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6년근 홍삼' 타령만 하려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선임연구위원>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 인삼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위기의 요소가 '인삼의 동북공정'을 시도하는 중국으로부터만 연유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인삼의 종주국'을 자임하는 우리만 그 위기의 실상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이런 경우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의 가장 적확한 용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인삼은 고부가가치 농산물이자 전통의약품의 원료로서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인 동시에 건강증진과 외화획득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와 효도의 상징이자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전통문화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요컨대 오랫동안 한국인의 자긍심의 원천으로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려우나 세계의 전체 인삼생산량은 건삼 기준으로 1978년 3140톤이었으나 1985년 5321톤, 1990년 8694톤으로 조금씩 증가해 1993년에는 1만1039톤까지 늘어났고 현재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별 생산량은 1978년의 경우 한국 73.2%(2300톤), 중국 19.1%(600톤), 미국 6.4%(200톤)로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 1990년에는 한국이 52.8%(4590톤)을 차지하고 중국은 38.5%(3350톤), 미국과 캐나다가 각기 6.0% 및 2.7%를 차지해 우리나라의 시장 지배력은 다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우위만은 분명히 유지했다. 그러나 1993년 이후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과 캐나다의 약진으로 1997년에는 한국 30.2%(3065톤), 중국 47.5%(4880톤), 미국 15.1%(1532톤), 캐나다 7.3%(738톤)으로 이제까지 2000년 인삼의 역사에서 한국이 차지하던 우월적 지위는 일거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삼산업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는커녕 고려인삼의 명성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위태로워졌고, 나아가 언제 우리의 안방까지 미국, 캐나다 또는 중국의 인삼에 내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홍콩시장의 1/10~1/50만이 고려인삼의 몫 국제 인삼거래의 중심지인 홍콩의 2004년도 나라별 인삼수입 자료를 보면 '미국삼' 또는 '화기삼(花旗蔘)'이라고 부르는 캐나다와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8868만3000달러 어치로 78.3%(물량기준 92.8%)를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은 1180만9000달러로 10.4%(물량기준 2.2%)에 불과하다. 국제시장에 물량 기준으로는 50분의 1, 금액 기준으로는 10분의 1 정도만을 공급하는 마당에 '종주국'이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위의 경우는 재배삼을 얘기하는 것이고, 야생삼 분야로 가면 형편은 더욱 '무인지경'이다. 우리는 공식통계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전멸에 가깝기 때문이다. 같은 해 홍콩시장의 전체 수입량 가운데 99.9%인 2만7432kg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이를 액수로 보면 같은 해 미국이 홍콩에 수출한 재배삼 913만2000달러의 2배가 넘는 2120만4000달러나 된다.
홍콩시장에서의 변화상을 요약하면, 세계 인삼시장에서 그동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고려인삼이 퇴조한 반면 미국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과 야생삼이 고급 품목의 하나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대부분을 미국이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문제는 우리나라의 인삼수출이 줄어들고, 그 결과로 국제시장에서 고려인삼이 위축된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에 비해 세계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개발해 그것을 고급품으로 차별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거나 해외시장 개척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가 하면, 1975년에는 미국 야생삼을 <멸종위기동식물보호조약(CITES)>에 등록하고 수확과 유통 및 수출입을 철저히 관리하는 한편 야생삼과 비슷한 조건 속에서 생산되는 반야생삼(wild simulated ginseng)을 산업적으로 육성해 30∼40년의 짧은 기간에 동양삼의 아성을 거의 완벽하게 무너뜨리기에 이른 것이다.
이밖에도 저온진공건조기에서 냉동 건조한 '활성삼(活性參)'과 수삼을 선도유지제로 처리한 후 비닐포장 한 '보선삼(保鮮參)' 등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품들이다. 특히 야생삼과 같이 해발 700-800m의 산에다 묘삼을 심어 한두 번 이식한 후 12∼13년 만에 수확하는 '장뇌삼'은 웰빙과 건강기능성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1995년부터 관련법규를 강화해 <인삼가공제품품질등급표준>을 마련하고 뿌리삼은 엄격한 의약품 통제로 수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1999년 5월부터 수입의약품관리기관을 위생부에서 국가약품감독관리국으로 이관하고 <수입약품관리방법>을 제정하여 모든 수입뿌리삼은 26종의 서류를 갖추어 수입의약품등록을 해야만 수입유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밖에도 1998년 12월 국가질량기술감독국에서 <서양삼 가공품에 대한 품질규격>을 마련하고, 2002년 5월엔 길림 연길시에 국가인삼녹용제품품질감독검역센터( www.shenrong.org)를 설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인삼산업 발전을 위한 품질관리와 함께 표준화와 규격화, 제품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왕성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전매청을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이뤄져 오던 인삼산업육성계획의 수립과 추진 및 관리, 연구개발 등의 인삼 관련 업무가 근래에는 원형(原形) 인삼과 제품, 그리고 장뇌삼 업무를 각각 농림부와 보건복지부, 산림청이 각기 다른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제각기 추진하고 있다. '동북공정'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을 지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고사하고 산삼과 장뇌삼, 그리고 인삼제품을 포함한 인삼산업 전체의 실태 파악과 인삼 종주국으로서 위상정립을 위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인삼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출처: 홍삼과건강 원문보기 글쓴이: 신홍삼에버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