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광복회광주광역시지부
 
 
 
카페 게시글
역사교실 스크랩 꾼-의병연구가
문대식 추천 0 조회 9 19.12.23 03: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꾼]의병문학 연구가 이태룡씨
'역사 오류 바로 잡고 싶었습니다'
366명 의병장 행적 책 4권 분량으로 이미 정리
부산일보 2008/02/28일자 022면 서비스시간: 09:13:43
 

사진 설명:
"선생님, 전통운율을 왜 7.5조라고 하나요? 향가도 시조도 7.5조가 아닌데, 그럼 어디서 그 말이 나온 건가요." 선생님의 말문이 막혔다. 국어책에 그리 돼 있는 걸 어쩌라고.

겁없이 국어교과서에 저항(?)했던 그 고등학생은 훗날 국어교사가 됐다.

지난달 '한국현대사와 의병투쟁' 3권 일화편, 4권 답사편을 낸 이태룡(53·사진) 씨. 양산 물금고교 국어교사다.

"일본문학사에 답이 있었어요. 일본의 시가는 7세기부터 19세기 말까지 7.5조 운율이 주조에요. 일본문학사가 조선문학사로 둔갑한 거죠. 일제강점기 안자산이 쓴 '조선문학사'의 오류를 교과서에서도 되풀이하고 있었던 거죠."

건방지게 한국문학사를 정리하겠다고 나섰더랬다. 1990년 한국문학선집을 냈다. 학생용도 만들었는데, 본집엔 학생들에게 유익한 작품을, 부록엔 해를 끼친 일제 앞잡이의 작품을 실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의병장들이 남긴 가사와 한시의 참뜻을 발견했고, 의병문학을 전공해 박사논문까지 썼다. 그렇게 의병에 매달린 지 20년이 넘었다.

용어 하나에도 민감했다. "강화도수호조약부터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경장, 을미사변, 을사보호조약까지 구한말의 사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임오군란을 제외하면 죄다 일본의 역사용어에요. 광복절인 8·15를 일본이 패전기념일이라 부른다고 우리도 그리 표기할 순 없잖아요. 일본이 아무리 갑오개혁이라 해도 일본군 5천여 명을 동원해 궁궐을 침범한 사건을 그리 부를 순 없지요. 강화왜란, 갑신왜란, 을미왜란, 갑오왜란, 을사왜란이라 쓰는 게 맞다고 봐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전사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그와 술잔을 나누며 들었던 집안 내력에서도 언뜻 그런 느낌이 들었다. 큰 할아버지가 19세 때 진주병기창을 폭파하다 죽었다고 했고, 아버지가 진주사범에 합격했을 때 할머니가 '원수놈의 나라에서 훈도짓을 하겠다는 거냐'며 합격증을 찢어버렸다고도 했다.

술잔을 잡은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굽어있었다. 1980년 학생운동으로 잡혀갔다가 보안사의 군홧발에 짓이겨지고 바늘로 찔려 빠졌던 엄지손톱의 상흔이다. 보안사는 그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가담자로 조작하려 했다 한다.

"의병장들의 삶은 더했어요." 불쑥 노응규 의병장 이야길 꺼냈다. "진주성을 함락한 노응규 의병장이 의병을 해산하고 난 다음날, 일제 앞잡이에 의해 집이 불탔어요. 의병장의 부친은 활활타는 집 안에서 꿋꿋이 버티다 죽었고, 형은 총살됐어요. 노 의병장은 1907년 2월 16일 경성감옥서 굶어 죽었어요. 독립신문에서 '비도의 수괴'라고 지칭했던 인물이었죠." 날짜 하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의병장의 아들 둘은 젊을 때 객사했데요. 신돌석 의병장의 아들이 8세 때 누군가가 건네준 과자를 먹고 죽은 것처럼 일본 앞잡이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죠. 멸문지화를 당한 거죠. 나라를 위해 애쓴 사람들이 한을 품었는데, 역사 학자들이 그 한을 풀어주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해요." 술맛이 썼다.

지난 1996년부터는 일본비밀기록을 정리했다. "일본경찰비밀기록인 '폭도에 대한 편책'을 번역한 게 있는데, 이게 8포인트 크기에 국한문한자로 8천143쪽이에요. 10년동안 서너번은 통독했어요. 그렇게해서 366명의 의병장 행적을 정리한 책 4권 분량의 원고는 이미 다 써놨어요. 손발이 고생했지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사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구한말 의병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내용으로 가득한데, 그걸 드라마로 만들순 없을까?" 지인들은 그를 '의병장'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ttong@사진=이재찬 기자 chan@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