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경근교의 '레이크우드CC'
프로골퍼 유소연과 그녀의 아버지 얘기로 인터넷 공간이 떠들썩합니다.
그 유소연은 현재 LPGA 랭킹 1위입니다.
골프선수를 지망하는 많고 많은 연습생 중에서 프로가 되고, 우승도 하고, 결국 LPGA에 진출해
메이저도 두번이나 제패하고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것,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자랑스런 일입니다.
PGA나 LPGA에서 1승만 해도 모든 대우가 엄청 달라진다는데 세계 1위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 유소연이지만 그녀도 이번 일로 긴 부진에 빠질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비록 자기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일이지만, 호화생활하면서 장기간 뻣댄 거액의 세금체납에다 공무원에
대한 몰상식한 협박행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체납행위도 그렇지만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조사관에게 'X같은 소리' '차조심 해라'는 상상도 못할
행동입니다.
유소연은 한때 국가대표로 뽑혀 나라나 협회의 도움으로 좋은 훈련을 받은 선수입니다.
흔히 말하는 공인입니다.
그런 은혜를 입은 그녀가 나라에 세금내는 일인데 아버지의 체납사실을 몰랐을까요.
엷어지긴 했어도 유교적 가족관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 거액의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탈법행위 방치는 용납될 수 있는 범주일까요.
섣불리 판단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만,
인터넷에서는 부전여전 운운하며 그 아버지에 그 딸 유소연의 인성까지 들먹이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컷던 것입니다.
국내는 그렇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SNS시대인지라 실시간으로 LPGA관계자나 동료선수들에게도 이
소식은 모두 알려졌을 것입니다.
서구사회는 우리보다 개인주의가 강해 아버지는 아버지, 나는 나라 하지만, 가족이 저질렀다 하더라도
불법행위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론의 질타를 받는 유소연이 곧 있을 메이저 대회 ''US오픈''에 과연 출전할 수 있을까요.
혹 출전한다해도 상위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만일 출전해서 태연히 우승권에라도 든다면, 사람들은 그녀의 강한 맨탈을 칭찬하며 과연 유소연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그녀의 무신경을 거론하고 얼굴도 두껍다고 하지는 않을까요.
한국의 여자 프로골프하면 먼저 헌신적인 그녀들의 아버지를 떼어놓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박세리가 그랬고, 저는 최근의 최운정(첼라초이)선수와 캐디를 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잔잔한 애틋함까지 느껴집니다.
모진 구석이 없어 보이는 최운정과 자주 우승은 못해도 담담하게 딸을 보살피는 그녀의 아버지는 자연스레
응원하고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이번에 우승한 ''다니엘강''도 아버지를 그렇게 못잊어 하고, 허미정도 오랫만에 우승했을 때 아버지를 언급
했었습니다.
여자프로들이 우승할 때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코멘트는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심봉사가 홀애비로 젖동냥해서 딸을 키우고 심청은 아버지를 눈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우리로서는 어쩌면 이런 걸 당연시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유소연 부녀의 이야기가 더 사람들을 분노케 합니다.
골프선수는 볼만 잘 치면 왠만한 건 다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벌서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보비존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근의 미디어는 누가 얼마나 많이 버는지 금전적인 기사는 넘쳐나는데, 골퍼의 명예나 인격에 관한 기사는
극히 드물다'고.
골프는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유혹이 가장 심한 스포츠입니다.
아마추어에겐 끝없는 거짓말로 볼 안맞는 핑계를 대게 하고, 안 보이게 볼에 손을 대고 발로 차고 싶어집니다.
매너나 에티켓에 어긋나도 벌타를 부과하진 않지만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가장 필요한 스포츠이기도 해서
이것이 결여되면 또 가장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프로의 세계는 더 높은 차원의 인품과 배려가 요구됩니다.
시청자들은 그녀들의 멎진 플레이도 보고싶어 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배려나 인성에도 갈채를 보냅니다.
이런 시청자들이 있어야 스폰서도 붙고, 그래서 선수들은 막대한 상금을 챙길 수가 있습니다.
유소연은 아직 어린 선수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꾸준함으로 당분간 그녀의 시대를 구가할 것이라는데 큰 의문이 없었던 선수였습니다.
그러기에 연좌제 운운하며 따로 떼어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알게 모르게 그녀의 평소의 품성이 세상에 들어나게 될 것입니다.
주위나 동료들로부터 그녀의 평소 배려나 착한 인성이 회자되어 아버지의 행동은 그만의 것으로 묻혀질지,
아니면 그 아버지에 그 딸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새삼 세상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HJ

뉴질랜드 오클랜드 북쪽의 '카우리클리프CC'
첫댓글 인성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 입니다. 이것 또한 명예와 부로 부터가 아니고 매사 기초교육이 갖추어진 일상으로 부터의 몸에 배인 생활사 입니다. 언제나 본받아야 할 일본의 올바른 교육 입니다.
참으로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