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장(靑藜杖
- 조용헌 -
지팡이는 본인이 만들어 짚지 않는다.
50세가 되면 자식들이 만들어 부모에게 드린다고 해서 가장
(家杖)이라고 하였다.
60세가 되면 동네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여 향장(鄕杖)이라고 하였고,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여 국장(國杖),
80세가 되면 임금님이 만들어 내린다고 하여 조장(朝杖)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지팡이는 어른이 지니는 존경과 권위의 상징이다.
지팡이 중에서 각종 고사(故事)에 많이 등장하는 지팡이가 ‘청려장’이다.
1년생 풀 명아주 줄기를 말려서 만든 지팡이다.
재질이 가볍고 단단하여 노인이 짚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도교에서는 신선들이 주로 짚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명아주 잎이 돋아날 때 색깔이 푸른색이라서 청(靑)자가 들어가는데,
도교에서 푸른색은 영원함을 상징하고, 장생불사(長生不死)를 나타낸다.
후한 때 유황이 밤에 글귀를 암송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 청려장을 땅에 치니까 불빛이 나며 훤해졌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남화노선’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도 청려장이다.
고려 말 나옹대사가 남긴 ‘서왕가’에도 보면,
‘청려장을 빗기 들고 명산을 찾아들어…’라는 대목이 보인다.
조선 시대 담양 면앙정(俛仰亭) 송순(宋純)은 그 유명한 삼언가
(三言歌)에서
‘부여장 송백년(扶藜杖 送百年・
청려장을 짚고 백년을 보내리라!)’이라고 읊고 있다.
도산서원에도 퇴계 선생이 사용하던 청려장이 보존되어 있다.
몇 년 전에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드린 선물이 바로 청려장이다.
‘탐스럽고 가벼워서 좋다’는
찬사를 들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1992년부터 매년 어버이날이나 노인의 날이 되면 10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청려장을 선물로 드리고 있다.
대통령 하사품에 속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청려장은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울퉁불퉁한 표면이 손바닥을 자극하면서 지압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청려장 주 생산지는 경북 문경이다.
1년에 1,200~1,500개를 만들어낸다.
청려장 전문가 문경 조수복(63)씨에 의하면 청려장은 효자들이 많이 만들었던
‘효도 지팡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