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31살이나 된 그저 평범하게 사는 한 남자입니다.
회사생활 힘드시죠?
아침에 일어나는 것, 만원버스 안에서 밀치락 들치락 손잡이 의지해가며 낑낑 서 있는 것,
피곤하지만 동료들 앞에서 웃거나 티내지 않는 것, 무료한 기분에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데 갈 수 없는 것,
...등 많은 이유로 인해 항상 기쁘지만은 않으실거에요.
저는 한국을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누구와도 연락없이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고 싶었죠. 제가 일본어는 좀 하는데 언제나 제 인생의 걸림돌인 것처럼 영어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고 선택권이 좁아지는 걸 느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보고 싶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만큼 멋진 곳에서 사진도 찍고
근사한 호텔에서 분위기도 내보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다 적으려면 하루가 모자랄 거에요.
늘상 그렇게 생각하며 회사를 다녔던 것 같습니다.
나이와 시선과 불안한 미래와 턱없이 부족한 배짱 덕에 생각만 하며 한숨으로 덮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점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로 바르다고 할 수 있으며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 자는 불행한 것인가 하구요.
군대 다녀오고 4년제 나온 남자나이 30살이면, 대충 회사생활 3~4년 차에 대리를 앞두거나 빠르면 이미 대리직급으로
불릴 나이죠. 결혼과도 가까운 나이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한참 진지한 소개팅으로도 바쁠 나이구요. 물론, 이미
결혼한 사람도 많겠죠.
그만큼, 30대 초반이 되면 뒤로 갈 수 없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 같아요.
이미 다 성장한 나이지만, 그래서 더욱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없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되는 상황 역시 이맘때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한 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혼자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형, 누나들과 얘기를 하고 동료들과 얘기를 하고 부모님과 얘기를 했죠.
그러나 사람 성격 다 다르듯, 의견 또한 다 달라서 오히려 더 갈등이 심화되는 거 같더라구요.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려고 했으니 괜히 머리만 아팠죠.
우여곡절 끝에 저는 지금 호주에 와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영어공부와 여행을 위해서죠. 제가 시드니에 있는데 여기서 만난 사람들 말고는 저를 아는 사람도 없구요.
3년차의 회사는 물론 그만두었죠. 대리를 약 1년 정도 앞두고 있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얼마 전에 블루 마운틴이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여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곳이에요.
정말 죽여준다는 표현이 제대로인 곳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호텔에서는 야간에 청소알바를 하고 있어서 그럴 상황이 아니네요.
나중에 여윳돈 좀 생기면 시드니에서 멀리 떨어진 유명한 관광명소로 여행가서 그 근처 호텔에서 분위기 한 번 내보려구요.
이제 40일쯤 됐는데, 아직 11개월이나 남아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설레임을 느끼는 중입니다.
제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거든요. 흔한 말로 막차 타고 온 거죠.
하지만,
알고 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직장을 잡고 누구나 하는 평범한 삶을 결국엔 살아내야 하는 것을.
그냥 제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 선물로 인해 분명 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아...
이런 글을 남기려고 한 건 아니였는데, 생각없이 시작된 글이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네요.
제가 직장인 게시판을 좋아하거든요. 여기 글 읽는 게 직장 다닐 때의 제 사소한 낙이였어서 오랜만에 들어온 건데 참...
연초 휴무 잘 보내고 계시죠?
호주도 오늘까지는 전제적으로 휴무라 덩달아 저도 학원휴무를 보내고 있어요.
내일 다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는데, 여기 글 보며 그 동안 잠깐 잊고 지낸 것을 생각하게 되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직장인 여러분들 힘드시겠지만, 새해인만큼 더더욱 화이팅하세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구요. ^^
첫댓글 가서 꼭 소중한 자신의 무엇을 찾아 오시길 빌어요 화이팅!!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힘내세요!
gday mate^^ 저랑 반대네요!! 전 호주서 3년 살고 이제 한국에서 입사 2개월차 수습사원입니다 ㅋㅋㅋ 호주 !! 또, 가고싶네요 아직 여자친구가 브리즈번에서 대학교 다녀서 갈 기회만 있다면 당장 갈려구요 !! 블루마운틴 참 좋지요 ^^ 시간 되시면... 타즈매니아에 꼭 가세요 !! 개인적으로 호주생활중 가장 아름다웠던곳이 타즈매니아 브루니 아일랜드입니다. 연말 하버브릿지 불꽃축제 재밌게 즐기셨나요? ㅋ 금년엔 블로그랑 유씨씨로 봤는데 예전에 오페라하우스에서 밟혀 죽을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ㅋㅋ
저도 호주에 2년 있었지만 참 그립네요 ^^ 후회하지 않도록 재밌게 즐기다 오세요~~ 살다보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길겁니다 ㅎㅎ
와!!!!!!!!!!!! 정말 멋지시네요!!!!ㅠ.ㅠ~~~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멋지신거같아요!!ㅋㅋㅋㅋ저는...장기간해외여행이......말레이시아 한달 다녀온거예요!!!ㅠ.ㅠㅋㅋㅋ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더니!!!(올해 꽃다운 23살!!! 으악) 또래친구들보다 일찍 자리잡아 좋은 점도 있지만, 해외 배낭여행 한번 못해본게 넘넘 아쉽네요!!! 저도 몇년지나고나서 님같은 그런 멋진 결심을 할 수 있을까나요??? 후후~~~ 여튼 멋지십니당^^*
힘들지만 멋진 결정인거같아요ㅡ!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번 선택이 미래를 밝히리라 믿습니다.
후회없는 선택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멋지십니다.
부럽습니다.
와 멋잇다 ㅠ
대단한 용기를 내셨네요. 다녀오시면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아, 멋지십니다. 부럽습니다.
전 올해 27살. 저도 워킹 준비중입니다. ㅎㅎ
결정이 참 쉽지 않더라구요. 가기전까지도 계속 고민을 할 것같아요. ㅎㅎ
님 돌아와서 직장 다시 잡는다는 보장있나요? ㅋㅋㅋㅋㅋ 무슨 생각으로 돌아오면 다시 평범한 삶을 사신다고 하는지...... 집구석에서 빈둥거리고 놀 수 있습니다 님이 한가하게 시간 때우고 있을때 지금 이시간에도 피터지게 일하는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니까요 ㅎㅎㅎㅎㅎ
용기 있으시네요^^
멋집니다
제가 지금 한창 고민하는 것에 대한 한 예시네요.. 저도 지금 대리 1년차 앞두고, 석사유학과 워홀을 생각 중이었어요.
부럽다...저도 이번 11월말하게 쿨하게 회사 관두고 여행 다녀왔는데 넘 좋더라고요!@@
그런데 호주에 계신 님은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거 같아요 ^^힘내시고요~!!잘될거예요.
다들 무모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만둘때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이해가 갑니다 화이팅
멋있네요~ 힘이나는 글. 마음이 따뜻해진 글이었습니다. 마음껏 즐기다 후회없이 돌아오세요~!
멋있습니다.....정말 멋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