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경북여고 재경총동창회
 
 
 
카페 게시글
인터넷 동호회 제 2 라운드
35회 정금자 추천 0 조회 613 15.12.03 09:39 댓글 26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댓글
  • 작성자 15.12.14 21:20

    첫댓글 위의 사진은 저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던 방사선치료 기계입니다.

    책자에서 읽기에는 너무 두렵고 무서웠는데...

    원폭을 맞은 히로시마 느낌 일 것 같던 방사선 치료실도 의사 간호사가 제 방 드나들 듯 넘나들며 자유롭게 활동 하는 걸 보며 맘이 놓였습니다.

    선 후배님 여러분 건강 또 건강 하시기 빕니다.

  • 15.12.03 18:43

    언니 제2라운드로 표현하심이...
    언니가 얼마나 담담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심을 보여주시는것 같아 마음 든든하네요...맞아요..2라운드일 뿐이지요..
    지금은 수술하신지 얼마안되어서
    아무래도 자주피곤하시고 하시겠지만
    나머지 방사선받는 기간동안
    식사잘하시고...병원에서 시키는대로만
    잘 지키시면 언니말대로 내년봄에는
    날아다니실겁니다...
    언니 화이팅입니다...

  • 작성자 15.12.14 21:25

    극심한 피로감이 올 때마다 갓난아기 같이 약해진 제 모습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기초체력과 면역력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더군요.

    수술 후 한 달 만에 풀루샷을 맞고 그 밤을 진짜 독감하듯 앓은 적도 있었지요. 해마다 예방주사를 맞을 때 그저 따끔한 그것으로 끝났었는데...

    그래서 폐렴백신은 방사선 치료 후에 맞으려고 처방전을 그냥 간직하고 있지요. 별 것도 안 하는데 손톱 아래에 계속 까스라기가 돋고 조금만 허기가 져도 덜덜 떨리고...

    하루 하루 회복되면서 차츰 그런 증상들이 나아져갔어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침울하다를 반복하고, 나약해진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 했지요.

  • 15.12.04 00:16

    금자야 감사하게 느끼면서 ....큰 것에 비해 이만 한 것이 감사하다고 ...긍정적으로 살자.
    <주님 금자아우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 작성자 15.12.14 21:28

    언니!

    '빨리 빨리' 와 '찬찬히 찬찬히'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수술 끝나고 종양학 닥터(oncolloge doctor) 만나는데 2주 기다리고, 종양학 닥터가 지시한 방사선과 닥터 (radiation oncolloge ) 만나는데 또 2주 기다려야 하고... 숨 넘어가는 줄 알았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몸이 회복되고 영양을 섭취하고 다음 단계의 치료를 위한 준비가 되는 것이더군요.

    애초에 득병소식을 알았을 때 한국에 있는 자식들이 빨리 보험되는 우리나라에 와서 전신스캔 하여 다른 부위에 암이 있는지 체크하고, 뼈스캔도 하고 그러고는 5일만에 수술 하자길래 그냥 미국서 하겠다고 한 것이 잘 한 것 같습니다.

    천천히 멀리 가야지요.

  • 15.12.04 09:15

    언니 거기로 결정하신 건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대로 환자를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대우하는군요.
    이곳은 어떤가요.
    시장처럼 북적이는 대학병원의 의사는 냉정하고 권위적이어서 하고싶은 말도 시간제한에 걸려 하지 못합니다.
    오래 기다리는데 비해 면담하는 시간은 불과 1~2분에 불과하죠.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적수준이라고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언니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깊은 신앙심으로 베풀고 쌓은 공덕이 얼만데요.
    부처님께서도 언니를 햇살 같은 가피력으로 보살피실 겁니다.
    언니, 영양섭취와 보온에 힘 쓰시고 병원의 진료에 따르면 점점 더 좋아지실 겁니다.
    병원에 믿음이 갑니다.

  • 작성자 15.12.14 21:43

    Benjamin Rosenbluth 라는 쥬이쉬 방사선과 닥터는 첫 대면에 코메디언처럼 웃으며

    Congratulation! Now you are cancer free~

    라고 안심시키데요. 말을 그리하니 어찌나 가쁜하던지. 상처에 손을 댈 때마다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하고 친절이 몸에 배인 듯...

    20 여 년 전 언니가 유방암이 걸렸을 때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서울대 병원의 어느 의사선생님께 수술을 안 하면 어찌되냐고 언니가 물었더니 "안 하면 죽지요" 라고 퉁명스레 말하던 생각이 나는군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여기는 병원마다 우리 병원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고 써 놓았다더니 우선 사람부터 고쳐놓고 보는가 싶어요.

