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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는 집회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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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단에 경건하게 촛불을 올려놓는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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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 광화문, 한국인은 살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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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30일 민중대회-촛불시위에 참가한 얼굴들... |
촛불시위는 애초 암묵적 약속이었다. 이 약속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 됐다. 한 네티즌의 진심어린 제안이 수천 네티즌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냈다.
"인터넷에서 그 글을 보자마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박준석씨(32·회사원)는 "여중생 사건을 둘러싼 상황을 보며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나온 김기현(27·회사원)씨는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 "우리정부가 제대로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들 옆에 서 있던 서승호(33·회사원)씨도 "광화문에서부터 걸어오면서 촛불이 보여 기분이 좋았다"며
"이번 일로 미국에 대해선 분노가, 한국에 대해선 챙피한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로는 안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나와야한다"고도 전했다.
참여연대 회원인 최용수(50)씨는 "이전부터 집회는 꽤 나왔는데 이렇게 일반 시민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며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반충은(29)씨는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온라인 시위에 열심히 참여해왔지만 오프라인 시위에 참여한 것은 처음. 반씨는 "겉으로 표현을 안 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불의를 못 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7살, 9살 짜리 아들을 데리고 나온 김은정(35)씨는
"아이들과 함께 걷고 싶은데 경찰에 막혀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란 눈의 외국인, 캐나다인 데이빗 비셀(50)씨는
"옳은 일이고 평화적인 시위여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1년 반째 한국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비셀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번 사건이 안타깝다"며 "소파를 개정하고 사고 군인들을 한국법정에 세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회사원 뿐 아니라 초·중·고등학생들도 참여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홍윤건(덕수초·5), 홍윤준(신연중·2) 형제. 형 윤준군은
"미국에 의해 한국이 이렇게 휘둘려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 하나라도 나오면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나오게 됐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곁에 서 있던 동생 윤건군도 "여중생 누나들 얘기를 듣고 무척 안타까워 나왔다"고 전했다.
또 미선·효순양 또래의 여중생들도 나왔다. 백석중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이날 교보빌딩 앞 연단에 올라 "미군은 도대체 심장이 있는 사람들인가. 있다면 그럴 수 있는가"라며 분노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 때문에 즐거웠으나 그 때문에 내 친구 효순이·미선이의 죽음이 묻혔다"며 "이렇게 내 친구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나온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은 촛불을 높이 쳐들며
<아리랑><임을 위한 행진곡><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합창했다. "살인미군 처벌하라""미선이·효순이를 살려내라"는 구호도 외쳤다.
노래소리와 구호소리가 커질수록 속속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 촛불시위를 처음 제안한 '앙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렇게 나와주어 고맙다. 다음 번엔 꼭 다른 이들 손을 잡고 나와달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
한 켠에서 촛불시위 현장을 말없이 바라보던 한상열 목사(여중생 범대위 공동상임 대표)는 "감격스럽다"며 "제2 독립운동의 역사가 씌여지고 있는 순간이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시민은 월드컵 응원신화에 이은 '제2 신화창조'의 싹을 틔웠다. 꿈이 현실이 될 날은 멀지 않았다. 촛불시위는 매 주말마다 계속된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다음 번엔 친구들, 동료들 손을 붙들고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촛불에 한뜻 한마음을 담아 모인 8천 여명의 시민. 이들은 모두 '아직은 한국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이날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부른 첫 곡은 '애국가'였다. 억울하게 두 생명을 하늘로 보내고서도 제대로된 항의 한마디 못하는 정부와 대통령.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날의 애국가는 참으로 처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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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는 참가자들 |
'촛불시위' 제안한 네티즌은 <오마이뉴스> 게릴라
광화문 네거리는 이제 '촛불 바다'다.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쏘아올린 글이 급속도로 전파돼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물들이게 했다. 촛불 시위대의 한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바로 그 네티즌은 '앙마'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30세의 평범한 회사원. 지난 11월27일 오전 인터넷 한겨레 게시판에 '촛불시위'를 제안한 주인공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의 뉴스게릴라이기도 하다.
그는 7시경 교보빌딩 앞 화단에 올라가 즉석 자유발언을 하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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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27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통해 '촛불시위'를 최초로 제안한 '앙마'. 그는 "내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광화문 네거리가 촛불로 완전히 뒤덮일 때까지 나오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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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에 글을 올렸을 때는 이렇게 많이 나와주실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촛불 가지고 나오셨나요? "예"
-다음에도 또 나오실건가요? "예∼"
-다음 번에는 혼자 안나오실거죠? "예∼"
-다른 분과 함께 나오실거죠. "예∼∼ 그럼요!"
