를 뒤집어썼으나 실상은 르네상스 운동을 궤멸시키는 고집불통이라는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
도미니크수도회가 급진파라면, 예수회는 이에 견줘 온건개혁파라 불림직하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도미니크수도회나 예수회 모두 기독교의 근본적 쇄신을 부르짖었으나 주된 공략 지점이 달랐다는 사실이다.
도미니크수도회는 말 그대로 ‘내부’ 개혁을 외치며 교황청에 정면으로 맞섰다.
대가는 가혹했다. 이들의 급진적 주장에 등을 돌린 피렌체 시민들의 분노를 활용한 교황청은 결국 사보나롤라를 화형시켜 버렸다.
이에 반해 예수회의 눈길은 ‘외부’로 향했다.
이들이 기독교를 개혁하는 방식은 교리의 가르침대로 청빈한 생활을 실천하되 ‘외부’에서 그 무대를 찾는 것이었다.
자연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채 서구 문명의 우수성을 ‘바깥세상’에 전하는 방식 말이다.
한 손엔 성경을, 다른 한 손엔 지구의를 들고 중국 땅을 밟은 마테오 리치가 대표적이다.
피사로와 함께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은 것도 예수회 교단이었다.
오늘날 예수회 교단이 유독 유럽 이외 지역에서 힘을 떨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현재 가톨릭 개혁의 목소리를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교단에 속하는 예수회 사제 출신이라는 점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