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화폐 구매 ‘광클릭 전쟁’… “대기 1시간-인원 132만명”
고물가에 추석앞 구매자들 몰려… 13분만에 매진 등 15개구 95% 팔려
정부, 내년 관련 예산 배정 않기로 ‘10%할인 마지막 찬스’ 서두른듯
지자체들 전액삭감에 강력 반발… 김동연 “민생 어려움 가중시킬것”
경남-대구 “할인율 축소 운영 검토”
“예상 대기시간 1시간 이상, 대기인원 132만357명.”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강남구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판매가 시작된 1일 오후 3시 정각 서울페이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구매를 시도했지만 ‘현재 접속량이 많아 대기 중입니라’라는 문구와 함께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약 30분 동안 기다린 끝에 판매 페이지 접속에 성공했지만 막상 상품권을 사려고 하자 ‘모두 소진돼 판매가 종료됐다’고 했다. 이 씨는 “물가가 연일 치솟아 꼭 사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며 “2일은 직장이 있는 서울 종로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려 하는데 성공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1일 서울 각 자치구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판매가 시작되자 빨리 판매 시스템에 접속하려는 구매자들의 ‘광클릭’(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전쟁이 벌어졌다. 정부가 2023년 지역화폐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명절을 앞두고 ‘마지막 찬스’를 잡기 위해 구매를 서둘렀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 ‘마지막 기회’일까… 구매 서둘러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동작구 등 15개 자치구가 서울페이플러스 앱 등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했다. 성동구와 성북구 상품권이 판매 시작 13분 만에 매진되는 등 2090억 원 규모의 상품권 중 약 95%가 팔렸다. 서울 각 자치구의 지역사랑상품권은 구매자 1인당 최대 70만 원까지 10% 할인 금액에 살 수 있다.
다만 구별로 판매 시작시간을 달리해 접속자가 분산되면서 7월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당시와 같은 시스템 먹통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2일에는 마포구 등 10개구의 상품권 2700억 원어치가 판매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 씨(38)는 “내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우자와 함께 각자 한도까지 구매했다”고 했다.
○ 지자체 “국비 지원 재개해야”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6년 만에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 여건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만 23조 원 이상의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지역 경기를 부양하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도정 회의에서 “국비 전액 삭감은 소상공인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는 일단 지역화폐 발행액과 할인율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사라지면 발행액을 절반으로 줄이고, 할인율도 현재 10%에서 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도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의 할인율을 현행 10%에서 5%까지 낮춰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국비 지원이 없으면 시의 재정 부담이 커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화폐인 ‘광주상생카드’를 운영해 온 광주시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국비 예산이 확보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유채연 기자, 광주=이형주 기자, 창원=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