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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10
S#1. 아트센터 일각 / 밤
두 사람, 말 끓겨 어색하게 서 있다.
영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줄 살며시 꺼내는데 퇴근하던 은희, 인사하고.
은희 : 부원장님, 저 먼저 퇴근할께요.
준우 : 그래요, 수고했어요.
은희 : 참, 연습실에 한번 들르세요. 정아미 선생님이 부원장님 언제 오시냐고 계속 물으시던데.
준우 : 네, 들러볼께요.
은희 : 내일 뵈요. (나가고)
영지 : . . . . . (핸드폰 줄 손에 꼭 쥐고 있고)
준우 : . . . . 연습실에 같이 가볼래요?
영지 : 아 아뇨.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냥... 편챦으시다길래 걱정 돼서 와본거예요.
영지, 인사 꾸벅하고 걸어나온다.
준우, 영지 뒷모습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S#2. 아트센터 일각 / 밤
영지, 걸어나온다. 옆의 공터를 본다. ....
<플래쉬백 2부, 준우와 함께 삼겹살 먹는 인부들 사이로 오던 모습......>
쓸쓸한 미소. 영지, 걸어가고.
S#3. 연습실 / 밤
계속 되는 아미의 춤.... 두 손 모으고 마무리.....
강사 :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박수치며 ‘수고하셨습니다’.
아미, 도경에게 다가간다.
아미 : 도경씨, 여긴 웬일이예요?
도경 :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제 심장이 멎어있습니다, 지금.
아미 : 여긴 웬일이냐니까, 딴 소리는...
도경 : 지나는 길에 들러봤어요. 연습실에 계실 것 같더라구요.
준우, 들어온다.
아미 : (반갑게) 어머 준우씨!
도경, 돌아본다. 준우, 걸어온다. 어? 아까 로비에서 본 사람이네....
도경, 다시 아미를 본다. 준우를 바라보는 아미의 표정, 밝게 웃는다. 도경, 괜히 위축되고....
도경, 준우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아미 : 얼굴은 좋아보이네요.... 난 많이 아픈가 걱정했는데...
준우 : 꽃바구니 감사했어요. 그런거 태어나서 처음 받아 봤습니다.
아미 : (애교) 정말? 또 안해보신거 뭐 있는데요? 제가 다 처음으로 해드리고 싶은데.....
도경 : . . .(준우를 본다.... 질투심)
아미 : 청주는 잘 다녀오셨구요?
준우 : 네, 지금 막 올라왔습니다.
아미 : 나도 언제 한번 구경갈께요.
준우 : 그러세요.
도경, 소외된 채 서 있다.... 헛기침 흠흠....
아미 : 아참, 인사하세요. 이 쪽은 최도경씨..... 제 아는 친구구요.
도경 : 친구씩이나... (준우에게) 반갑습니다 최도경입니다.
아미 : 그리고 이 쪽은 준 아트센터 김준우 부원장님.
도경 : . . . . .!??? (어디서 들었지 싶은)
준우 : 아까 로비에서 뵜죠.
도경 : 예. . . . 반갑습니다...
아미 : 제가 맥주 한잔 살께요. 준우씨 시간 되시죠?
준우 : 일이 좀 남아있는데....
아미 : 아이... 그러지말구 같이 가요오. 네? (애교로 조르는) 아우... 맥주 한잔도 같이 못해요?
준우 : 알았어요. 정리하고 내려올께요. (나가고)
아미 : 도경씨, 로비에서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금방 나갈께요.
S#4. 아트센터 로비 / 밤
머리를 잡으며 왔다갔다 하는 도경, 뭔가 기억해 내려는....
도경 : 준 아트센터.... 부원장 김준우..... 분명히 어디서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었지? 아.... 기억이 안나네.... 분명히 들었어.
귀에 익은 이름 인데.... (한참 왔다갔다. . .괜히 벽도 한번 팍 치고. . .하다가 번쩍 생각난 듯 손가락 딱) !!!
< 플래쉬백 7부 --
영지 : 나요, 좋아하는 남자 생겼어요. 댁보다 훨씬 잘생기고 집안좋고 학벌좋고 유학도 다녀오구 엄청 잘난 남자예요.
영지 : (애정을 담아 하나하나 또박또박) 김,준,우! 이름도 멋지죠?
영지 : 뻥치는거 아니거든요. 준 아트센터 부원장이예요.
놀란 얼굴로 서 있는 도경.
도경 : 서영지...... 왜 그런 엄청난 짓을!
S#5. 맥주 전문점 / 밤
건배하는 세 사람. 노란색, 다갈색, 흑색의 맥주를 놓고 앉아있는 아미 도경 준우.
(도경은 아미가 준우와 연결되는걸 막기 위한 제 1차 시동)
아미 : 준우씨, 이 집 맥주 맛있지 않아요? 여기서 직접 만든대요.
