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묵은해는 보내고 더욱 밝은 해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조상께 차례를 올리면 비로소 새로운 한해가 시작됩니다. 차례에는 정성 담긴 음식이 빠질 수 없는데요, 지역색이 묻어나는 다양한 차례 음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홍어를 올리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대게와 빵까지 차례상에 올려 그야말로 개성만점입니다. 본격적인 설 준비에 앞서 엔플러스가 전국 설 차례음식을 한데 모았습니다. 진귀한 재료를 사용해 푸짐하게 차려낸 음식들로 눈요기 먼저 하시고 넉넉한 마음으로 설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참고자료=<종가의 제례와 음식>(김영사), <한국향토문화대전> ◇사진제공=국립무형유산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경기도…다산의 상징 북어로세
경기도 차례상에 북어가 꼭 오르는 이유! 바로 다산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북어는 머리가 크고 알을 많이 낳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차례 음식에는 자식들이 잘 크고 후손도 많이 낳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머리까지 있는 통북어를 간장으로 간을 해 굽는다. 이때 눈알이 붙어 있는 북어라야 잡귀신을 쫓는다는 믿음도 있다고.
녹두전 역시 경기 지역에서 주로 만나볼 수 있는 차례 음식. 녹두를 갈아서 넓적하게 프라이팬에 펴고 돼지고기와 고사리, 고춧가루 씻어낸 김치 등을 올려 네모로 부쳐내 층층이 쌓는다.
강원도…메밀 빠지면 섭섭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 강원 평창에서는 차례상에도 메밀을 꼭 챙긴다. 묵은지와 실파를 넣어 담백하게 만든 메밀전과 메밀총떡이 대표적이다. 전 지역에서는 메밀떡만둣국도 명절 음식으로 즐긴다. 메밀반죽에 고기·김치·두부로 속을 채워 만두를 빚는 것.
해산물이 풍부한 강원 해안지역에선 소금 간을 한 가자미·방어·연어·대구에 석이버섯채와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고 찜통에 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충청도…달걀에 새해 기운을 담다
‘닭 대신 달걀?’ 충청도 차례상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새벽에 우는 닭은 밝은 기운을 전하는 가축으로 여겨 새해에 즐겨 쓰는데, 닭 한마리는 부담스러워 달걀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삶은 달걀 대여섯개를 고운 꽃모양으로 깎아낸 정성은 닭 한마리의 가치 못지않다.
경기·전라·경상도와 인접하고 있는 충청도는 어느 곳보다 다양한 차례음식을 자랑한다. 쇠고기·도라지·파·고사리를 길게 잘라 양념해 구운 향누름적은 충청도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말린 우럭을 쪄낸 충남 서해안의 우럭포, 충북 일대의 배추전과 구운 김까지 지역별 특색이 돋보인다.
전라도…서해갯벌 진미 꼬막이오
‘제사꼬막’이라고 들어보셨는가? 새로운 꼬막의 종류는 아니고 주름이 깊고 선명한 참꼬막을 전라도에서 달리 부르는 말이다. 그만큼 차례에 빠지지 않았던 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살짝 데쳐 차례상에 올린다. 꼬막만큼이나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재료가 병어·홍어·낙지다. 강정숙 전남 나주 남파(박재규) 고택 9대 종부는 “홍어나 병어는 토막 내고, 낙지는 꼬치에 말아 간장·참기름·대파로 양념해 화롯불에 굽는다”며 “차례 후 가족들이 맛있게 음복할 수 있도록 굽거나 찌는 데 엄격한 기준은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밖에 쌀로 만든 식혜도 자주 오른다.
경상도…양반에 걸맞은 생선은 문어렷다
“문어를 안 쓰면 차례 헛 지냈다 하니더.” 장성진 경북 안동 경당 장흥효 11대 종손이 꼽는 으뜸 차례 음식은 문어다. 검은 먹물을 뿜어내는 문어는 글자를 알아 양반에 걸맞은 생선이라는 것. 안동 경당종택에서는 문어를 썰어 산적을 만들고 방어·고등어와 함께 제기에 담는다.
경북 영덕에서는 아예 문어를 통째로 삶아 대게와 함께 올리기도 한다고. 이때 참상어 산적은 빠져선 안 되는 차례 음식이다. 네모나게 썬 모양으로 ‘돔배기’라 불리는 상어고기는 염장기술 덕에 경북 동해안과 내륙 가릴 것 없이 즐겨 쓰고 있다.
제주도…떡 대신 빵도 좋소
떡이 없으면 빵으로! 제주도 제사상에는 롤케이크·카스텔라·팥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쓴다. “제주도에선 논농사를 거의 안 지으니까 쌀이 부족했죠. 보리로 만든 빵이 상에 오르곤 했는데 지금은 입맛대로 초코파이까지 올려요” 책 <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의 공동저자 강수경씨의 설명이다. 또 좁쌀로 만든 술떡 ‘오메기떡’이 유명한데, 그 떡으로 빚은 탁주인 오메기술은 단골로 쓰이는 제사용 술이다.
제주도에선 돼지고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삶은 고기를 산적으로 쓰거나 통으로 삶아 올리는데, 명절에 쓰이는 양이 쇠고기의 3배에 이른다.
첫댓글 설 차례상이 제일 곤란해요.
올리는 조상님 수보다 먹으러 오는 후손 수가 적어서
떡국이 남아 결국엔 버리게 되거든요. ㅠㅠ
차례상은 구색을 다 갖춰야 하니까요.ㅠㅠ
난 강원도 음식이 제일 맘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