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박 영 춘
마당 앞에 우뚝 선 호도나무
넓고 푸른 잎
오늘따라 유난히도 반질반질
수박 통 받아 들고
살 맛 반색하던 장모님
그 음성 그 자태
바람결에 실리어 가고
재미나는 연극 끝나버린 듯
마파람에 대문소리만 삐거덕거린다
이슬에 젖은 밭머리 젖가슴처럼 정겹고
씨 뿌려 자라는 것들 한들거리는데
호미와 괭이는 주인을 잃었더군요
풀벌레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옛날처럼 정겹게 속삭여주고
오솔길 풀도 나를 반겨주는데
호밋자루 내던지고 우리 사위 왔네
휘날리는 치마폭 휘어잡은 그 모습
자취도 없이 긴 여행 떠나셨더군요
오늘은 유별나게 무더운 여름 한낮
수박 통 땀으로 쳐들고
호탕하게 웃으며 들어서자 했더니
계신 듯 아니 계시기에
씁쓸한 발길 돌부리만 걷어찹니다
첫댓글 들소님
두고 온 고향은
늘 꿈속에서나 갈 수 있는데
처가에는
사랑으로 안아 주시던
장모님 생각이 간절하신 것 같아요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 있어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세월에 묻혀버리는 그리움입니다.
@들소 박영춘 힘내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