준우 : 맛있네요.
도경 : 다음엔 영지씨 데려오실꺼죠?
준우 : !!
아미 : 아뇨 영지씨랑은 더 좋은데 갈꺼예요.
준우 : 영지씨를 아세요?
도경 : 그럼요. 같은 동네 친굽니다.
준우 : 네에.....
도경 : 요새 누굴 좋아한다고 그러던데 아직 그 남자를 안보여주네요.
준우 : . . . . .
아미 : 도경씨 아니예요? 영지씨가 좋아하는 사람?
도경 : 아아뇨. 저랑 비교도 안되게 멋진 사람이라고 자랑하던데...
아미 : 괜히 질투 유발할려구 그런거겠지. 도경씨한테 사귀자고 했었다면서요, 영지씨가.
준우 : . . . .
도경 : 에... 장난이죠. (맥주 마시다 잘못 놓는척 하며 테이블에 쏟는다) 어이쿠!
아미 : 어머!
도경 : 죄송해요. (냅킨으로 테이블 닦고) 화장실가서 얼룩 좀 지우고 오셔야겠다.
아미 : (스커트를 털며) 괜챦아요. 많이 안튀었어요.
도경 : 여기 튀었네. (쫓아내다시피) 빨리 다녀오세요. 빨리.
아미 : 잠깐 실례할께요... (자리를 뜬다)
도경과 준우 둘만 남았다. 도경, 뭔가 작업을 해보려는.
도경 : 자, 한잔 하시죠.
준우 : (도경의 잔 가리키며) 술이 없으시쟎아요.
도경 : 아, 그렇지. (부르는) 언니! 여기 5백 하나 더! 아. . . 영지씨도 같이 있었음 좋았을걸 그랬네...
준우 : 영지씨랑은 오래 아셨어요?
도경 :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서영지가 좋아한다는 분이 김준우씨 맞는 것 같습니다.
준우 : . . . . .
도경 : 서영지 성격 아시죠? 허튼 소리 막해대는 사람 아닙니다. 똑똑하고 속도 깊고....
그런 사람이 나한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을 했다... 이거 사건입니다.
준우 : (말없이 맥주마신다. 기쁘면서도 마음 아프고)
도경 : 영지씨 사람 참 좋아요. 귀엽고 이쁘고 씩씩하고...
준우 : (미소) 저도 알죠.
도경 : (좋아서) 아시죠? 역시! 사람보는 눈이 있으실 줄 알았어....하하하....
아미 : (다가오며)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도경 : 아닙니다. 자, 한잔 하죠. (큰소리로 부르는) 언니! 나 5백 언제 줄꺼야! 5백년 후에 줄꺼야?
S#6. 공원 / 아침
도경, 기분 좋은 듯 몸풀며 뛰고 있다. 복싱하듯 칙칙 소리내며 잽을 뻗어보기도 하고.
영지, 저만치서 걸어온다.
도경 : (밝게 소리치는) 영지씨! 여기예요.
영지 : 뭐예요, 아침 댓바람부터.
도경 : 뉴스 속보라니까요. 긴급뉴스! 우리 연합 합시다!
영지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또.
도경 : 나 어제 김준우씨 만났어요. 준 아트센터 부원장 김준우.
영지 : !!!
도경 : 정아미랑 만나고 있더라구. 당신이 좋아한다는 그 멋진 남자를!
영지 : . . . . .
도경 : 저 슬픈 표정 좀 봐..... 쯔쯔쯔.....
영지 : 겨우 그 얘기할려고 불렀어요? 얘기 끝났음 가볼께요.
도경 : (잡으며) 겨우 그 얘기라니!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구만.
영지 : 계속 이러면 나 또 신발 벗는다.
도경 : (잽싸게 무릎꿇고 영지의 발목을 잡는다, 신발 못 벗게) 난 정아미가 좋아요. 당신은 김준우가 좋지?
우린 동지가 될 수 있어요, 영지씨.
영지 : 나더러 꿈 깨라고 충고한 분 아니셨어요? 그런 사람은 나한테 벅차다고.
도경 : (벌떡 일어서며) 아니! 어제보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 사람 잡게 내가 도와즐게요. 영지씨도 날 도와줘요.
영지 : 나 깨끗하게 포기했어요.
도경 : 어제 슬쩍 떠보니까 그 사람도 영지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영지 : . . . .(마음 출렁이지만) 좋아하건 말건 상관없어요. 깨끗이 지웠어요, 나는.
도경 : 거짓말. 지금 속마음을 읽어볼까요? 네 도경씨, 날 좀 도와주세요. 그 사람 잡아 팔자 한번 펴보고 싶어요.
영지 : (신발 한 짝을 벗어든다)
도경 : 어..어.... (뒤로 물러서며) 다시 생각해 봐요! 이건 우리 인생의 기회야 기회! (뒤돌아 뛰어간다) 맘 바뀌면 전화해요!
