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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08
S#1. 대극장 분장실 / 낮
아동극용 대도구, 소도구 캐릭터 인형 가면들을 구경하는 영지, 그 옆의 준우.
영지 : 요즘은 쥐구멍에 볕뜰 날을 기다리는 생쥐의 일기를 쓰고 있어요.
그 생쥐는요... 누군가를 혼자 사랑하기도 하구, 하루는 절망하고 하루는 욕심내고.... 정신없이 살고 있죠.
준우 : 영지씨는 나이에 비해서 많이 어른같애.
영지 : 원래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 좀.... (하다가 말을 멈추는)
준우 : 고생 많이 했어요 영지씨?
영지 : . . . . .
준우 : 영지씨 대학 때 전공은 뭐였어요? 국문학? 영문학?
영지 : . . . .저 대학 안나왔어요.
준우 : . . . . . .
영지 : (어깨 으쓱하며) 뭐 앞으로 가면 돼죠. 공부하고 싶은 건 아주 많아요.
준우 : 영지씨 고등학교때 반항아였구나. 제도권 교육을 답답해 하고... 괜히 선생님한테 대들고 헤비메탈 음악 듣고 그랬죠?
영지 : . . . .
준우 : 얌전하게 생기셨는데 또 다른 면이 있었네.
영지 : 그게 아니구요....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갔어요.
준우 : . . .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얼음과 같은 침묵.
준우, 무슨 말로 다음을 이어야할까 생각나지 않아 어색하게 굳어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E) : 핸드폰 벨
영지 : 전화 오쟎아요.
S#2. 준우네 거실 / 낮
준우 아버지,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있다. 통화중인.
준우부 : 오늘 정아미 선생이랑 늬 엄마가 저녁약속 잡은 것 같던데 너도 왔으면 해서.
S#3. 아트센터 일각 / 낮
준우 : 저는 오늘 못가요 아버지.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 .
아미(E) : 준우씨 부모님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영지 : . . . . .(감동). . . .
준우 : 어쨌든 오늘은 일이 있어요, 죄송합니다. (전화끓는데)
영지 : 중요한 일이면 가보세요.
준우 : 아니예요. 영지씨랑 선약을 했는데 어떻게 깨요.
영지 : . . . .(미소). . .
준우 : 영지씨, 잠깐 자료실에서 책 좀 보고 있을래요? 아님 옆의 스포츠 센터에서 혼자 놀던가...
나 일 좀 정리하구 우리 6시에 정문에서 만나요.
영지 : 좋아요.
S#4. 스포츠센터 실내농구장
영지, 신나서 뛰어다닌다. 농구공으로 혼자 드리블, 중거리 슛도 쏘고, 계속 골대를 맞고 나와도 신나는 표정.
골 들어갔다. 예스! 골인! 소리도 지르고 혼자 박수치고 발 구르고. 스탠드를 향해 손 흔들고 키스 날리며 뛰어다니고.
영지(E) : 생쥐의 일기 오늘의 제목, 순정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한 순간의 꿈이다, 애쓰지도 말아라. 슬픈 꿈은 깨고 나서도 힘들어, 꾸지 마라 생쥐야.
하지만 아버지, 세상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희망이 있었어요.
S#5.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문을 닫고 들어온다.
준우 :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가? 정말인거야... 날 떠 볼려고 저러는 거야....
플래쉬백-- 6부 응급실, 달구의 모습.
준우 : 그 때 그 아버지. . .심란하긴 하던데..... 설마. . .그렇게까진....아니겠지. . .
S#6. 스포츠센터 실내농구장
영지, 준우의 심란함도 모른 채 마냥 신났다. 계속 뛰어다니고 구르고 ....
영지(E) : 나는 오늘 희망을 봤어요. 순정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일 그 남자. 내 쥐구멍에 햇살 들게 한 그 남자,
오늘밤에 고백하고 싶어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은 내 인생의 슬픈 꿈이 아니죠?
혼자 빙글빙글 돌며 돌아다니다 어지러워 털썩 쓰러진다. 웃는다.
영지 : 나 어떡해. . . 정말 사랑에 빠진 것 같어. . . (데굴데굴 구르며) 아흐. . .모올라. . .
(E) : 핸드폰벨
영지 : (발신자보며) ??
S#7. 아트센터 내 카페
준미, 독이 잔뜩 오른 벌처럼 앉아있다. 영지, 들어선다.
준미 : 여깁니다.
영지 : (다가와서 앉는다. 긴장해 있다) .....안녕하세요.
준미 : 나 기억나죠?
영지 : . .(공손). . . 네.
준미 : 아트센터 오픈 때 본 거 말고, 그 이전에 아주 한참 오래전에.... 그 어느 날 밤에. . .
영지 : 네, 기억 납니다. 제가 대리운전 해드렸쟎아요.
준미 : 좋아요. 대화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먼저 내 소개를 하죠. 저는 김준미고, 여기 기획홍보팀에서 일해요.
영지 : 저는 서영지라고 합니다.
준미 : 부원장 김준우가 내 친오빠예요. 그것도 아시나요?
영지 : .... 네.
준미 : 우리 오빠도 대리운전으로 만난 건 아니겠죠?
영지 : . . . .아닙니다.
준미 :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할께요. 댁하고 우리 오빠는 안어울려요. 오빠랑 만나지 마세요.
영지 : . . . . .
준미 : 아셨어요?
영지 : . . . .저 김준우 부원장님 좋아하고 있거든요.
준미 : !! (잠시 어이없어 하다가). . .좋아한다고 다는 아니죠. 좋아해서가 무조건 이유고 해답이 될 순 없어요.
영지 : . . . . .
준미 : 우리 엄마 아빠 기절하시기 전에 얼른 오빠한테서 떨어져요.
영지 :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준미 :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봐주죠.
영지 : . .좋아하는 마음 없앨려고 노력했는데 안됐어요.
제 마음은 제껀데, 그 속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서 제 뜻대로 안돼네요.
준미 : 얘가 진짜 점쟎게 타일러선 안되겠네. 더 심한 소리 나오기 전에 안 만나겠다고 대답하세요.
댁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우리 오빠를 넘보십니까?
영지 : . . . . .
준미 : 한번만 더 만나봐요, 그땐 정말 가만 안둬. (일어서는데)
영지 : 남편 놔두고 다른 남자 만나시는 분이, 저한테 사랑에 대해서 충고를 하시는 거예요?
준미 : 어머. . .어머. . .(털썩 주저앉는)
영지 : 그 날 애인이랑 같이 차 타셨던거, 집 앞에 내려서 남편 팔짱 끼고 들어가시던거... 제가 다 기억하거든요.
<영지 대사때 1부 준미와 애인, 남편씬이 짧게 쓰쳐도 좋겠고>
준미 : 그래서, 지금 날 협박하는거예요?
영지 : 좀 봐주세요. 저 부원장님 정말 좋아해요.
준미 : 그럼 계속 우리 오빠를 만나겠단 거예요?
