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김 현 준
코로나 19가 급작스럽게 확산된 원인은 대구 신천지 교회의 두 차례에 걸친 밀착 집회에 있다 하겠다. 일찍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행정 및 방역 당국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더라면,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천지는 교주 이만희 총회장 중심의 교리를 만들고 이에 맞춰 은밀하게 포교한다 하여 일찍부터 경계의 대상이었다. ‘추수꾼’ 이라 부르는 전도인을 동원하여 일반 기독교 신도들을 포섭한다는 소문이 무성하여, 개신교 교회 출입문에는 ‘신천지 출입 금지’ 경고문이 붙어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이만희의 죄상을 밝혀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어 검경은 수사에 들어갔다. 그의 행적이 묘연하여 쉽게 찾아내기 어려울지 몰라도, 차제에 신천지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해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선사와 관련된 구원파가 세상의 이목을 끌었고, 교주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되었으나 흐지부지 끝난 사례가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의 대응과 사후처리 문제가 비화되어 탄핵에까지 이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볼 때 사이비 종교의 실상을 파헤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버티기 수법은 날로 진화해왔다. 더구나 신천지 교인들이 30여 만 명을 넘는 시점에서 그 세력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며, 사회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법 집행은 합법적이면서도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하며, 선량한 신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왜 우리사회에 이와 유사한 신흥 및 사이비 종교가 활개를 치고 번성하는 것인지, 그 원인 분석에 나설 때라고 본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고 문맹률이 제로에 이르며, 대학 졸업자의 비율이 세계 최고라는 문명국에서 이런 사이비성 신흥종교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저명한 사회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테마다.
신천지 교회는 최대한 가릴 수 있는 데까지 가리고, 버틸 수 있는 시간까지 버티려고 한다. 이는 세월호와 관련한 구원파의 행태와 유사하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지나치게 방종으로 흘러도 내버려두는 시법 당국의 수사 의지를 묻고 싶다. 항간에 퍼진 권력기관에 대한 신천지 측의 로비는 없었는지, 관련된 정, 재계 인사들은 없는지 국민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신천지 교회가 신도들의 명단을 감추려했어도, 대부분 드러났다. 아직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는 신도들이 코로나 19 유증상자로서 지금도 전파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이제 버텨도 소용없고, 오히려 수시로 거짓말을 하는 비 신뢰집단으로 매도될 뿐이다. 신도 개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며, 개인 정보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불법적인 재산 증식이나 강제 헌납 등은 조사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젊은 날 초상집에 가면 노름이 허용되었다. 그중에 ‘버티기‘ 라는 게임이 있는데, 두 장의 화투를 가지고 서로 겨루는 것이다. 두 장이 똑 같으면 ’땅‘이고 끝수가 아홉이면 ’가보‘요, 하나면 ’따라지‘, 영이면 ’무대‘라 했다. 그런데 반드시 높은 패라 해서 이기지 못하는 게 묘미다. 참가자는 서로 돈을 올리면서 버티는 것이다. 잘만 버티면 상대의 기를 꺾어 포기케 하고 돈을 따는 게임이다. 좋지 않은 패를 가지고 상대를 속이려면 온갖 트릭을 쓰며 기밀을 지켜야 한다.
나는 이 버티기 게임에 소질이 없었다. 표정이 금방 노출되어 상대가 나의 패를 어느 정도 짐작해버리니까 말이다.
유태인 의사가 나치의 감옥에서 가스실에 불려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리 조각 하나를 주웠다. 그는 매일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하면서 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나치는 매 시간마다 가스실로 보낼 유태인을 뽑았다. 그러나 매번 새파랗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젊은 의사를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의 가스실 행이 하루 이틀 미뤄지다가 드디어 독일이 패망하고 젊은 의사는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하나님은 결코 도움을 늦추지 않으신다. 다만 우리가 너무 성급해서 하나님이 도와주실 때까지 참지 못할 뿐이다.” 라고 그 젊은 의사는 말했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온 국민의 버티기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공개하는 것만을 능사로 생각지 말고,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가능한 정보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국민은 짜증이 나겠지만,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안전을 위해 꿋꿋하게 버텨나가야 한다. 마스크 하나만을 놓고 거짓말이니, 비싸니, 왜 없나? 하며 싸울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우리의 성숙한 대처를 의연하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20.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