영지 : . . . . .(신발 내려놓고)
햇살 맑고 나뭇가지 바람에 흔들거리는 기분좋은 날씨. 공원 일각.
영지, 씩씩하게 걸어간다.
영지 :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어, 난. 그래서 다시 씩씩한 서영지가 된거야. 오케이? 오오케이!
S#7. 영지네 마당 / 아침
달구, 양치질 하고 있다. 영지, 대문을 벌컥 열고 과장된 씩씩함으로 들어온다.
영지 : 아버지, 나 그 사람 싹 다 씻어냈어. 이제 말짱해! (맨손 체조 하듯 팔 다리 쫙쫙펴고 움직이는) 아싸, 좋다.
아버지, 나 다음주까지 동화 한편도 마무리 할꺼야. 기대하세요, 커밍순! (마루로 들어가는)
달구 : (영지 들어간 마루를 물끄러미 보다가) 너 아직 늪이다. 늪에서 허우적대면 더 깊이 빠져. 그러다 죽는다.
영지(E) : 뭐라구? 안 들려 아부지. (또는 부엌에서 이 대사를 해도 좋겠고)
달구 : 이미 걸린 덫을 어쩌겠냐. 발버둥치면 더 아프지. 가만가만 숨쉬면서 앉아 있어봐. 또 길이 나온다. 너무 애쓰지 마라.
S#8. 아미네 거실 / 아침
영지, 씩씩하게 아침식탁 차리는 중. 국과 생선, 나물까지 있는 진수성찬의 밥상.
아미 : 우와. . . .오늘 무슨 날이예요? 내 생일은 아닌데...
영지 : 그냥 오늘부터 더 힘내서 씩씩하게 살자구요.
아미 : 무슨 일 있어요?
영지 : (방긋) 저 오늘부터 사업 하나 시작해요.
S#9. 지하도 / 낮
귀걸이 잔뜩 걸린 가방 펼쳐놓고 서 있는 영지. 어색하고 창피하고... 한마디도 못 질러보고 가만히 서있다.
영지 : . . . .(용기내어) 예쁜 귀걸이 좀 보고 가세요.... 수공예품입니다. 목걸이 한번 해보세요.
떡장사 아줌마 커다란 고무다라이를 머리에 얹고 와 영지에게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아줌마 : 아가씨 여기서 뭐하는거야!
영지 : . . .장사. . 하는데요.
아줌마 : 여기 내 자리야. 비켜요. (영지 확 밀쳐내며) 저리 가!
S#10. 거 리 / 낮
가방 펼쳐놓고 앉아있는 영지.
영지 : 예쁜 귀걸이 하나 보고 가세요. 직접 손으로 만든 것도 많아요.
가슴에 대학교 파일을 든 여대생 2명, 다가와 귀걸이를 고른다.
영지 : 피부가 깨끗하셔서 이 빨강색도 잘 어울리시길 꺼 같네요. 거울 여깄어요. 한번 해보세요.
여자들, 귀걸이 해본다. 지나가던 여자들도 다가오고.
영지 : 어서오세요.... 편하게 해보세요. 이쪽은 다 직접 만든거예요. 와, 언니 그거 잘 어울리신다.
학생 : 얼마예요?
영지 : 6천원인데 5천원만 주세요.
호루라기 소리난다. 단속반원 뛰어오며
단속 : 거기서 장사하면 안돼요!
S#11. 거리 일각 / 낮
호루라기 소리 계속. 가방 가슴에 안고 뛰어가는 영지. 뒤돌아보며 뛰다가 발에 걸려 넘어진다.
넘어지면서 가방 확 열리고 귀걸이 목걸이 핸드폰 줄 땅에 우르르 쏟아진다.
영지 : . . . . .
귀걸이들 지나가는 사람 발에 차인다. 영지, 열심히 주워 담는다.
S#12.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바쁘게 통화중.
준우 : 그건 조직위원회 홍보부 문팀장님과 상의하시면 될겁니다.... 네.
문이 열리고 영지가 웃으면서 들어온다.
준우 : . . . . 영지씨?
준우부, 다가오며
준우부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준우 : . . . . .
준우부 : 오늘 미술관 협회 모임에 니가 대신 가야겠다.
준우 : 아버지 안가시계요?
준우부 : 일이 생겼어. 부부동반 모임이니까 혼자 가진말고. 정아미선생한테 시간 물어봐. 정 안되면 준미라도 데려가든지.
준우 : . . . .네.
S#13. 분식집 / 낮
영지, 급하게 국수 먹고 있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영지, 본다. 김준우라뜨는 이름.
영지 : . . . . . .(받지 않고)
S#14.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창밖 보고 앉아있는데 책상 위에서 전화 진동으로 드르륵. 반가움에 발신자를 보면 정아미.
준우, 실망감 스친다.