영지 : 좋은걸 어떡해요. 저 김준우 부원장님 많이 좋아해요. 매일 보고 싶고, 손도 잡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어요.
준미 : 돌았구나....
영지 : 다시는 저 불러서 이런 얘기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구....
준미 : 그리구?
영지 : 바람도 피우지 마세요. 그게 뭡니까?
영지, 당차게 내뱉고 나간다. 준미, 말문이 막혀 파들파들 떨다가.
준미 : 앙큼한 것..... 두고 봐. . . . (주먹 꽉 쥐며) 넌 이제 죽었어!
S#8.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챠트보며 앉아있다. 이문, 들어온다.
이문 : 오늘 우리 회식 있는거 알지?
아미 : 회식?
이문 : 최실장 생일이쟎아.
아미 : 아, 맞다. 깜빡하고 있었네...
이문 : 저녁에 어디갈까?
아미 : 어떡하지... 나 오늘 준우씨 부모님이랑 저녁약속을 했는데....
이문 : 최실장이 섭섭해 하겠는데....
아미 : 근사한 선물로 일단 마음을 달래줘야겠네. (전화기 들다가) 아, 이원장 이름으로 이벤트 주문 하나만 해줘.
이문 : 내 이름으루?
아미 : 응, 내 이름대면 아마 멤버 하나가 안오겠다고 할지도 몰라.
S#9. 성월 사무실 / 낮
성월, 전화받고 있다. 메모하는.
성월 : 정앤리 클리닉, 최은실 실장님 생일이요... 전화주시는 분은 이문 원장님이시구요...
네. 축하메세지는 지금 메일로 날려주시구요, 그럼 다섯시까지 가겠습니다. (끓고)
영구 : 오늘 무슨 날인가? 생일 맞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대요?
성월 : 안되겠다. 다섯시 여섯시에 세탕이나 있어. 각개전투로 들어가야겠는데.
도경, 입술 까칠해서 쇼파에 누워있다.
성월 : 야, 지금 들어온건 너 혼자 갔다와. 강남역이래, 너 강남 좋아하쟎아.
도경 : 나 아까보다 더 심해.
영구 : 진짜 아파요?
도경 : 당신 누나가 대걸레질만 안했어도 이렇진 않지. 더 심해졌어.
영구 : 엄살 피우지 말고 빨랑 일어나요.
도경 : 날 죽여라 이놈들아...
S#10. 수술실
아미, 수술중이다. 간호사, 옆에서 아미 이마의 땀 닦아준다.
S#11. 정앤리 클리닉
수술실에서 아미 나오는데 축하공연으로 떠들썩하다. 도경, 춤추고 있다.
생일맞은 실장, 머리에 원통형 생일모자 쓰고 있고 다른 간호사와 이문, 도경의 춤에 박수장단 맞춰준다.
도경, 달라붙는 민소매 티에 힙합바지. 음악에 맞춰 힙합을 추고 있다.
얼굴엔 땀. . . 메탈소재의 목걸이와 팔찌, 흔들리며 섹시해 보인다. 도경의 춤 솜씨, 근사하다.
아미 : . . . . .(달리 보이네 싶은.... 묘한 끌림)
아미 얼굴에 스치는 플래쉬백 --
대형마트에서의 도경, 커피집에서의 도경, 밸리댄스 연습실에서 놀라 사래 걸리던 도경....
아미 : . . . . .
도경, 식은 땀이 난다. 몸이 안좋다. 앞이 가물가물.... 이를 악물고 춤추며 턴을 하다가 펄썩 쓰러진다.
아미 : . . . .도경씨!
아미, 도경에게 다가가 흔들어보는데 도경, 아미 목소리가 웅웅 울려들리고 얼굴이 흐릿하니 흔들려 잘 안 보인다.
S#12. 입원실 / 밤
도경, 링거 꽂고 누워있다. 정신이 드는 듯 눈을 뜬다. 일어나는데 링거 줄이 땡긴다.
도경 : 윽!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 정신 드셨어요?
도경 : . . .내가 왜 이러구 있죠?
간호사 : 아까 춤추다가 쓰러지셨어요. 좀 더 누워계세요. 링거 다 들어가려면 삼 사십분 더 있어야 할꺼예요.
도경 : . . . .아흐. . . .(팍 눕는데)
간호사 : 그럼 좀 더 쉬세요. (나가려는데)
도경 : 저기요,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간호사 : 네.
도경 : 나 돌솥비빔밥 하나만 시켜주세요.
간호사 : . . . . ?
도경 : 나 배고파서 그런데 영양 돌솥 하나만 시켜달라구요.
간호사 : . . 네, 알겠습니다. (나가는데)
도경 : 아 그리고 나 지금 돈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시켜 주세요.
S#13. 아미 진료실
아미, 깔깔 웃는다.
아미 : 특 영양 돌솥으로 시켜드려요.
간호사 : 네.
S#14. 입원실
사각 쟁반에 놓여 호텔 한식당에서 온 듯한 고급 돌솥밥 정식 도경 앞에 놓여있다.
도경, 신나서 입이 벌어지고. 지글지글 소리나는 돌솥밥. 도경, 열심히 밥을 비빈다.
도경 : 우와. . .밤이랑 은행도 있네. . . .진짜 영양돌솥밥인가봐...
도경, 후후 불어가며 신나게 밥 먹는다. 김치도 쭉쭉 찢어서 먹고 고추도 한입 베어물고.
아미, 오렌지 쥬스병 들고 들어오는데 도경, 아미가 들어온 줄 모르고.
도경 : (혼자 샐룩샐룩 춤추며) 밥먹으니까 힘난다, 밥 먹으니까 좋다.
아미 : . . . . .
도경 : 와... 고기도 엄청 많어! 우리 동네 분식집 3천5백원 짜리랑은 질적으로 틀리다니깐. (한입 떠먹고) 음... 죽어 죽어....
아미 : (미소...) 하나 더 시켜줄까요?
도경 : (놀라) 어?! 여긴 웬일이세요?
아미 : 내가 일하는 병원이예요.
도경 : 여기가요?
아미 : 네. (침상에 걸터앉으며) 자요, 쥬스도 드세요.
도경 : 이렇게 빵빵한 병원에서 일하시는 줄 몰랐어요. 정앤리 클리닉이면 요즘 젤 잘나가는 성형외과쟎아요.
아미 : 남들이 그렇다고 하대요.
도경 : 어쩐지.... 처음 뵜을때부터 머리 뒤에서 후광이 비치시더라니....
아미 : (링거 병 보며) 이제 거의 다 들어갔네요.
도경 : 폐 끼쳐서 죄송해요. 다음에 제가 한번 쏠께요.
아미 : 쏘면 제가 꼭 받아야하나요?
도경 : 그럼요, 제 성의가 있는데. 제가 원래 디게 바쁜 사람이거든요... 아시죠? 금융쪽에서 일하는거.
요즘 잠깐 진로를 바꿔볼까하구 쉬고 있는데요..
