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선물·성관계...세계 정가 휩쓰는 中스파이들, 한국에선 [송의달 LIVE]
조선일보 송의달 에디터 입력 2022.07.22. 13:13
“우리가 조사하는 중국공산당(CCP) 스파이 활동 관련 건수는 2018년에 비해 7배 늘었다. 최근 3년 동안 MI5의 중국 관련 사건 처리 능력은 2배로 증가했고, 향후 수년 동안 2배 더 커질 것이다.”
이번달 6일 MI5본부가 있는 런던 시내 템즈하우스(Thames House)에서 켄 맥컬럼(McCallum) MI5 국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MI5는 영국의 국내 방첩(防諜)·정보기관이다. 그는 이날 크리스토퍼 레이(Wray) 미국 FBI 국장과 역사상 처음 양국 정보기관 수장(首長)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4년 영국내 中 스파이 사건 7배 급증”
레이 국장은 이 자리에서 “FBI는 약 12시간마다 중국에 대한 새로운 방첩사건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CCP의 행태에 대해, “판을 바꾸려는 것(game-changing)”, “거대하고 숨막힌다(immense and breath-taking)이라고 표현했다. CCP의 활동이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고 위협적이라는 얘기이다.
중국공산당의 국내 정치 개입이 각국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영국 MI5는 의회 의원 전원에게 크리스틴 리(Lee)라는 중국인 여성 변호사의 실명과 사진을 담은 ‘간섭 경보(interference alert)’를 발령했다. “중국우호협회 소속인 그녀가 중국공산당 통일선전부와 연계해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방송은 “크리스틴 리가 배리 가디너(Gardiner) 노동당 하원의원에게 약 50만파운드(약 7억 8650만원)를 헌금했다. 그녀는 영국 정계의 중국 비판을 약화하고 의회내 친중(親中)파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10월 4일 마이크 펜스(Pence) 당시 부통령이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행사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치 시스템을 와해하고 미국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중국은 힘을 사용하고 있다. (중략) 중국이 표적으로 삼은 미국 카운티의 80%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곳들이다. 중국은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간 균열을 활용하려고 미국의 주와 지방 정부, 당국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활동은 현지 언론 보도에 노출될 정도로 적극적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Axios)는 2020년 12월 8일 “1년간의 취재 끝에 크리스틴 팡(Fang)이라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중국 정보기관 소속 여성이 2011년부터 5년동안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에릭 스왈웰(Swalwell)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을 상대로 첩보활동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美 연방의원, 시장, 市의원 침투
대학생으로 가장(假裝)한 팡은 연방의원과 시장, 시(市)의원 등에 접근해 선거자금 모금을 돕거나 성(性)관계를 맺으며 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올 봄 실시된 뉴욕 의회 선거에도 직접 개입했다”면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올해 뉴욕 의회 선거에서 1989년 6월 천안문 시위 참여자로서 중국을 비판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중국은 해당 후보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아무 정보도 찾지 못하자, 성 노동자를 이용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려 했으며 교통사고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전역의 435개 연방하원 의원 선거구에서는 대개 박빙(薄氷)의 승부가 이뤄진다. 자금을 집중 지원하거나 중국계 미국인을 동원해 수 천명 또는 1만~2만명의 표만 움직이면 중국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다.
호주 정계를 겨냥한 중국의 침투도 활발하다. 개인과 기관을 동원해 총선 등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 것이다. 2016년 맬콤 턴불(Turnbull) 총리의 자유당 정부에서 중국인 부자가 200만달러를 노동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 뿌린 게 정보기관에 적발됐다.
샘 데스티에리(Dastyari) 연방 상원의원은 2014년부터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재벌 사업가로부터 소송비용과 중국 여행, 고급 와인 같은 향응을 받았다. 2017년 후원 사업가에게 “호주 정부가 당신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귀띔한 사실이 보도돼 국민적 분노를 샀고 2018년 1월 정계에서 퇴출됐다.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같은 사안에 친중(親中) 선택을 해 ‘상하이 샘(Shanghai Sam)’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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