  • 작성자 15.12.14 21:56

    처음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나 간호사 그외의 정직원 외에 유니폼 슈츠를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수도 없이 복도의 모퉁이마다 체어에 앉아 있다가 병원 안내를 깍듯이 해주는 걸 보았지요.

    저도 모르게 아들더러 "이 병원 안 되겠다. 저렇게 많은 노친네들을 다 먹여 살리자면..."
    했더니 아들이
    "아이구 어머니 그분들 다 자원 봉사자라예!" 하는데 어찌나 자식한테 부끄럽던지요.

    친절과 봉사는 이곳 사람들의 기본 덕성이어서 어딜 가나 낯설지 않습니다.

    한 서무과 여직원은 제게 임시보험을 열어주며 키보드에 영문 타자를 하더니 번역기를 눌러

    " 당신은 강하다. 품위가 느껴진다 화이팅!"
    이라며 격려의 말을 전해 줬지요.

  • 15.12.04 13:22

    역시, 미국은 큰 나랍니다.
    사람답게 여유롭게 대우해주니 부럽습니다.
    언니의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서양인들도 우리처럼 느끼는가 봅니다.
    언니 저도 화이팅! 입니다.

  • 15.12.04 20:25

    MRI 기계와 비슷하네요. 소풍가듯이 놀이동산 가듯이 담담하게 대하는 태도가 투병이 아니라 함께 산책하는 것 같습니다. 의연한 태도가 어던 경지에 이른 분 같아요. 저도 체력 떨어진 경험 있어요. 몇년전 아팠을 때 링거 맞고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마루 걸레질 했는데 완전히 방전되어 눕고말았지요. 잘 먹고 운동하는것 밖에 없어요. 봄에 날아 오를 수있게.

  • 작성자 15.12.14 22:01

    아! 언니의 글이 너무 아름다와 가슴이 저리네요.

    압구정 살 때,
    결혼 시킨 딸이 신접살림 집에서 용인 구성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 적이 있었지요.

    처음으로 찾아 가 본 날 아침 일찍 비가 왔어요. 오전 11시쯤 비가 개이니 산속의 모든 새들이 다 나와 젖은 날개를 털고 지저귀며 날아오르기 시작했지요.

    마치,
    얘들아 비가 그치니 참 좋지? 하듯 두 날개를 접고 몸을 위로 솟구치며 비상하는 새, 두 날개를 쫙 펴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순회하며 창공을 선회하는 새, 딸네 아파트 뒷산은 흡사 잔치마당 같더군요.

    동호대교 아래 한강의 잔잔한 풍경만 보던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솟아오르는 생명력으로 가슴이 뛰었지요.

  • 작성자 15.12.05 00:28

    저는 흥분해서 두 팔을 양 겨드랑이에 착 붙이고 위로 튀어오르듯 뛰어오르며 딸네 집 뒷산의 노랑새를 흉내 냈지요.

    딸이 어찌나 웃어대던지...

    이 겨울이 끝나갈 무렵의 어느날 밤 저는 꿈을 꿀 것 이어요.

    잠결에 간지러워 눈을 뜨니 웅크리고 칩거하던 내 양 겨드랑이로부터 조그만 은색비늘 하나가 돋더니 그것이 점점 삐죽히 솟아올라 드디어 양 날개가 되는 꿈!

    저는 두 날개를 푸득푸득 움직여보다 재빠르게 솟구쳐 올라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창공으로 날아오를 것 입니다.

    새야! 내 안의 노랑새야~
    어서 꿈을 깨어나렴!

    그래서 날자꾸나 훠얼훨~
    저 산 높이 떠올라
    구름을 가르고
    바람을 가르며
    더 멀리
    더 높이
    비상하자꾸나

  • 15.12.05 16:26

    큰 맘고생과 수고 잘 이기시는군요. 곧 창공을 날아오를 것입니다. 알바트로스 처럼 ..~~~

  • 작성자 15.12.05 23:42

    와~ 거듭 거듭 나도 금지선배님의 내공을 따라 잡을 수가 없겠네요. 오래 전에 그걸 느꼈습니다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찾아 보았습니다.
    알바트로스!
    육지 한 번 밟지 않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면서 망망대해를 돌아다니는 알바트로스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진 새라고 하네요.

    저가 품은 것이 작은 노랑새의 알이라면 언니 가슴 속에 품어진 알은 활공의 명수 알바트로스의 알이라는 것을 알고 숙연해졌습니다.

