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따자'고 하면 선수들이 부담될 테니 고생한 만큼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뜻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2012년 런던올림픽 양궁 개인·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기보배(26)
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보낼 응원 메시지를 두고 한참 고민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기보배는 28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17·세화여고)·김아랑(19·전주제일고)·박승희(22·화성시청)를 위한 응원 문구를 직접 작성하며 선전을 기원했다.
"올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린 동생들이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겠어요. 그 마음 잘 알기 때문에 작은 응원이나마 힘을 주고
싶네요."
양궁 대표팀 기보배는 “나이순으로 써야 한다”며 소치올림픽 응원 메시지에 여자 쇼트트랙의 박승희, 김아랑, 심석희를 순서대로 적었다. 기보배는 “최고가 돼라는 뜻에서 왕관을 그렸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기보배가 이들과 친해진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였다. 박승희·김아랑과는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 있는 '태릉선수촌 성당'에 함께
다니면서 가까워졌다. 심석희는 지난달 3일 윤곡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인연으로 친해졌다. 금세 언니·동생 사이가 된
4명은 요즘도 수시로 카카오톡을 주고받는다.
"양궁과 쇼트트랙이 서로 종목은 다르지만 동계·하계 대표 '효자
종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잖아요. 그래서 쇼트트랙 동생들이 '언니, 우리는 잘해도 본전이래요'라고 할 때마다 마음 깊이 공감이
됐어요. 메달을 따는 게 당연해지다 보니 어린 선수들의 부담이 커진 거죠."
기보배는 후배 선수들이 부담감에 흔들릴 때마다 함께 수다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어줬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찾는 선수촌 성당은 박승희와 김아랑에게 휴식처와 같았다.
지
난 22일 출국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현재 프랑스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기보배는 "(심)석희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계속 말을 걸었는데 유난히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귀여웠다"며 "(박)승희는 대표팀 맏언니답게 어른스럽고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김)아랑이는 늘 웃는 얼굴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만날 때마다 유쾌했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쇼트트랙은 경기 도중 돌발
사고가 많은 것 같다"며 "동생들이 다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