준우 : . . .네, 아미씨.
S#15.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통화중. 밝게.
아미 :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오늘밤에 준우씨랑 무슨 모임에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구... 몇시까지 가면 돼요?
이문, 들어선다.
아미 : 그럼 이따 병원으로 오실래요? 여기서 같이 가요. 네... 그럼 전화주세요.
제가 오늘 아주 이쁘게 하고 가서 준우씨를 빛내 드릴께요. 네... 이따 뵈요.
이문 : 여우가 따로 없구만.
아미 : 나 잘하지?
이문 : 잘돼가?
아미 : 응.
이문 : 사랑해?
아미 : 할려구.
이문 : 아직은 아니구?
아미 : 아직은 그냥 그 사람이 필요한거구. 사랑까진 아니야.
이문 : 너 그거 무지 위험해.
아미 : 사랑할꺼라니까. 나 그 사람 싫지 않아. 좋아.
이문 : 나랑 얘기 좀 해. 인생의 선배로 해줄 말 많다, 너한테.
아미 : 나중에 들음 안될까. 나 지금 수술들어가야 해.
S#16. 대학로 뒷골목 / 낮
젊은 여자들, 귀걸이 고르고 있다.
영지 : 편하게 해보세요.
여자1 : 이건 얼마예요?
영지 : 5천원이요. 이쁘죠? 원석이 비싼건데 오늘이 개시라 거의 원가로 드리는거예요.
여자들 이것저것 해보고 ... 전화벨 울린다.
영지 : 네, 선생님.
아미(F) : 혹시 집에 들러서 옷 좀 갖다줄 수 있어요? 오늘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 생겼는데 오늘 입고 온 옷이 마땅치 않아서요...
영지 : (난감한) .....지금요?
S#17. 아미 옷방 / 밤
영지, 옷 고르고 구두 고르고.... 고르다 떨어뜨리고..... 영지, 마음이 급하다.
아미(F) : 화려한 원피스들로 몇 개 가져다 주세요. 아, 거기 어울리는 구두도. 7시까진 도착해줬음 해.
S#18. 아미 진료실 / 밤
땀 닦고 서있는 영지. 원피스 입어 보는 아미. 구두도 신어보고. 맘에 드는 표정.
아미 : 고마워요 영지씨. 나 때문에 장사 손해봤지?
영지 : . . .아뇨. . .
아미 : 우리 간호사랑 실장들꺼 하나씩만 골라줘요. 내가 살게.
영지 : 괜챦아요.
아미 : 그럼 다 산다. 그러지말구 빨랑 다섯 개만 골라줘요.
S#19. 정앤리 클리닉 / 밤
영지, 가방들고 나온다. 걸어가는데 병원으로 오던 준우와 마주친다.
영지 : . . . . .
준우 : . . . . .여긴 웬일이예요?
영지 : 아미 선생님 심부름으로요.
준우 : . . . .아까 전화 왜 안받았어요?
영지 : 시끄러운데 있어서 몰랐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준우 : 그런데 왜 전화 안했어요?
영지 : . . . .저 지금 바쁘거든요.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말없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간다)
준우 : . . . . . .
S#20. 갤러리 / 밤
창이 큰 소규모 갤러리. 가운데 간단한 와인과 치즈 스낵 테이블 차려져 있고
3,40대의 정장차림 젠틀한 남녀들 서서 조용하게 담소 하는 분위기.
준우, 아미와 함께 들어선다. 잘 어울리는 한쌍 같다.
남자 : 김준우씨.... 어서와요. (사람들에게) 이번에 새로 오픈한 준 아트센터 김준우 부원장입니다.
김정석 교수님 아드님이시구요.
준우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 : 같이 오신 분은...
준우 : 정아미씨구요. 성형외과 전문의세요.
아미 : 처음 뵙겠습니다. 정아미예요.
준우, 벽에 걸린 그림들 보며 나이든 남자와 이야기중인데 저쪽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들린다.
아미를 둘러싼 사람들 아미 이야기 들으며 웃고.... 아미,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웃고..... 화려하고 멋지다.
아미 : 저도 로트렉 (‘물랑루즈’등 1890년대 많은 작품활동을 한 프랑스 유명화가) 그림 너무 좋아하는데....
기획전 정말 기대돼요.... 전시회 때 꼭 불러주세요, 만사를 제쳐두고 갈께요.
준우 : . . . . .
S#21. 대학로 뒷골목 / 밤
영지, 가방 펼쳐놓고 서 있다. 울적한 마음 떨치려는 듯 씩씩하게 외쳐댄다.
영지 : 수공예품 귀걸이 목걸이 보고 가세요! 예쁘고 싸고 귀여운 귀걸이 있습니다! (손님 몇 명 발걸음 멈춰서면)
거울보고 한번 해보세요. 오늘이 개시라서 싸게 드립니다. ...음.... 그거 이쁘시네요. 그거말구 이 색깔도 한번 해보세요.