집회 참가자들은 '앙마'의 질문에 연신 호응을 하면서 그때마다 초를 치켜들었다. 그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화단에서 막 내려온 '앙마'(아이디)를 만났다.
-촛불시위가 현실화될 것을 예상했는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게시물이 퍼지는 것을 보고 짐작은 했다. 이 시위 방식이 범대위쪽에서 운동하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정이 어떤가. 꿈이 현실로 이뤄졌지 않은가. "아직 아니다. 광화문 네거리를 반딧불로 다 덮어야 한다. 미 대사관까지 촛불로 뒤덮일때까지 해야한다."
-화단 위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는 데 눈물의 의미는. "기쁨의 눈물이다. 네티즌들과의 약속장소로 나오면서 촛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계속 울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나.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나올 것으로 믿는다. 이것은 그 누구의 주도에 의한 시위가 아니다. 한사람 한사람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 것이다. 경찰들도 처벌하지 못할 것이다."
-꿈이 무엇인가. "내 진정한 꿈은 직접 사과를 받아내고, 미군을 처벌받게 하고, 소파를 개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 진정한 꿈이다. 그리고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효순이, 미선이가 하늘나라에서 보고 어떤기분일 것 같은가. "한 때문에 억울해서 하늘나라로 아직 못갔을 것이다. 진정한 꿈이 이뤄져야 한다."
간단하게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촛불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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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사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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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 태화백화점 앞 '촛불시위'에 참석한 어린이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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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회사원이거나,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많이 참석했으며, 연인과 가족단위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인근 가게에는 양초가 다 떨어져, 맨손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다. 시위대는 종이컵의 밑부분을 뚫어 양초를 끼운 다음 불이어붙이기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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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위에 참가한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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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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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5천여명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 주변 집결 인터넷에 번진 한 네티즌의 호소가 현실로 실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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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민 미술관 옥상에서 내려다본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 |
시민 1천여명이 광화문 앞 교보생명 앞에 모여 있다. 한 네티즌의 절절한 호소에 감동받은 시민들이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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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0일 저녁 6시경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모인 수천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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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위 현장의 시민들. |
한 네티즌이 제안한 촛불시위…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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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월드컵 경기 당시 광화문에 모인 응원인파. 오늘 오후 6시 광화문에는 축구 응원 대신 촛불 추도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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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광화문 네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응원 신화가 재현될 것인가. 한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제안한 '광화문 촛불시위'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네티즌 한 명의 '절절한 호소'가 네티즌의 입과 손을 타고 인터넷 곳곳에 퍼진 결과다. 온라인상의 호소가 오프라인상의 집회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네티즌은 자신이 쓴 게시물을 통해 "세계에 우리의 의지를 다시 보여주자"며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워 미선이·효순이와 함께 수천 수만의 반딧불이 되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아무도 안나와도 좋다. 나 혼자라도 시작하겠다"며 "이번 주, 다음 주도 촛불시위를 계속해 평화로 미국의 폭력을 끄겠다"고 밝혔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나도 동참하겠다", "우리 광화문에서 보자"며 속속 동의의 뜻을 표하는 한편 그 내용을 다른 게시판에 '퍼다 나르고' 있다.
이 촛불시위가 성사될 경우, 이는 전 국민의 반미 감정이 자발적으로 달아오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 등 특정 단체가 아닌 한 네티즌의 제안과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에 의해 이뤄지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추모 행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문규현 신부)도 12월 2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살인미군 회개 촉구를 위한 생명 평화 단식기도회'를 가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미군당국의 무죄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민이 철저히 배제된 채 미군만의 잔치로 끝나버린 이번 재판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한국민을 우롱한 미군재판과 한국민을 모욕한 무죄 판결은 전면 무효임을 선언하며, 미군의 형사재판권 이양, 살인미군과 관련책임자 처벌, 부시 대통령의 직접 공개사과 그리고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전면 개정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모든 사제들은 우리 땅의 아이들조차 지켜내지 못한 우리의 나약함을 깊이 참회하며 이러한 비극이 하루 속히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인미군의 회개를 촉구하기 위해 단식기도회를 개최한다"며 "이 불의한 현실 앞에 기도와 단식으로 맞서며 미국에 의해 짓밟힌 우리들의 평화, 우리들의 생명 그리고 우리들의 주권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대구에서도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가 개최된다.
전교조 본부도 지난 11월28일 전국 16개 시·도 지부로 공문을 보내 매주 목요일 미군의 무죄 평결과 관련한 내용으로 훈화수업을 전개하도록 지침을 전달해 거리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불평등한 소파 협정 등에 대한 교육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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