아미 : . . . .(논다 놀아.... 귀여운 자식). . . .
도경 : 아는 선배가 이벤트 회사를 하는데 그냥 도와달라 도와달라 노래를 불러가지고 제가 잠깐만 거들어 주고 있는거예요.
아미 : 누가 물어봤어요?
도경 : . . . . .(벌쭘...)
아미 : 밥이나 먹어요.
S#15. 아미 진료실
어린 애처럼 이것저것 들춰보고 구경하는 도경. 아미는 가운 벗고 퇴근 준비하는중.
도경 : 우와.... 병원도 이쁘고 엄청 좋으네요... 어? 이건 또 뭐야... 디게 신기하네...
테이블에 놓인 파일 들쳐본다. 잡지에 난 아미 인터뷰, 예쁜 사진이 보인다.
한면 가득 아미 웃는 사진과 함께 ‘지성과 미모의 인기 성형전문의 정아미’ 란 타이틀.
도경 : 와... 멋지다. . .
아미 : 아까 춤 잘추시대요. 어디서 배웠어요?
도경 : 춤이요.... 뭐 그냥. . . .
아미 : 우리 병원 식구들 생일마다, 와서 축하공연 해주세요.
도경 : 저 바쁜 사람이라니깐요. 불쌍한 선배 잠깐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
아미 : 오늘 고마워요. 제가 저녁 대접이라도 하고 싶은데 뭐 돌솥비빔밥도 드셨겠다...
도경 : 아뇨, 또 먹을 수 있습니다. 사주세요.
아미 :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또 뵈요! (나간다)
도경 : (잡지 인터뷰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파일에서 샥 꺼낸다)
S#16. 정앤리 클리닉 앞 / 밤
걸어나오는 도경.
도경 : . . .드디어 나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뒤돌아보는 도경.
도경 : 정아미! 당신은 날 남자 신데렐라로 만들 수 있어! 나는 당신을 잡을꺼야. (주먹 쥐며) 반드시!
S#17. 한식집 / 밤
삼청동 두가헌 같은 한옥 와인바. 한옥 마당으로 아미, 상기된 표정으로 뛰어들어온다.
창가에 준우 부모 앉아있는게 보인다. 애교 스럽게 손흔들며 꾸벅 인사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아미 : 먼저 와서 기다릴려구 막 뛰어왔는데. . .
준우모 : 괜챦아요, 우리가 10분 일찍 도착했어.
아미 : 준우씨는 못오신대요?
준우부 : 오늘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봐요.
아미 : 네에. . . . 섭섭하네요.
준우부 : 이따 일 끝나는대로 잠깐 들리라고 해보지 뭐.
S#18. 타이 레스토랑 / 밤
준우, 영지 저녁먹고 있다. 똠양꿍과 파인애플 밥을 먹는 두 사람.
영지 : (스프를 가리키며) 똠양꿍! 발음하기도 어렵네.. 이거 맛있네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준우 : 많이 드세요.
영지 : 타이 레스토랑 오니까 타이 맛사지 받던 생각이 나네요.
준우 : 그때만해도 서영지가 아니라 가짜 정아미셨쟎아요.
영지 : (푹 웃는) 그 때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준우 : 정아미씨가 시킨다고 또 들어주는건 뭡니까.
영지 : 그렇게 안나왔으면 제가 부원장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어요.
준우 : 그런게 어딨어요. 인연이면 언제 어디서라도 만나는거죠.
영지 : 그러게요. (미소)
두 사람, 다시 식사하는.
준우, 영지를 물끄러미 본다.
준우(E) :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간 게 정말이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영지, 먹다가 준우를 본다. 눈 마주치자 웃는다.
준우 : 동생 일은 잘 해결됐어요?
영지 : 친구들끼리 술먹다 싸운건데요 뭐... 잘 얘기가 됐나봐요.
준우 : 아버님 성격이 꽤 시원시원하신 것 같던데.
영지(E) : . . .뭐가 궁금해서 이러는거지. . . 무슨 말을 할려구....
영지 : 네, 좀 재밌으시죠.
두 사람, 서로 웃으며 식사하고 ‘피클도 맛있죠?’ 하는 대사도 해 가면서.
준우(E) : 이쯤에서 먼저 집안 얘기를 좀 해주면 좋겠구만. . .
영지(E) : 여동생이 혹시 뭐라고 일러바쳤나? 왜 갑자기 아버지 얘기는 꺼내지?
준우(E) : 사내자식이 추하다 추해. 쪼잔하게 굴지말자, 김준우...
준우 : 저녁먹고 영화 하나 볼까요? 요새 뭐 보고 싶은거 없어요?
영지 : (생각하는) 음. . .몇개 있었는데. . . .
(E) : 핸드폰 벨
S#19. 아트센터 일각 / 밤
가방 메고 퇴근하는 길의 준미. 자동차 키 들고 나오며 통화중.
준미 : 엄마가 오빠 수배해 보랬어. 지금 정아미씨랑 식사중인데 늦게라도 잠깐 오래.
준우(F) : 오늘은 힘들어.
준미 : 또 걔랑 같이 있어?
준우(F) : 알꺼 없어.
준미 : 이따 안가면 오늘밤에 엄마 아빠한테 다 불어버릴꺼야. 알아서 해.
S#20. 타이 레스토랑 / 밤
준우, 굳은 얼굴로 전화끓는다.
영지 : 무슨 전화예요?
준우 : . . .갑자기 일이 좀 생겼어요... 영화는 다음에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미안해요.
영지 : . . . . .
S#21. 거 리 / 밤
와서 서는 준우의 차.
준우 : 집 앞까지 가자니까.
영지 : 차 돌리기 힘들어요. 여기서 내릴께요.
준우 : 오늘 정말 미안해요.
영지 : 아니예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내리고 손 흔든다)
준우, 차를 출발시켜 가는데 얼마 가지 않아 꽃 파는 트럭이 나온다.
준우 : 장미꽃 스무 송이만 주실래요?
S#22. 영지네 동네 / 밤
장미꽃 들고 뛰어오는 준우.
준우 : . . . 이상하다. . .멀리 못 갔을텐데. . . .
준우, 이리저리 보며 걸어가는데 저만치에서 시끄러운 소리 들린다. 다가가 보면 달구, 어떤 남자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다.
준우 : ?? 저 분은. . . .??
달구,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고 영지, 달구와 싸우는 남자를 떼어놓으려고 가운데서 용을 쓴다.
달구 : 너 이 자식! 니 인간성 드러운건 작년 섣달 그믐날 목욕탕에서부터 알아봤어, 자식아.
등 좀 밀어달라니까 못 들은 척, 자빠져 자는 척이나 하고.
영지 : 아버지 요새 좀 잠잠하더니 왜 또 이래요.
달구 : 아니 이 자식이 날 도둑이야. 나랑 내기 고스톱을 한판 쳤는데 내 돈을 홀랑 다 털어먹었쟎니.
