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힌남노’ 6일 경남 해안 상륙 전망
[태풍 ‘힌남노’ 북상]
당초 예상 경로보다 서쪽 치우쳐, 내륙 관통할 수도… 대응 비상
초속 50m 강풍, 건물 부술 수준
시간당 100mm 집중호우도 예상
미국 콜로라도대 대기협력연구소에서 공개한 2일 오후 3시 동아시아 위성사진에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이 잡혔다. 힌남노는 최대 풍속 초속 50m 이상의 강한 강도를 유지한 채로 6일 새벽 우리나라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콜로라도대 홈페이지 캡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당초 예상과 달리 6일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내륙을 관통하거나 서울 등 수도권에 강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가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 예측 경로에 따르면 6일 새벽 부산 인근 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날까지 힌남노는 부산 앞바다 50km 지점을 지날 것으로 예측됐지만, 하루 만에 ‘상륙’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기상청은 “태풍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의 중심 풍속, 주변 기압계 상황에 따라 힌남노 북상 경로가 서쪽으로 더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태풍이 제주 서쪽을 지나 전남 남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중 가장 강한 수준이다. 상륙 시점인 6일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40∼950hPa(헥토파스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의 상륙 당시 중심기압보다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세져 더 강해진다.
힌남노 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날리거나 건물을 부술 수 있는 풍속이다. 전국 곳곳에 시간당 50∼100mm의 집중호우도 예상된다.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2일부터 비가 시작됐다. 2∼4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350mm, 전남 남해안과 경남권 해안 50∼150mm, 수도권 20∼70mm 등이다.
기후변화가 키운 ‘괴물 태풍’, 더운 바닷물로 위력 유지
6일 경남 해안 상륙할 듯
‘태풍 경로’ 수온 평년보다 1, 2도 높아
힌남노가 ‘역대급’ 강한 태풍으로 북상하는 이유는 온난화와 이상기후 때문이다.
2일 기상청의 해수온도 지도에 따르면 현재 남중국해 수온은 30도 이상으로 북서태평양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태다. 특히 태풍이 지나는 길목의 해수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아 최고 수온을 이루고 있다.
태풍은 열에너지를 흡수하며 위력을 키운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으면 태풍 위력은 강해진다. 힌남노가 ‘초강력’ 혹은 ‘매우 강’의 강도를 유지하며 북상하고 있는 이유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은 이유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열대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한반도 방향인 서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 인근 수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3년 연속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은 21세기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는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도 높은 상태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온난화에 라니냐가 겹치면서 동북아 지역의 수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상승한 상태”라며 “올해 9, 10월 동아시아를 찾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도가 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기자, 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