... (사람들 모여들고) 어서오세요!
여자 손님 세사람 구경하고 있고. 영지, 손가락에 침 튀겨 천원짜리 세고 있다.
영지 : (밝게) 아싸, 벌써 삼만원! 갑부탄생이다. 갑부탄생이야.
영지, 주머니에 돈을 넣으며
영지 : 죄송한데요. 잠깐만 구경하고 계실래요? 저 잠깐 화장실 좀.....
여자1 : 다녀오세요.
영지 : 잽싸게 갔다올께요. 그리구 물건 사시면 제가 5백원 깎아드릴께요. (가방메고 뛰어가고)
S#22. 상가내 화장실
물 내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영지. 세면대로 와 물을 세게 틀어 세수한다.
영지 : (거울보며) 서영지! 괜챦지? 다시 옛날의 너로 돌아갔쟎아. 수퍼 또순이 서영지 화이팅!
S#23. 대학로 뒷골목 / 밤
영지, 뛰어오다 멈춰선다. 좌판을 폈던 곳 귀걸이 몇 개 떨어져 있고 큰가방이 싹 사라져 버렸다.
영지 : . . . . . .!!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영지.
영지 : 아줌마, 방금 저기서 귀걸이 고르던 여자 세명 못보셨어요?
영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 찾는 시선. 여자들 셋 저 멀리 걸어간다.
영지, 악착같이 따라가 보면 다른 여자들이다. 영지, 힘빠지고....
영지, 땀에 젖은 얼굴로 지쳐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영지 : . . . . . . .(비 맞으며 터벅터벅 걷는다. 눈물도 난다)................
S#24. 갤러리 / 밤
비 온다. 갤러리 창 안에서는 누군가 첼로를 독주로 연주하고 있다. (바흐 무반주 첼로곡 같은)
사람들 둘러서서 연주 감상.
아미 : (살짝 팔짱끼며 준우 귀에) 너무 좋다, 그쵸?
준우 : . . .(미소). . .
밖은 비 오고. 갤러리 안, 조명도 아늑하고 따스해 보인다.
S#25. 거 리 / 밤
푹 파인 도로에 고인 물을 팍 밟아 튀기는 발. 빈 손의 영지, 일부러 빗물 튀기며 씩씩하게 걷고 있다.
영지 : . . .이런다고 내가 질줄 아냐. . .. . 좋았어! 집까지 뛰어갈꺼야.
영지, 빗속을 뛰기 시작한다. 두 팔 벌려 비도 맞고.... 두발로 펑펑 뛰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고.....
영지(E) : 생쥐의 일기 오늘의 제목, 절망이여 덤벼라! 불안한 희망에 들떠 있을 때 보다 이렇게 바닥을 쳤을 때가
더 편안하고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해. 나는 그 사람을 왜 만나게 됐을까...
그건 지금 이 비가 왜 내릴까 하는 질문과도 같겠지. 스물 다섯 내 인생은 매일매일 절망과의 싸움...
오늘도 버텨보자. 버티다보면 운명도 지치는 날이 오겠지. 힘내라, 생쥐야. 울지 말고 뛰어라!
S#26. 영지네 마당 쪽마루 / 밤
비오는 마당.
영구, 쪽마루에서 자고 있다. 좋은 꿈을 꾸는지 바지 속에 손을 반쯤 넣고 실실 웃으면서 홍알홍알 거린다.
우산 쓴 영민, 대문열고 들어오다 마루 끝에서 자고 있는 영구를 본다.
영민 : 야, 잘려면 방에 들어가서 제대로 자. 추하다, 추해.
영구, 계속 웃으면서 헤롱거리는데 영민 마루로 올라서 ‘들어가서 자라니까’ 영구 엉덩이를 발로 툭 걷어찬다.
영구, 벼락이라도 맞은 듯 벌떡 일어나 앉으며
영구 : (소리치는) 엄마!
영민 : 아으 깜짝이야!
S#27. 영지네 외경 / 아침
S#28. 영지네 마루 / 아침
밥상앞의 달구 영지 영구 영민.
달구는 영구의 말 무시하며 건성으로 흘리고 밥먹는데만 집중. 영구는 신나서 이야기.
영구 : 엄마가 올껀가봐! 어젯밤 꿈, 예삿 꿈이 아니야. 하늘이 준 계시가 분명해...
M : (신비스런 음악 시작되고)
S#29. 허름한 공터 / 낮
영구의 꿈. 영지, 영구, 영민 초라한 차림으로 황량한 공터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후루룩 일어나 불어온다.
삼남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눈 못뜨며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멋진 리무진이 다가와 선다.
영지 : ....?? 저게 뭐지?
삼남매 리무진에 시선집중하면 차에서 말쑥한 양복의 비서 내리고, 긴 모피코트를 두르고 올린 머리를 한 귀부인이 내린다.