남자 : 아니 점에 십원 치다가 아저씨가 백원으로 올리재서 그렇게 쳤쟎아요.
달구 : 니가 사기 칠 줄 내가 알았니?
남자 : 사기는 내가 무슨 사기를 쳐요. 옆에 있던 사람들도 다 같이 봤구만. (주위에) 아줌마, 내가 사기쳤어? 아니지? 봤지?
달구 : 선량한 시민 매수하지마, 자샤!
영지 : 아버지 그만 좀 해요! 아저씨, 죄송합니다.
준우, 나설 수도 없고 그냥 보고 있자니 민망하고....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안절부절 왔다갔다. . .
달구 : 내 돈 내 놔.
남자 : 개평 드렸쟎아요. 8천원이나 드렸구만.
달구 : 나머지 2만원도 내놔.
남자 : 이 아저씨가 진짜....
달구 : 안 그럼 너 사기도박으로 고발한다. 영지야, 너 빨리 112 눌러라.
영지 : 아버지... 그만 해요. 집에 가자. 응?
남자 : 아이구 자, 옛수! (2만원 영지손에 탁 놓아주며) 딸이 벌어서 먹고 사는 거 동네사람이 다 아는데 내가 불쌍해서 준다.
준우 : . . . .?!
달구 : 뭐야? 이 자식이 . . . . . .
달구, 아픈 데를 건드리자 팽하고 달려들어 남자를 때린다.
사람 들 뜯어 말리고 영지, 달구를 간신히 잡아 떼내 언덕길로 올라간다.
준우 : . . . . .
꽃다발 들고 난감하게 서 있던 준우, 영지가 달구가 올라간 길로 따라올라가는데서!
S#23. 영지네 동네 / 밤
영지, 달구의 팔을 끌고 올라간다.
준우, 영지부녀 뒤로 거리를 두고 따라가며 계속 놀랍다는 듯 동네를 둘러본다.
준우 : (둘러보며) 뭐야.... 차도 들어 올 수 없는 동네 아냐. . . . (따라 가고)
달구, 영지가 아무 말이 없으니까 괜히 신경쓰인다. 영지 눈치보다가
달구 : 미안하다. 저 자식 사기치지 않은거 나도 아는데 2만원 뺏긴 게 너무 가슴아파서 그랬어.
니가 그 2만원 벌라구 정아미 선생 집에서 얼마나 열심히 걸레질을 해대겠냐.
준우 : . . . (담벼락에 숨어서)....!
영지 : 아버지, 한마디도 하지 마세요. 나 지금 기분 너무 안좋아.
준우, 놀랍고 굳은 표정으로 계속 두 사람을 따라간다.
S#24. 영지네 집 / 밤
영지와 달구, 집으로 들어간다.
준우, 영지네 집 앞에 멈춰선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유리창 깨지며 아랫집에서 부부싸움 하는 소리 들린다.
‘야 이 미친놈아, 이날 입때 니가 돈을 한번 벌어왔냐 니까짓 게 무슨 남편이라구...’
‘그 놈의 돈타령, 제발 그만 좀 해 이 웬수야’ ‘나가죽어!’
준우 : . . . (집 앞에 서서 망연자실) . . . 정말 여기서 사는거야? 무슨 봉사활동을 하는건 아닐까?
달구(E) : 영민이 너는 아버지가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냐.
영민(E) : 아까 분식집 아저씨랑 싸우는거 봤어. 쪽팔려 죽겠어 진짜.
영지(E) : 영구는 아직 안 왔니?
영민(E) : 몰라, 말시키지마.
준우, 망연자실 서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달구(E) : 밖에 누구냐. 영구냐?
준우 : ! (놀람.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찾는다. 허둥지둥. 꽃다발 툭 떨군다)
달구(E) : 당장 들어와, 이눔의 시키. 일찍와서 방청소라도 해놓지 않구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녀!
걸어오다 대야에 발 걸려 부딪히는 소리난다. 준우, 얼른 핸드폰을 끄고 주춤거리다 달아난다.
잠시 후 영지, 대문을 열어본다.
영지 : 영구 아닌데.... (마당을 향해)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
(들어가려다 아래로 시선, 장미꽃다발이 떨어져 있다. 집어든다. 주위를 둘러보며) ??
S#25. 영지네 동네 / 밤
정신 없는 듯 언덕길을 내려오는 준우.
준우 : . . . .말도 안돼. .
슬퍼 보이는 준우의 눈빛.
S#26. 삼청동 두가헌 / 밤
웃음소리 흘러나온다. 한옥식 갤러리겸 와인 바. 준우 부모와 아미, 모두 즐겁게 취해 깔깔 웃고 있다.
준우부 : 그 친구, 7번 홀에서 잔뜩 힘을 주고 친다는게 그만 드라이 버까지 같이 날아간거야.
아미 : (웃으며) 상상만 해도 너무 웃겨요, 아버님.
준우모 : 골프해요?
아미 : 연습장만 좀 다녔어요.
준우모 : 아직 머리는 안올리구?
아미 : 네, 아직이요.
준우모 : 우리가 올려주면 되겠네. 여보, 우리 정원장이랑 휴일에 시간 한번 맞춰봐요.
준우부 : 사람 참.... 우리랑 같이 나가고 싶은지 묻지도 않고....
아미 : 저야 좋죠, 아버님. 휴일엔 진료 없으니까요, 두 분 편한 시간으로 아무 때나 잡아주세요.
준우모 : 여보, 우리 정원장 의사치곤 너무 미인아니예요?
아미 : 어머, 어머님이야말로 진짜 미인이시죠.
준우부 : 두 사람 오늘 많이 취했구만. (잔 들며) 자, 좀 더 마셔요. 나까지 미남으로 보이게.
세 사람 잔 부딪히며 또 깔깔 웃는다.
그들의 웃음속으로 준우, 들어온다.
아미 : 어? (애교) 준우씨. . . .
준우부 : 어, 왔니. 오늘 우리 기분좋게 한잔 했다.
준우모 :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네.
아미 : 저두요, 어머니. 계속 웃어서 얼굴이 다 얼얼해요.
준우부 : 너두 한잔 할래?
준우 : 아뇨, 전 됐습니다.
아미 : 어머님 아버님이랑 골프 가기로 했어요. 준우씨도 같이 가요.
준우모 : 쟤는 프로급이예요.
아미 : 정말요? 준우씨 정말 멋지다.
준우 : 프로는요..... 괜히 그러시는거예요.
준우부 : 조만간 넷이 한번 나가지.
아미 : 좋아요, 아버님.
준우부 : 한잔 더 하겠어요?
아미 : 제가 먼저 따라 드릴께요.
아미, 준우 부 와인잔에 와인을 따른다.
준우, 아미를 본다. 화려하고 이쁘다.
S#27. 영지네 마당 / 밤
영민, 책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와 바락바락 소리지른다.
영민이 든 두꺼운 참고서, 책 위에 뜨거운 냄비를 얹어놓았던 것처럼 누렇게 그을리고 뒤틀려있다.
