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발견해 이름 얻었지만 자생지 사라져… 멸종위기 습지식물
국립생물자원관이 3천포기 증식해 오송제에 식재키로
» 오송제에 복원될 전주물꼬리풀이 개화한 모습. 멸종위기종 2급의 희귀종이다.
올여름 전주 송천동 오송제 습지에서는 낯선 붉은 보랏빛 습지식물을 볼 수 있게 된다. 개발과 훼손으로 자생지가 사라진 전주물꼬리풀이 복원되는 것이다.
이 식물은 우리나에선 처음 전주에서 발견돼 '전주물꼬리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습지가 개발되면서 자생지가 사라져 현재는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개발되기 쉬운 저지대에서 자라는데다 꽃이 아름다워 채취 압력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이 식물을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하는 한편 대량 증식에 나섰다.
» 전주물꼬리풀 꽃의 확대 모습. 꿀풀과의 다년생 식물로 8~10월 개화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지에서 채집한 전주물꼬리풀의 씨앗으로 3000포기 이상의 개체를 길러내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전주시에 기증한다고 14일 밝혔다.
» 자생지 씨앗으로 대량 인공증식한 전주물꼬리풀 모종.
» 인공증식한 전주물꼬리풀을 심을 전주 송천동 오송제의 모습.
전주물꼬리풀은 전주 송천동 건지산 자락에 위치한 도심 생태공원인 오송제에 심겨질 예정이다.
이 식물을 1912년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사람은 일본인 식물학자 모리로 발견지를 '전북 전주'로 기록했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전주물꼬리풀이 심겨질 오송제가 원래 자생지인지는 불분명하다.
사실, 전주물꼬리풀이란 이름을 지은 이는 모리가 아니라 원로 식물학자인 고 이창복 교수였다. 그는 1969년 라틴어 학명만 있는 이 식물에 기준표본의 발견지를 따 현재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김수영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1970년대 이후 전주에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전주물꼬리풀이 원 자생지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제주 이외에는 남부 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보고된 것이 없는 형편이다. 식물 이름에 특정 지명이 붙은 예가 드문데다 야생화가 드문 늦여름인 8~10월에 아름다운 붉은 보랏빛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식물이 됨직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