귀부인은 뒷모습(또는 옆모습)만 보이는데 광채가 난다.
귀부인 : (에코우로 울리는) 영지네 집이 어딘가요?
영지 : 실례지만 누구세요? 제가 영진데요. 서영지요.
귀부인 : 날 모르겠니? 영지야, 영구, 영민아....
영지 영구 영민 : (서로 마주보며 어리둥절)
귀부인 : 엄마다! (셋을 와락 안는)
M : (비트가 강한 경쾌한 락으로 바뀌며)
S#30. 도로 / 리무진 안 / 밤
화려한 밤거리를 달리는 리무진.
리무진 안에 앉아있는 영지, 영구, 영민. 모두 근사한 옷과 구두, 영화제 시상식 복장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뺐다.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 서로 장난치며 ‘이게 꿈이야 생시야’ 얼굴 꼬집어보고.
영구에게 꼬집힌 영지와 영민은 ‘아우 아퍼’ 소리 치며 영구를 때리고 그러나 모두 들떠 즐거운 모습.
영구(E) : 그동안 엄마는 사업에 크게 성공해서 억만장자가 되셨던 거야. 목표한만큼 성공하고나서 우릴 찾겠다 다짐을 하셨대.
그래서 15년이란 세월이 걸린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소원을 말해보랬어.
세 사람 모두 기쁨에 들떠 카메라 정면 보고 말한다.
영민 : 엄마, 난 유학을 가고 싶어요. 나 공부 1등이거든요.
영구 : 마미, 난 소극장을 하나 지어주세요. 제가 좀 끼를 타고 났거든요. 하하하.
영지 : 난. . . .아흐...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안나요, 엄마. 난 이제 세상에 무서울 게 없어.
(혼자 감정이 차올라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부러울 것도 없구... 열등감도 없고, 슬픈 것도 없어...
삼남매, 촌스럽게 셋이 손잡고 만세 부른다. “만세에. . .만세에” ... 만세 소리와 함께 달려가는 리무진.
S#31. 영지네 마루 / 낮
영구, 신나게 밥 먹으며 이야기. (영지는 담담한 느낌만, 나서지 않는)
영구 : 가슴이 터져 죽는줄 알았다니까. 내 인생에 이런 순간도 오는 구나.
영지 : (쓸쓸, 담담하게)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영구 : 현실이 될지도 몰라. 엄마가 팍 껴안을 때의 그 느낌, 진짜 선명해.
달구 : 오이지 남은거 없냐.
영지 : 다 먹었는데.
영구 : 그러더니 갑자기 장면이 바뀌어서 우리가 아주 멋진 저택에서 밥을 먹는거야. 이따만한 식탁에 진수성찬이 가득인거 있지.
영민 : 그런거 진짜 좋은 꿈인데.
영구 : 우리 엄마 찾자! 경찰에 헤어진 가족찾기 서비스가 있대.
영민 : 정말? 당장 해보자.
영구 : 또 알아? 엄마가 수억 벌어 쌓아놓고 우리를 찾고 계실지.
달구 : 니가 학교다닐 때 한번도 30등안에 들어보지 못한덴 다 이유가 있다.
꿈과 현실도 구분 못하고, 중요한 것과 지나쳐야 할 것도 구분을 못 해.
영구 : 아부지, 세상엔 기적이란 것도 있어.
달구 : 기적은 내 님 실은 마지막 밤차가 울리는게 기적이다, 이놈아. 허튼 소리하지말고 밥들 먹어.
영구 : (못마땅) 아버진 왜 그렇게 염세적이 됐어요?
달구 : 머리 염색을 잘못해서 염세적이 됐다.
영구 : 하여간 이제 엄마를 찾아서.....
달구 : (숟가락 던지며 화를 버럭) 그 놈의 엄마 소리, 그만 두지 못 해!
삼남매 : ....(찔끔) !
달구 : 돌아올 사람이면 벌써 돌아왔다. 15년이 흘렀어. 돌아올 마음이 없거나 죽었거나 둘 중에 하나야.
다신 내 앞에서 엄마소리 꺼내지도 마.
영지 : . . . . . .
S#32. 경찰서 민원실 / 아침
경찰 앞에 앉아있는 영지와 영구.
영지 : 이자, 영자, 숙자 쓰시구요. 나이는 올해 쉰살 되셨구요.
경찰 : 현재 등본에는 말소처리가 돼있네요.
영구 : 15년동안 안 돌아오고 계시니까요.
경찰 : 사진도 갖고 오셨어요?
영구 : 아뇨....사진은 남아 있는게 하나도 없어요.
경찰 : 가출신고 한 뒤로 한번도 연락 온 적이 없었나요?
영지 : 없어요 한번도.....