영민 : 누가 내 책 위에다 냄비 올려놨어! 언니가 이랬어?
영지, 평상에 앉아 빨래 개고 있다. 여름이불(또는 이불커버)을 접어개는데.
영지 : 아니.
영민 : 그럼 누구야. 아버지야, 오빠야.
영구,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영민 : (들이대며) 이거 오빠가 그랬지? 그치?
영구 : . . . .흠. . .아까 라면 먹다가... 야 요즘 책들 왜 그렇게 약하냐.
영민 : 야, 이게 얼마짜리 책인데. (책으로 영구 때리며) 물어내 물어 내.
영구 : 아야 아야! 야, 그런다고 이렇게 때리냐. 아아... 야, 진짜 아퍼..
영민 : 언니, 나 이 책 새로 사줘. 이런 책으로 부정타서 공부 못해.
영지 : (화를 버럭) 2만원 짜리 책을 어떻게 또 사줘.
두 사람 계속 투닥거리며 장난 아니게 싸우는.
영민 : (계속 때리며) 이게 얼만데.... 돈 내놔, 돈 내놔, 물어 내, 물어 내...
영구 : 하이고...공부 좀 한다고 유세는....
영민 : 물어내 빨랑.
영구 : (피하고 맞다가 화가 바락난다) 좋았어, 물어주지. (영민 팔을 문다)
영민 : 으아악....
영지 : 이것들을 그냥!
영지, 이불을 들고 달려나가 두 사람을 덮어버린다. 이불 안에서도 싸우느라 들썩들썩 하는 영구와 영민,
영지 이불 위로 두 사람을 막 때린다. 아수라장이다.
S#28. 거 리 / 밤
기사, 차 앞에 서 있고 준우 부, 준우모 아미와 인사하는.
준우부 : 오늘 즐거웠어요. 조만간 또 봅시다.
아미 : 네 아버님, 저녁 맛있게 잘 먹었구요. 저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준우모 : 넌 잘 모셔다 드리고 와.
준우 : 네.
준우 부, 모 차에 탄다. 아미, 허리 굽혀 공손하게 인사하는.
아미 : 들어가세요.
S#29. 도 로 / 밤
달리는 차. 운전하는 준우.
준우 : 술 마실 꺼 어떻게 알고 차를 안 가져 오셨네요.
아미 : 어른들이랑 저녁먹는데 술 주시면 받는게 예뻐보이쟎아요.
준우 : 그런 것 까지 생각하고 다니세요?
아미 : 그럼요. 참, 영지씨는 잘 다녀갔어요?
준우 : 예....
서로 말 끓겼다. 어색하다.
준우 : 영지씨랑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아미 : 저번에 말했쟎아요. 재밌는 우연으로 알게됐다고.
준우 : 그 재밌는 우연이 뭔지 알고 싶은데요.
아미 : . . .왜요?
준우, 차를 세운다.
준우 : 알고 싶어서요.
아미 :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요.
준우 : 혹시 대리운전으로 만나셨나요?
아미 : . . . .영지씨가 그런 얘기까지 했어요?
준우 : . . . . .
S#30. 아미네 빌라 앞 / 밤
준우의 차, 와서 선다. 아미 내리고 준우도.
아미 : 감사해요. 조심해서 가세요.
준우 : 네. 들어가세요. (차로 가는데)
아미 : 준우씨!
준우 : (돌아본다)
아미 : (매력과 애교 철철넘치는) 우리가 좀 더 친해져서 말이예요...
이럴 때 준우씨한테,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란말 해보고 싶어요.
준우 : . . . . .
경비 아저씨, 저만치서 순찰돌다 준우와 아미 한번 쳐다보고.
아미 : 조심해서 가요.
준우 : 네, 아미씨도 잘자요.
아미 : 굿나잇 키스라도 해드릴까요?
준우 : (놀라) 네?
아미 : (깔깔) 농담이예요. 놀라시기는.....
준우 : . . . . 들어가요. 갈께요.
아미 : 잘 가요. 굿 나잇!
준우, 차에 탄다. 차 떠난다. 아미, 크게 손 흔들어준다.
준우 : . . . .(백 미러로 보며). . . .
S#31. 준우 방 / 밤
들어와서 침대에 털썩 눕는 준우. 천장 보고 멍하니 누워있다.
플래쉬백 --
영지, 달구 싸움 말리는 모습.
아미, 준우 부모와 어울려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준우 : . . . . . (머리 아픈 표정으로 눈 감고)
F.O.
S#32. 영지네 동네 / 아침
영지, 뛰고 내려오고 있다.
영지 : 잠깐만요, 비켜주세요. . . .
영지, 공중화장실로 뛰어가는데 “고장” 이라 붙어있다.
영지 :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흡!
S#33. 영지네 마당 / 아침
지친 듯 들어오는 영지. 영구, 화장실에서 나온다.
영지 : 서영구! 너 변비 좀 고쳐라. 아침마다 아주 미치겠다.
영구 : 왜 이제 오냐?
영지 : (대야에 물 떠 손 씻는) 공중변소 고장나서 저 아래 상가까지 갔다 왔어.
영구 : 음... 우리 형편에 화장실을 두 개 만들긴 힘들고.... 알았어! 내가 널 위해서 요강을 하나 사다주마.
주둥이가 깨진 작은 항아리에 장미꽃이 꽂혀있다. 영지, 바가지로 항아리에 물 퍼 넣으며
영지 : 물 많이 먹고 활짝 펴라, 얘들아.
영구 : 웬 꽃이야? (대야에 물 떠 세수하는)
영지 : 집 앞에서 주웠어, 어젯밤에.
영구 : 우리 동네에서 누가 이런 꽃을 떨구고 다니지?
영지 : 글쎄....
영구 : 너 그 잘난 남자 좋아하는건 어떻게 됐어?
영지 : 왜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영구 : 니가 상처 받을까봐 걱정돼서 그러지. (얼굴에 비누질 잔뜩)
영지 : (시를 읊듯 마당을 돌아다니며) 용감한 사람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가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 . 라만차의 사나이란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래. 나한테 주는 말 같더라구.
영구 : (비누칠로 눈 못 뜬 채) 잘난 척은. . . 이따 요강 사다줄게.
S#34. 아미네 빌라 / 아침
영지, 뛰어온다. 경비에게 인사하는.
영지 : 아저씨, 좋은 아침!
경비 : (다가와 은밀하게) 정선생 요새 연애하지?
영지 : 연애요?
경비 : 응, 어젯밤에 키 크고 잘생긴 총각이 여기까지 왔다갔는데.... 밤늦게까지 데이트하고 데려다주고 가더라고.
차도 아주 좋두마.
영지 : . . . . . .
경비 : 이제 곧 국수를 먹게 되는거 아녀?
S#35. 아미네 부엌 / 아침
영지, 식빵에 쨈 바르고 있다.
<7부 플래쉬백 --
준우 : . . .갑자기 일이 좀 생겼어요... 영화는 다음에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미안해요.