    세계를 누비시며 더 크게, 더 넓게 , 더 멀리 해를 품으신 언니를 실눈을 뜨고 바라 봅니다. 눈이 부셔서요.

    93년도엔가 러시아에 가서 '닥터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페스테르나크'의 생가에서 느낀 경외감 같은...

  • 작성자 15.12.13 23:39

    <Korean Language Program>
    저가 다니는 Holyname Hospital 에는 코리언랭귀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인근의 여러 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을 위하여 한인 소셜워커가 있어서 영어가 부족한 분을 위하여 통역도 하고 수속 절차를 도와주기도 하며

    일 년에 한 번씩 체재 신분의 유형에 관계없이 무료 혈액검사를 통하여 건강상태를 알려주고 간단한 초음파며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무보험자라 하더라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하는 것도 도와주고.

    해마다 혈액검사 때는 길게 줄을 서서 보험이 없는 분들이 혈액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지요.

    아무튼 여러나라에서 이민 온 이민의 나라이니만큼 혜택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15.12.06 15:27

    항상 밝고 긍정적인 금자님^^
    마음이 그러하니 치료도 잘 되리라 믿습니다.
    방사선치료를 잘 받고 찬찬히 원기 회복하세요.
    어제 다녀온 백두대간 20구간 봉황산의 정기를 보냅니다 파이팅~

  • 작성자 15.12.14 00:20

    와!
    선배님 너무 멋집니다.

    쏴아~
    밀려오는 솔바람 소리
    푸슥푸슥
    솔바람에 실려오는 눈 가루
    볼에 와닿는
    싸아한 느낌
    볼과 손은 청아함으로
    팽팽히 조여오고
    가슴 속엔 봉황산의 정기가 휘몰아쳐
    정신 쇄락하여
    천기가 폐부로 들어와
    다시 자연으로 빠져나감을 거듭하니
    이고 있는 큰 하늘이
    휘몰아치는 바람이
    슴슴한 솔 향이
    구름 한 조각이
    젖은 안개와
    귓가를 때리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통채로 하나 되어
    도솔천으로 승천 하는가 싶습니다.

    성불 하소서!

  • 15.12.07 12:40

    협회 행사로 이틀 천안수련원을 다녀오느라 이제사 읽었습니다.드디어 방사선 치료에 들어가는 과정과
    금자님의 담담한 글을 읽으니 다소 안심이 되네요.모든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면 못해 낼 일이 없을 줄 압니다.나이가 들면서 자주 피로하고 기운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니 지치지
    않으려면 잘 먹어야합니다.영양이 충분해야 기운도 나니까요.치료를 위해 잘 먹고 힘내세요.화이팅!!

  • 작성자 15.12.14 22:08

    작품활동에 정진 하시는 언니의 예술혼을 본 받고 싶습니다.

    담담함이란 그저 긴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며 스스로 순응하려 함이 아닐른지요.

    어릴 적 정전으로 한밤 중에 전깃불이 나가면 성급히 좌충우돌 하지 않고 그냥 눈 못 보는이의 처지가 되어 어둠 속에 두 눈을 감고 다담 다담 육감으로 초 있는 곳을 찾아간다든가

    첫 수영 강습 때 수경을 쓰고서도 수중에서 눈을 꽉 감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래,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보자 라고 생각하며 눈을 천천히 뜨고 온몸의 긴장을 풀면 제절로 몸이 뜨듯이

    저에게 처한 어려움에 반작용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어려움의 등에 업혀 순행 하는 것이 더 슬기로울 것 같아서 이지요.

  • 15.12.09 23:16

    방사선 치료를 하는데도 준비과정이 면밀히 진행되는걸 보니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는게 느껴지네요.
    겨울동안 열심히 치료해서 병을 이겨내고 체력도 보강하고 내년봄에는 힘차게 비상하는
    새의 날개처름 푸르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꿈도 꾸어보아요.
    금자동생의 제2 라운드 우리가 응원할께요.화이팅!!

  • 작성자 15.12.14 21:19

    네 언니 감사 합니다.

    오늘 드디어 방사선 쬐일 자리 문신 하고 모의실험도 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정기적으로 같은 시각에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또 오늘 갑자기 닥터오피스에서 전화가 와서 고모와 언니가 유방암 환자였다는 페밀리 히스토리 때문에 다시 만날 날짜를 예약하라기에 혼비백산 했습니다.

    이제 와서 항암치료를 하랄까 봐서요.

    너무 놀라서 근 한 시간을 걱정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유전자 검사를 하겠다는 얘기더군요.

    어머니가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사망한 헐리웃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확인을 하고 멀쩡한 가슴을 수술 했다 하더니...