S#33. 남산 / 낮
남산 봉수대 위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는 영지, 영구. 한강도 보이고 수많은 집과 도로 쫙 펼쳐져 있다.
영구 : 우리가 접수한거 알면 아버지가 우릴 가만두지 않으시겠지?
영지 : 아버지도 엄마가 그리우실꺼야. 왜 그렇쟎아. 상처받은 만큼 잔인해지는거구, 보고 싶은 만큼 화가 나는거구.
영구 : 음.... 우리 생쥐. 역시 작가 지망생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영지 : 우리 엄마.... (어딘가를 가리키며) 한 저쯤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지 않으실까?
영구 : 아니 저쪽! 저기 저 부자동네.
영지 : (손 모아 소리치는) 엄마아. . . 나 영지예요. . .보고싶어요 엄마. . .
영구 : 엄마.... 난 영구... 코 찔찔이 영민이도 다 큰 처녀가 됐어요.
영지 : 엄마. . .. 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엄마.... (눈물 핑글 도는)
서울을 내려다보며 ‘엄마아아....’ 소리치는 영구와 영지.
한 떼의 일본인 관광객들, 저만치서 영지와 영구 소리치는 것 보며 사진도 찍고 구경한다.
관광객 : 난데쓰까?
가이드 : (일어) 스트레스 해소다. 서울 시민들은 남산에 올라 소리 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관광객 : 굿!
S#34. 영지네 마당 / 밤
영지, 들어오는데 영민 마루에서 후다닥 뛰어나오며
영민 : 언니! 언니! 엄마 찾았나봐!
영지 : 뭐?
영지, 놀란 표정에서!
S#35. 유흥가 / 밤
불이 번쩍거리는 휘황한 유흥가.
술 취한 사람들 비틀거리며 지나가고 화장 진한 여자, 가게 밖에서 손님 배웅하며 헤픈 웃음 날린다.
영지와 영구 영민 걷고 있다. 삐끼들 다가와 호객행위하고.
영민 : (기분 나쁜) 뭐야.... 우리 엄마가 이런 술집에서 일한다는거야?
영지 : 잔말 말고 따라와.
영구 : (메모보며) 어? 저기다. 마담 나타샤.
S#36. 룸살롱 복도 / 밤
웨이터 세사람 앞에 서서 걷는다. 영지, 영구 영민 복도를 따라 어디론가 안내된다.
야한 옷 차림의 젊은 여자들 방에서 나와 지나가고.
모두 긴장하면서 기분 안 좋은 표정.
영민 : 나 기분 나빠질라 그래....
영구 : 나두.... 뭐야, 내 꿈이랑 다르쟎아.
웨이터 : 우측의 큰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영지 : 네, 감사합니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해보는)
S#37. 룸살롱 안 / 밤
영지 영구 영민 쪼르르 앉아있다. 긴장된 표정.
영구 : 생쥐 너, 엄마 얼굴 잘 기억 안나지?
영지 : 그래두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애.
영민 : 언니, 우리 나가자. 이런데서 일하는 엄마면 만나고 싶지 않아.
영지 : 조용히 해.
잠시 후 문 열리고 40대 초반의 마담여자, 담배를 물고 들어온다. 여자를 보고 표정이 굳는 삼남매.
마담 : 날 만나러 왔다구?
삼남매 : . . . . . .
영지 : . . . .우리 엄마세요?
마담 : 니 엄마가 누군데?
영지 : 이영숙씨 아니세요?
여자 : 이영숙씨를 알고 있었다고 말을 했는데 얘기가 잘못 전해졌나보네.
영민 : (밝아지며) 우리 엄마 아니시죠?
마담 : 나도 이영숙을 찾고 있거든. 근데 뭐 워낙에 흔한 이름이라 내가 아는 이영숙이 그 이영숙인지는 모르겠다만.....
영구 : 이영숙씨랑 어떻게 아시는데요?
마담 : 십오년전인가 식당일을 하다 만났어. 영숙이 아줌마는 주방에서 일했고 나는 홀 서빙을 했는데
애들 생각난다고 자주 울곤 하셨지. 집안 사정 때문에 애들을 두고 나왔다고 하더라구.
영구 : 불쌍한 우리 엄마....
영지 :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되셨어요?
마담 : 식당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하셨다는데 꽤 돈을 모으셨었나봐...
영민 : (좋아)정말요?
마담 :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크게 다치셨단 얘기까지 듣고 소식이 끓겼어.
영지 : 엄마가 교통사고를요? 아닐꺼예요, 그렇담 집으로 연락을 하셨을텐데....
마담 : 어쨌든 교통사고 났다고 나한테 그 때 돈으로 백만원을 꿔가 셨다.
니들 셋 중에 누가 갚을래. 이자까지 치면 한 천만원 넘을텐데.
영구 : (벌떡 일어나며) 말도 안돼. 이 여자 사기꾼이야.