영지 : . . . . . .
아미, 샤워 가운입고 머리에 수건 쓰고 나온다.
아미 : 아... 커피냄새 좋다.
영지 : 아침에 운동하셨어요?
아미 : 응, 요즘 선선하고 좋아서 아침마다 공원 한바퀴씩 돌고 있어요.
영지, 커피와 토스트 놓아준다.
아미 : 준우씨한테 나랑 대리운전으로 만났다고 얘기했어요?
영지 : !! 아뇨. .
아미 : 그런데 어떻게 알지? 나한테 그렇게 묻더라구요. 영지씨랑 대리운전으로 만났냐구.....
영지 : . . . . (여동생이 불었구나... 싶지만 둘러대는).... 뭐 제가 대리운전 때 쓰던 명함을 흘렸을 수도 있구요....
아미 : 난 또 영지씨가 얘기한 줄 알았죠.
영지 : 그리고는 다른 말씀 안하셨어요?
아미 : 아뇨.
영지 : (어깨 으쓱) 뭐 어때요. 교도소에서 만난 것도 아닌데.
아미 : 그러니까요. 난 영지씨 그런 점이 참 좋더라.
영지 : 토스트 눅어요. 바삭할 때 드세요.
아미 : 네, 잘 먹을께요.
영지 : (사과 깎기 시작하는) 어제 부원장님 부모님이랑 저녁은 잘 드셨어요?
아미 : 네, 준우씨도 늦게 왔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데려다줬구.
영지 : 네에. . . .
아미 : 준우씨랑은 참 공통점도 많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영지 : . . . . . .
아미 : (준우 애기할 때 보다 생기가 도는) 참, 도경씨 만났단 얘기했나요? 영구씨랑 같이 일하더라.
영지 : 네, 그렇다나봐요.
아미 : 그 사람은 정말 언제봐도 재밌어. (생각나는 듯 깔깔웃으며) 우리 병원에 생일맞은 사람이 있어서 왔었는데요.
춤도 엄청 잘 추더라구. 그리구 또 얼마나 웃겼는지 알아요?
영지 : 선생님은 최도경을 이쁘게 보신 것 같네요.
아미 : 귀엽쟎아요.
S#36. 도경의 원룸 / 아침
TV에선 케이블 채널의 Bachelor시리즈나 그 비슷한 류의 느끼한 외국 남녀들이 나와 잘난척 이야기하는 장면, 나온다.
민소매 티를 입은 채 푸쉬업을 하는 도경.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외화더빙을 한 성우의 다소 과장된 (느끼하고 코믹한) 목소리 들린다.
남자성우(F) : 처음 제인을 만났을 땐..... 음... 제 여자가 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죠.
오, 이런. 정말 나에게 기적이 일어난거라구!
여자성우(F) : 토마스와 내가 연인이 될 줄은 오, 정말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안 그래요, 토마스?
남자성우(F) : 하하하, 제인.... 당신은 정말 매력적인 여자야.
여자성우(F) : 날 유혹하는 그이의 근육을 좀 보세요.... 오... 사랑 해요, 토마스.
도경, 물 마시고 수건으로 땀 닦고 . . .
남자성우(F) : 자, 이제부터 푸주간 주인 토마스와 뉴욕 최고의 변호사 제인이 어떻게 사랑을 만들어냈는지...
그 비밀스런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CM으로 넘어간다)
도경, 거울 앞에 서서 덤벨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 . .
도경 : (외화 더빙 흉내) 음. . .처음 정아미를 만났을 때만해도 제 여자가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죠.
오우,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맙소사... 제가 그녀와 결혼을 해서 남자 신데렐라가 되다니.... 오우, 이런! 이건 정말 기적이예요.
벽 한쪽에 병원 파일에서 꺼내 온 아미의 웃는 얼굴 붙어있다. 사진을 향해
도경 : 나의 목표, 정아미! 당신은 내 인생을 단번에 뒤집어 놓을 수 있어. 빈대떡을 뒤집듯이!
도경, 아미 사진에 바짝 다가가
도경 : 나는 당신을 잡을꺼야! (주먹 불끈) Yes, I can!
S#37.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상담중. 여자 환자의 눈을 만져보며
아미 : 지방이 별로 없으니까 매몰법으로 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붓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에서 보름 사이면
거의 가라 앉아요.
실장(E) : 선생님, 1번 전화 받아보세요.
아미 : 그럼 수술 날짜는 실장님과 상의하시구요.
환자 :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아미 : (전화받아) 네, 정아미입니다.
S#38. 도경 원룸 / 낮
양복을 빼 입은 도경, 거울보며 옷맵시 살피면서 통화중.
도경 : 안녕하십니까, 아미씨. 저 최도경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미(F) : 웬일이세요?
도경 : 오늘 점심, 제가 사고 싶은데요.
아미(F) : 왜요?
도경 : 그건 만나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점심시간이 12시반 부터죠? 12시 29분까지 병원 앞으로 가겠습니다. (전화 끓는다)
S#39. 아미 진료실 / 낮
끓긴 전화들고 황당한 아미. 그러나 싫진 않다. 픽 웃는.
S#40. 성월 사무실 / 낮
도경, 문 열고 들어온다. 성월, 다스베이더 투구 닦고 있다. 도경, 성월에게 달려들어
도경 : 이런거 왜 사장이 직접 닦고 그래, 힘들게. 줘! 내가 닦을게. (닦으며 즐거운 듯) 랄라랄라...
성월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도경 : 돈 좀 꿔줘.
성월 : 없어.
도경 : 나 오늘 인생이 걸린 날이란 말야. 농담 아냐 형. 빨리 돈 좀 꿔줘. 응?
성월 : 얼마나 필요한데?
도경 : 있는대로 다. 어짜피 카드 쓸꺼야. 한푼도 안 건드리고 그대로 갖다 줄께.
성월 : 근데 왜 달래?
도경 : 그래두 지갑을 딱 열었을 때 지폐가 좀 든든하게 비쳐줘야지.
성월 : (서랍에서 지갑 꺼내며) 여자만나러 가나봐?
도경 : 응,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여자야. 모든 남자들의 이데아같은 여자.
성월 : 그렇게 멋져?
도경 : 응, 이쁜데다 돈도 많아. 날 남자신데렐라로 만들 수 있는 여자야.
성월 : (도경 머리를 갈기며) 미친놈.
도경 : 으쒸... (머리 만지며) 한시간 동안 만든 머린데.... 돈이나 빨리 줘.
성월 : (지갑과 주머니에서 돈 꺼내며) 자, 닥닥 긁어 12만원이다.
도경 : 그거 상품권이냐? 그것도 빌려줘. 폼으로 넣어놓게.
성월 : 2시까진 꼭 들어와. 영구도 없는데 나 혼자 있다 이벤트 주문 들어오면 난감해.
도경 : 영구는 왜 늦게 온대?
성월 : 중요한 쇼핑을 해야 된다던데.