    인류의 의술이 이제 신의 영역을 넘보나 봅니다.

  • 작성자 15.12.14 21:15

    어저께부터 방사선 치료 (radiation therapy) 에 들어갔습니다. 모의치료와 거의 같았지요.

    광선이 뜨겁거나 따갑지도 않고 아무런 특별한 점이 없었으며 다만 자르르 하는 소리가 약 3~4 분 정도로 났었습니다.

    둥근 반사경 같은 기구로 얼굴 바로 위 20센티 정도의 거리에서 상처 쪽으로 한 번, 다시 옮겨서 옆 쪽에서 또 한 번 그렇게 소리가 났었지요.

    은은한 불빛과 함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유유히 떠 있는 천정의 사진은 지극히 평화로웠으며 잔잔한 팝송이 흐르고 있었지요.

    폐소 공포증이 있는 저는 애써 두려움을 없애고 편안한 생각을 하려 애썼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끝나는 데는 약 15분 정도가 걸린 것 같았습니다.

  • 작성자 15.12.14 21:13

    모든 것을 마치고 치료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는데 약간 어지럽고 속이 좀 울렁거렸습니다만 노멀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암이란 외부에서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매일 매일 생겨나는 수천개의 세포들이 면역 체계 상의 발란스가 깨어질 때 유전자의 변형으로 생기는 것이며

    특히 열에 약하기 때문에 강한 방사선을 쬐이면 몸 속의 정상적인 세포는 얼마후 다시 살아나지만 암세포는 DNA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재생하지 못하므로 치료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원리로
    평범한 일상 속의 인체에 강력한 빛을 쪼이니 약간 어지럽지만 차차 적응 되면 보통의 경우 일하다 와서 옷 갈아 입고 치료받고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 작성자 15.12.13 22:43

    오늘은 어지럽지도,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았습니다. 방사선도 암에 따라 강도에 따라 다른지 어떤 분들은 치료 2주 후부터 몹시 힘들다던데 조심해서 지켜 보겠습니다.

    내일은 직장에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달려온 큰 딸이 돌아가는 날 입니다.

    와서,
    온갖 일 다 하고 차몰고 다니며 관공서 일 도와주고 팔 맛사지 해주고 딸은 돌아 갑니다. 아기도 두고 예까지 왔는데 딸이 가고난 후에도 의연하게 멋지게 견뎌 낼 각오 입니다.

    오후엔 CDL (상업용) 라이센스 갱신을 위해 재직증명서와 백그라운드 조사용 지문 신청서를 받기 위해 두 달 여 만에 자파니스 스쿨에 갔지요. 빨리 회복하여 컴백하라며 학교에서 어찌나 반가워 하던지.

  • 작성자 15.12.13 11:39

    토요일은 방사선 치료를 안 하는 날 입니다. 어제 금요일에 가니 치료사들이 happy Friday 멋지게 보내라 하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바로 그 소리였나 봅니다.

    오늘과 내일 잘 먹고 쉬어야 다음 주 치료를 견디나 봅니다. 솔직히, 요즘처럼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잘 챙겨 먹은 적이 없었지요. 먹는 데는 별 신경 안쓰며 그저 대충 먹고 지냈는데...

    저녁을 먹고 아파트 단지 안 산책을 하다 산토끼를 보았습니다. 온난한 겨울에 오동통 하니 살이 쪘더군요. 하얀 집토끼와 달리 브라운 색의 털에 자그마한 두 귀가 귀여운 산토끼는 화단 아래나 큰 나무들 밑에서 자주 봅니다. 어찌나 빠르게 달리던지 먼 데서 보면 나르는 것 같지요.

  • 작성자 15.12.19 21:31

    새벽 다섯시 반 무렵이면 언제나 잠이 깹니다.

    요즘은 출근을 안 하니 커튼을 젖히고 창밖의 어둠을 응시 합니다. 짓푸른 여명의 어둠 속에서 아주 미미한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지요.

    하얀 고양이나 산토끼 두 마리, 때로는 아기 스컹크도 봅니다.

    서쪽 하늘엔 가장 빛나는 별인 샛별 (금성)과 그 다음 밝기의 목성이 서로 멀리 또 때로 가까이 떠서 신의 음성을 전해 줍니다.

    홀로
    암과 싸우며
    시간을 쪼개는 저에게

    멀리서
    날아오는 튼실한 연줄의 연도 수 백 개나 됩니다.

    소리없이 보내주시는 동문님들의 성원이 그것 이지요.

    그 연의 끈과 맞닿을 때
    한 줄기 맑고 쇄락한 새 힘이 수혈되어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