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갤러리메르헨, 결핍으로 달콤하게: 멜랑콜리아 'Warm With The Want'
유형 : 대전 사진전
날짜 : 2026년 11월 4일(수)~11월 10일(화)
관람시간 : 10:30~18:00
장소 : 갤러리메르헨,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556번길 87
문의처 : 갤러리메르헨 042-867-7009
전시 기획문
<결핍으로 달콤하게: 멜랑콜리아>
이정희
결핍의 역설
적절한 결핍과 긴장은 우리를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2026년 블룸즈버리 그룹전 <결핍으로 달콤하게: 멜랑콜리아>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이 서신에서 남긴 구절 “warm with the want”에서 제목을 가져왔다.1) 사랑은 결핍될 때 더 강렬하며, 고통은 그 깊이만큼 세계를 더 진지하게 직시하게 만든다. 2026년 블룸즈버리 그룹전은 디킨슨의 언어를 실마리 삼아, 21세기 상실의 시대가 만들어내는 고독과 결핍의 정서를 ‘달콤함’의 역설로 조명하고자 한다. 결핍과 부재의 고립지점에서 절망과 고통은 어떻게 새로운 자기 정립에 이르게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지금, 여기에 충만한 삶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 전시다. 멜랑콜리를 유발하는 결핍의 철학적 의미를 재고하면서, 결핍과 창작의 관계, 사진의 매체적 특성, 상실의 의미를 구체화해 보았다. 결핍감으로 비롯된 ‘멜랑콜리’를 단순한 우울이나 상실감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결핍이 어떻게 감각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이미지와의 관계를 만들어내는가를 탐색해 보았다.
결핍의 미학: 부재가 감각이 되는 순간
오늘날의 결핍은 개인적인 상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연결되면서도 고립감을 경험하는 사회, 타인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부족함을 확인하는 일상, 빠르게 소비되고 교체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충만함을 요구받는 동시에 충만함에 도달하기 어려운 역설을 살아간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기술과 속도의 무한질주의 시대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묻는 시간을 빼앗는다. 이러한 시대에 ‘결핍’을 바라본다는 것은 부족함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결핍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결핍으로 달콤하게>에서 제시하는 ‘결핍의 미학’은 부재가 감각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존재한다. 결핍과 상실감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핍 안에 남아 있는 감정과 욕망을 천천히 읽어내는 일이며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여전히 사랑하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관계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지를 묻는 과정이다. 결핍은 채워져야 할 공백으로부터 새로운 감각이 시작되는 장소가 된다. 우리는 완전해진 뒤에야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채로도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문학적 아카이빙과 교차 매체 연구
전시를 위해 사진 작업을 위한 중요한 아카이빙 과정을 거쳤다. 메타 매체르서의 사진은 문학,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의 교차를 통해 사진의 고유한 특성인 디테일과 우연성을 새롭게 드러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멜랑콜리에 관련한 타 매체의 10명의 작가연구를 병행했다. 문학에서는 동시대의 주요 비평가로 활동하는 정끝별 교수의 논문 <21세기 현대시와 멜랑콜리 시학>과 나희덕, 루이스 글릭, 쉼보르스카의 시집이 참고자료로 활용되었다. 문학작품의 아카이빙은 블룸즈버리 회원들의 사진 작업에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확장해 주었다.
또한, 조르조 모란디, 데 키리코, 르네 마그리트 등 회화작가와 톰 헌터, 마이너 화이트, 사라 문, 돌로레스 마라 등 사진작가의 visual research를 통해서도 이미지 아카이브 범위를 넓혔다. 상실과 결핍을 통해 오히려 깊어지는 관계의 아름다움,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감정에 관해, 무엇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가를 고민했다. 사진은 기억과 망각, 현존과 부재가 공존하는 매체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은 완결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을 불러내는 매개가 된다. 이미지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신 일부를 감추고, 그 감춰진 영역에서 관객의 기억과 상상력이 개입할 여백을 만들고자 했다. 문학의 문장과 시의 리듬, 회화적 색채와 구성, 비디오의 시간성을 사진과 교차시킨 다양한 아카이빙은 이러한 실험적 과정을 탐색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각적 자기재귀성
본 전시는 블룸즈버리 회원들의 상호초상성(Inter-portraiture)을 주요한 해석의 틀로 삼는다. 상호초상성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구성원 간의 초상이 서로를 참조하고 교차하며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팀 안에서의 상호 촬영은 현상학적 관점에서 일방적인 '촬영자-피사체' 구도를 해체하고, 구성원 상호 관계와 공동의 정체성을 초상이라는 매체로 실현하는 작업이다. 이는 현대미술의 기법적 개념으로 전유(Appropriation) 또는 차용의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구성원의 초상을 자신의 작업 맥락으로 가져와 재해석(interpreting)하는 대표적인 조형적 시도다. 이때, 집단적 자화상(Collective Self-Portrait)은 팀원 개개인의 초상을 모으면서도 서로가 겹쳐짐으로써 개인이 아닌 '집단 전체의 정체성'을 하나의 자화상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업은 미장아빔 (Mise en abyme)의 구조와도 연결된다. 거울상 구조로 회원이 다른 회원의 초상이나 작업하는 모습을 다시 담아냄으로, '이미지 속에 이미지가 서로를 반영하는' 재귀적 구조를 만들어내어 문맥에 따라 의미를 생성해낸다. 이는 외부의 타자 이미지가 아닌, 같은 목적과 공동체적 유대를 가진 동료의 이미지를 선택하여 차용하는 블룸즈버리만의 시각적 실천이다.
1)에밀리 디킨슨, 『결핍으로 달콤하게: 에밀리 디킨슨 서간집』, 박서영 역, 민음사, 2023년
KIm An-Sik, 보옴(Seeing) 3, 25x35cm, pigment Print, 2008
Kim Sung-Soon, 이미지로 느껴요1, 100x56cm, pigment pritn, 2026
Lee Jeoung-Hee, Lonely, 달콤 쌉쓰름한, 60x37.5cm, pigment print on hanemule,2026
Lee Oh-Sang, In the Absence of Light-01, 80x120cm, pigment print on hanemule, 2026
강진형, 만져지지 않아 오래 남는 것 5, 직경 30cm, Gum print on Riverse BFK paper,2024
김영순, 결핍으로 달콤하게, 51x38.2cm, 55.5x42cm, 60x45cm, pigment prin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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