도경 : 뭘 사는데?
성월 : (어깨 으쓱)
S#41. 아미 진료실 / 낮
노크소리 나고 꽃을 든 도경, 들어온다.
도경 : 12시 29분입니다.
아미 : 오늘은 한가하신가보네요?
도경 : 지금 제 컨셉, 뭔 줄 아십니까?
아미 : ??
도경 : 꽃을 든 도경입니다.
아미 : 안 웃긴데요.
도경 : 하하하... 안 웃깁니까? 나가시죠.
S#42. 삼청동 수제비집 / 낮
아미 도경 앉은 테이블로 항아리 수제비가 온다. 도경, 그릇에 국자로 덜어주며
도경 : 실망인데요. 저는 좋은거 사드릴려고 왔는데.
아미 : 수제비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먹고 싶은걸 먹어야 맛나게 먹죠.
도경 : 그래요, 많이 드십시오. 감자도 드릴까요?
아미 : 네. 국물도 많이요.
도경 : 그럼 난 뭘 먹으라구.
아미 : . . . . .
도경 : 농담입니다. 국물도 다 드십시오.
아미 : (깔깔)
도경 : (떠 먹으며) 아... 미인이랑 같이 먹으니까 수제비가 수제비 같지 않네요.
아미 : 그럼 뭐 같은데요?
도경 : 금제비요.
아미 : 격 떨어져 보이는 농담 좀 그만하면 어때요?
도경 : 예, 시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미씬 댁이 어디세요?
아미 : 청담동이요.
도경 : 어? 내 친한 친구도 거기 사는데... 청담동 어디요?
아미 : 트리 빌라요.
도경 : 아하....
아미 : 아세요?
도경 : 들어는 봤죠. 평당 천 팔백이 넘는다구.
아미 : 이제 알려주세요. 왜 나한테 점심을 산다는건지.
도경 : 그날 제가 삶의 무게에 지쳐 쓰러졌을 때, 따뜻한 영양돌솥밥으로 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 주셨쟎아요.
그에 대한 보답입니다.
아미 : 그걸 핑계로 날 만나고 싶었던거겠죠?
도경 : . . .아하하하.... 또 그렇게 팍 찌르시면 제가....
도경, 쑥스러운 듯 두 팔로 머리를 만지며 웃는데
옆에 막걸리 항아리를 들고 가던 종업원, 도경의 팔에 채여 옷에 막거리를 쏟는다.
도경 : 어!
아미 : 어머!
겉옷을 벗어들고 서 있는 도경, 그 옆에 아미.
주인, 고개숙이며 사과하는.
주인 : 아이구 이 비싼 걸. . . 죄송합니다.
도경 : (아미 앞에서 젠틀해 보이고 싶은) 아니요... 괜챦습니다. 실수한 저 분을 탓하진 말아주세요.
아... 다만 얼룩이 더 스미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인 : 예예, 바로 옆에 세탁소가 있으니까요. 저희가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S#43.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컴퓨터로 ‘2005 가을겨울 시즌 전시일정’ 체크중이다.
(젊은 작가 사진전, 구겐하임의 작가들전, 소묘가 있는 풍경 2005전...등등)
플래쉬 백 --
영지 : 그게 아니구요,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갔어요.
아미 : (매력과 애교 철철넘치는) 우리가 좀 더 친해져서 말이예요...
이럴 때 준우씨더러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란 말 해보고 싶어요.
준우 : 아흐. . . . (잡 생각을 떨치려는 듯 고개 흔드는)
은희, 들어온다.
은희 : 원장님이 수장고에 있는 그림들 전시실로 옮기라고 하셨어요?
준우 : (퍼뜩)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시계보며) 2시까지 옮기고 큐레이터랑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은희 : 2시까지요?
준우 : 빨리 갑시다. (벌떡 일어서며 소매 걷는)
은희 : 저두요??
S#44. 아트센터 일각 / 낮
준우, 소매 걷어부치고 면장갑 끼고 인부들과 함께 큰 액자를 나르고 있다.
준우 : . . .어... 조심 조심.... 거기 모서리가 땅에 닿아요.
준우, 이마에 땀 닦으며 크고 작은 액자와 소형 청동 조각들을 옮기고 있다.
은희도 작고 가벼운 것들 옮기며 왔다갔다....
S#45. 아미 옷 방 / 낮
구두 선반을 걸레로 닦고 있는 영지. 옷도 걸고 정리하다가 문득 시계를 본다. 1시 반이 넘어간다.
아미(E) : 준우씨한테 나랑 대리운전으로 만났다고 얘기했어요?
영지 : . . . .
영지(E) : 매일 이 시간이면 오는 전화..... 점심 맛있게 먹으란 전화가 안 온다. 여동생이 날 만나지 말라고 난리를 쳤겠지.
그 사람도 내가 빈티나서 싫어진건가. 아냐, 아냐.... 그 사람은 다를꺼야. 난 믿어. . . . 믿고 싶어.
S#46. 아미 빌라내 영지 방 / 낮
영지, 책 읽고 있다. 책에 시선은 두고 있지만 딴 생각.
영지(E) : 30분째 같은 페이지, 같은 줄만 읽고 있다. 내가 먼저 전화 해 볼까.... 아냐 아냐. . . 그 사람은 왜 전화를 안 할까.
여동생이 만나지 말랬다고 전화를 안해? 그럴 사람은 아닌데.... 혹시 교통사고라도 난거 아닐까?
영지 : 아후. . . . (머리 때리며) 잡 생각이 너무 많다, 서영지.
영지, 책 접어두고 벌떡 일어선다.
영지 : 바람이라도 쐬야지.
S#47. 삼청 공원 / 낮
초가을 맑은 날씨.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아미, 도경과 함께 공원을 걷는다. 도경,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 운동기구에 올라가 허리 비틀기도 해보고.
도경, 철봉과 정글짐 미끄럼틀 신나게 뛰어다니며 올라가고 타고. . .
도경 : (뛰어가며) 나 잡아 봐아요....
아미 : (어이없다는 웃고)
도경 : 오후에 수술 스케줄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아미 : 수술이 있었음 수제비 먹으러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죠.
아미, 그네로 와 앉는다.
아미 : (그네에 앉아 흔들거리며 하늘 올려다본다) 아... 좋다...
도경 : (다가와) 밀어 드리겠습니다.
아미 : 어...어.. .너무 쎄게 밀지마요. 무서워....
도경 : 약한 척 하시기는. . .(옆의 그네에 앉으며) 주말에 뭐하세요? 저랑 영화 하나 보실래요?
아미 : 밸리댄스 동호회 연습이 있어요.
도경 : 그 때 거기서 연습하세요?
아미 : 네, 공연도 거기서 할꺼거든요. 공연 때 시간되면 영지씨랑 같이 오세요.
도경 : (정색하고) 영지씨랑요?
아미 : 네. 두 분 잘 어울리는데.
도경 : 무슨 소릴 하시는거예요. 영지씨는 제 타입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주말이 안되면 오늘은 시간 어떠세요?
