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리가 김태곤의 신명난 꽹과리 장단에 이 노래를 신나게 따라부를 수도 있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3oPUou9qNy4 ), 잠깐 멈추고 노래말을 씹어보면 이상야릇하고 불길한 낯설음이 피어오른다.
간밤에 울던 제비 날이 밝아 찾아보니
처마 끝엔 빈둥지만이
구구 만리 머나먼 길
다시 오마 찾아가나 저 하늘에
가물 거리네 헤에야 날아라
“망부석”이라면서, 정읍사의 행상 나선 남편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신라의 왕자를 구하러 왜국으로 간 박제상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제비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제비처럼 떠난 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떠난 님의 존재[있음] 특성이 제비란 뜻이니 제비를 그리워하는 셈이다. 떠난 제비를 그리워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닌가? 그런데 노래를 떠받치고 있는 이 신명난 살아 있음의 활력의 기운(the Force, 氣)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놀라운 것은 제비를 기다리는 데 초점이 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제비가 돌아오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다시 오마 찾아가나) 오히려 떠나는 제비와 함께 그리움의 마음이 날아가고 있고 함께 하고 있다.
님과 떨어져 있어도 님과 하나다.
헤야 꿈이여 그리운 내 님 계신곳에
푸른 하늘에 구름도 둥실둥실 떠가네
높고 높은 저 산 너머로
내 꿈마저 떠가라 두리둥실 떠가라
오매불망 내 님에게로
노래하는 이는 제비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 슬프되 슬픔에 빠져있지도 아니하다. 구슬픈 가락 속에서 묘한 활기가, 살아 있는 기운이 넘쳐 흐른다. 제비를 그리워하는 이는 제비의 살아 있는 그대로, 살아 가는 그대로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제비의 있음과 함께 춤추고 있고, 노래하고 있다.
이 묘한 활력과 신명은 여기서 나오는 것인가?
슬픔의 저 밑바닥에서 살아 있는 활력이 노을처럼 피어오른다.
제비는 어떤 존재인가? 제비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제비는 그 있음의 특성상 머무를 수가 없이 살아 있는 존재다.
봄에 사랑하고 여름에 자손을 기르고 가을이 되면 1만 킬로미터 저 남쪽으로 날아가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야만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존재다. 오가는 동안 죽은 경우도 허다하므로 돌아오는 존재가 아니라 돌아올 수도 있는 존재다. 남쪽으로 안 가고 한국의 겨울에 머무르면 그냥 100% 죽는다.
제비는 하늘을 날고 하늘을 뜻을 따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의 순환은 하늘의 뜻이며 제비는 이 있음의 운명적인 역사를 따라야만 살아 있을 수 있다.
누구보다 하늘에 가까운 제비는 하늘의 뜻을 따르고 제비 있음의 역사를 펼쳐 낸다.
이 제비 있음의 운명은 고된 것이기도 한지라 제비의 수명은 보통 3~5년이다. 드물게 8년 이상 사는 제비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스마트라나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가기도 하는 긴 여행 속에서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비는 떠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며 운명처럼 죽기도 하고 운명처럼 돌아오기도 하는 존재이다.
제비와의 사랑은 그야말로 기약이 없는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 기약 없음에도, 일시적임에도, 빛난다.
노래하는 이[노래쟁이]는 이 제비 있음의 집을 노랫말로 짓고 노래하고 춤추고 있다.
말은 있음의 집이며, 말하는 자는 이 있음의 역사를 운명으로 감내하고 누리는 자이다.
노래쟁이는 지금 여기에 꿋꿋이 서서, 인간 존재에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불안과 슬픔이라는 근본 느낌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이 스스로 흘러가는 그대로 있음의 집인 말로 노래한다.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구슬프나 힘찬 노래를 부르는 힘은, 불안과 슬픔의 근본 느낌을 감내하며 흘러가게 하는, 이 ‘지금 여기에 서 있음’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랑은 한때일지라도, 반드시 죽어야 하는 존재인 인간 존재의 살아 있음에, 봄이 와서 꽃이 피는, 있음의 빛을 선사하는 것이다.
죽음으로 가고 있음인 사람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떳떳할 수 있다면,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랑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에 떳떳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랑하는 만큼만 떳떳할 수 있다.
깊은 밤 잠 못 이뤄 창문 열고 밖을 보니
초생달만 외로이 떴네
멀리 떠난 내 님 소식 그 언제나
오실 텐가 가슴 졸여
기다려지네. 헤에야 날아라
떠날 수 밖에 없는 존재를 사랑하고 잊지 않는다. 기다리되 님의 오고감에는 완전히 열려 있다. 오히려 님과 함께 날아가고 있고 움직이고 있다. 일심동체다.
헤야 꿈이여 그리운 내 님 계신 곳에
달 아래 구름도 둥실둥실 떠가네
높고 높은 저 산 너머로
내 꿈마저 떠가라, 두리둥실 떠가라,
오매불망 내 님에게로
달아래 구름도 둥실둥실 떠가네
높고 높은 저 산 너머로
내 꿈마저 떠가라 두리둥실 떠가라
오매불망 내 님에게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의 떠날 수 밖에 없음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 있음의 빛은, 슬픔과 불안의 구슬픈 가락에 꿋꿋이 서서, 죽음으로 가고 있는 인간존재가 유일하게 떳떳하게 빛나는 순간이며, 살아 있음의 활기가 신명나게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