아미 : 도경씨!
도경 : (일어나 아미 앞에 기사처럼 무릎꿇는) 옙!
아미 : 저요, 마음에 둔 남자가 있어요.
도경 : . . . . .(심장 쿵....) !
아미 : 그러니까 자꾸 데이트 신청 하지마세요.
도경 : . . .거짓말 아니시구요?
아미 : 네. (일어서며) 가요, 시간 된 것 같은데.
S#48. 삼청동 수제비집 / 낮
도경의 양복을 들고 서 있는 주인.
주인 : 잘 빠졌죠? 얼룩 하나도 없죠?
도경 : 네, 깨끗하네요.
주인 : 진짜 명품인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다행히 짝퉁이라 저희도 살았습니다. 세탁소 주인도 처음엔 긴장하더라구요.
도경 : . .. . .!
아미 : (픽 웃는)
S#49. 삼청동 일각 / 낮
운전석에 탄 아미를 배웅하는 도경.
아미 : 가는 데 까지 가요. 내가 지하철역에 내려줄께요.
도경 : 아닙니다. 전 이 근처에서 일이 하나 더 있어요.
아미 : 그래요, 그럼 담에 봐요. 오늘 점심 잘 먹었어요.
아미의 차, 떠난다. 멀어진다.
도경 : (고개를 푹 떨구는). . . .!
아미의 차 멀어지다 안보이고. 고개 푹 떨구고 서 있는 도경의 뒷모습. 처연하다.
S#50. 황학동 시장 또는 장안동 골동품시장 / 낮
영구,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영구 : 아저씨... 요강 있습니까?
놋쇠요강, 사기요강을 보여주는 주인. 영구, 들어보고 두드려보고.
주인 : 총각이 쓸꺼야?
영구 : (강한 부정) 아아뇨.... 누가 요새 요강을 써요. 그냥 골동품 차원에서 하나 사놓는거죠....
(사기요강보며) 이거 튼튼해요? 안 깨집니까?
S#51. 서 점 / 낮
영지, 책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하나를 뽑아 통로 바닥에 앉는다.
영지 : 재밌겠다. . . .
영지, 책 읽고 있는데 전화벨. 가방에서 전화 꺼내 받는다.
영지 : (시선은 책에 둔 채) 응, 서영구.
영구(F) : 넌 이제 불행 끝, 행복시작이다.
영지 : 뭔 소리야?
영구(F) : 요강 샀다!
영지 : 얘가 미쳤나봐. 야, 그걸 내가 쓸 것 같애? 이상한데 돈 쓰지 말고 빨리 물러. 당장.
영지, 전화를 옆의 바닥에 놓고 다시 책으로 집중.
S#52.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이마에 땀 닦으며 들어온다. 생수병 들고 물 마시는 준우.
준미, 벌컥 문 열며.
준미 : 오빠, 점심 안 먹어?
S#53. 식 당 / 낮
식판 들고 와 앉는 준우, 준미. 말없이 밥 먹는다.
준우 : . . .
준미 : . . . .
준우 : 할 말 있어서 점심 같이 먹자고 한거 아냐?
준미 : 나 그 여자 만나서 얘기했어. 오빠 만나지 말라고.
준우 : . . ..(화난 듯 스푼 땅 내려놓는다)
준미 : 날 기억하더라구. 대리운전할 때 만난거.
준우 : 누가 너한테 시키지 않은 일 하래.
준미 : 걔에 대해 오빠 얼마만큼 알어?
준우 : 그 사람 형편 어려운거 알어, 나두. 돈 없어서 대학 못갔다고 얘기 하더라.
준미 : 정말이야? 그런 소릴 듣고도 좋니?
준우 : . . . . .좋아.
준미 : 오빠야, 너 왜 그러니.
준우 : 비슷한 형편이었으면 더 좋겠지, 물론. 하지만 조건 때문에 사람이 싫어질 순 없쟎아.
준미 : 왜 없니. 조건 때문에 망설여지기도하고, 조건 때문에 끌리기도 하고. 이게 솔직한거지.
자기가 속물처럼 보일까봐 다들 말만 안하고 있을 뿐이야.
준우 : . . . (긍정도 부정도 없이 밥만 먹는). . . .
준미 : 우리 아빠가 어떤 분인지 오빠 잘 알쟎아. 그런 애랑 결혼을 허락할꺼 같애?
준우 : 앞서 가지마. 아직 결혼 얘기하긴 일러.
준미 : 그럼, 그래야지. 오빠, 정아미 선생이랑 잘해봐. 두 사람 완벽하게 어울려.
준우 : 넌 아버지가 정해준 닥터 조랑 결혼해서 행복하니?
준미 : . . . . .음. . .주변에서 다들 나더러 시집 잘갔다고 하쟎아.
준우 : 나는 정말 내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랑 하고 싶어.
준미 : 그래도 걔는 아냐. 엄청 사나워. 나한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비더라니까.
준우 : 영지씨가?
준미 : 그래, 오빠 만나지 말라니까 부원장님 너무 좋아해요. 만날꺼예요. 요러더라니까.
준우 : (좋은) !! 그런 말을 해? 영지씨가?
S#54. 아트센터 일각 / 낮
준우, 휘파람 불며 걸어간다. 싱글싱글 웃는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말 건넨다.
준우 : 점심 드셨어요? . . . .타이 멋진 거 하셨네....
S#55.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시원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밝아진 얼굴.
준우 : . . . . .(미소). . . . . .
준우, 스케치북에 파스텔 또는 색연필로 동화에 어울리는 귀여운 그림들을 그려본다.
준우 손이 스칠 때마다 선과 색을 하나씩 더해 그림이 돼 간다.
< 7부 플래쉬 백 --
준우 : 외국 동화작가들 중엔 직접 그림까지 그리는 사람도 많던데...
영지 : 전 그림을 못 그려서 안돼요.
준우 : 그럼 내가 그려줄까요?
영지 : 정말요?
준우 : 영지씨가 쓴 동화중에 제일 따뜻하고 이쁜 얘기 하나는 내가 꼭 그림 그려줄께요. 약속! (새끼 손가락 내민다)
스케치북엔 뭉게구름 떠 있는 들판에 소년 소녀 손 잡고 있는 그림. 심플한 스케치지만 따스해 보이는.
준우, 미소.
준우 :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 베스트 셀러가 될 겁니다!
S#56. 서 점 / 낮
영지, 정신없이 책 읽고 있다. 직원 다가와
직원 : 여기 이렇게 통로를 막으심 안됩니다.
영지 : 네, 죄송합니다.
영지, 책에 취해 가방만 든 채 벌떡 일어나 간다. 핸드폰 떨어져 있다.
S#57. 준우 사무실 / 낮
스케치 북 아랫 귀퉁이에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라 써있다.
준우, 그림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핸드폰 귀에 대고 있다. 미소 점점 사라지며.
준우 : . . . . . 전화를 안 받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