S#38. 포장마차 / 밤
우동먹는 삼남매, 처량해 보인다.
영지 : 힘 빠질 꺼 없어. 접수하자마자 바로 찾는게 더 이상한거다.
영구 : 우리 엄마 이름이 흔해서 아마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
영민 : 둘 다 자신있어?
영지.영구 : 뭐가?
영민 : 오빠 꿈처럼 엄마가 억만장자가 아니라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이 병 들어서 아님 빚만 잔뜩 지고 돌아와도
그렇게 반갑게 맞을 자신 있어?
영구 : . . . . . .
영민 : 것 봐! 자신없지.
영지 : 난 그래도 엄마가 왔음 좋겠어.
영민 : 왜? 그럼 언니야말로 더 고생일텐데.
영지 : 그래두 엄마라고 불러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영민 : 뭐가 좋은데?
영지 : 난 어릴 때부터 소녀가장으로 살아서 씩씩하면서도 외로워.
영구 영민 : . . . .(물끄러미 영지보는)
영지 :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없는 것도 너무 많쟎아. 돈도 없고, 내세 울 학벌도 없고, 엄마도 없고.....
그런데 엄마가 다시 생겨봐, 얼마나 기쁘겠어.. . . .
영민 : 돈 한푼 없이 돌아와도?
영지 : 날 사랑해 줄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해, 나는.
S#39. 준우네 외경 / 아침
S#40. 준우네 식탁 / 아침
준우 부모, 준우 아침 식사중.
준우부 : 청주껀은 잘 돼가냐?
준우 : 그럼요. 개막하면 두 분도 한번 내려오세요.
준우부 : 당연히 가봐야지.
준우모 : 참, 예성 미술관 유관장이 정아미를 엄청 칭찬하더라.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그렇게 이쁠 수가 없더래.
준우 : ... 뭐... 처음보는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더라구요.
준우모 : 넌 어때? 정원장.
준우 : . . . . .
준우부 : 왜? 선보고 와선 대뜸 결혼할 것 같다더니. ...싫어졌어?
준우 : . . . . .아뇨. . . .나쁘지 않죠.
준우부 : 비엔날레 끝나고 바쁜 것 좀 정리되면 정식으로 상견례 얘기꺼내 봐라.
준우 : . . . . .
S#41. 도경 원룸 / 아침
아미 사진 붙어있는 벽.
도경, 자고 있다. 집 전화벨이 울린다.
도경 : . . . (눈 감은 채) 여보세요..... 응, 아버지.... 웬일이세..... (벌떡 일어나 앉으며) 은행으로 전화를 했었어?
(짜증) 아니 핸드폰 안된다고 그리 전화는 왜 해.... (머리 아픈듯) 아흐. . .. 일이 좀 있어서 그 만뒀어요.
걱정마, 더 좋은 직장 잡았어요, 진짜야. 정말이라니까!. . . . . (놀라) 오늘?
S#42. 성월 사무실 / 아침
수트 빼 입은 도경, 역시 정장을 입은 성월과 마주 서 있다.
<이 시퀀스에선 코믹함 속에 아버지께 걱정끼치지 않으려는 도경의 착한 따스함과 성월 영구의 가상한 우정이 빛나줘야!>
성월 : (난감한) 야! 그렇다고 또 이런 사기극을 꾸미면 어쩌잔거야.
도경 : 좀 도와주라, 형. 효도가 별거냐.
영구, 머리 긁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영구 : 뭐야..... 오늘은 일 없다고 오후에 모이기로 하지 않았어요?
도경 : 어? 서영구, 넌 왜 양복 안 입고 와.
영구 : 으쒸, 내가 양복이 어딨어.
성월 : 영구 입을 꺼 내가 가져왔어.
정장 입은 영구, 돌아선다. 품이 벙벙한 옛날 스타일의 더블마이 양복, 많이 커 보인다.
성월 : 내가 옛날에 뚱뚱하긴 했었구나...
도경 : 야...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아무리 촌사람이지만 우리 아버지가 속을 것 같아?
영구 : 연기력으로 승부하면 됩니다. 걱정마요.
도경 : 영구씨, 개그맨이 꿈이라 그랬지? 얼마나 연기 잘하나 오늘 한번 지켜보겠어.
성월 : 야, 난 아무리 10년을 못 봤어도 아버님이 눈치채지 않으실까? 맨날 너네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디비져 있었는데.
도경 : 형 그 새 팍 삭아서 몰라. 선글래스 껴, 그리구.
S#43. 빌딩 로비 / 낮
(파이낸스 센터 로비같은) 빌딩 로비.
도경, 폼나게 들어선다. 뒤를 돌아보면 선글래스를 낀 성월과 촌스런 양복의 영구, 007가방들고 들어온다.
도경 : 잘 할 수 있지?
영구.성월 : (마주보며 고개 끄덕!)
(E) : 핸드폰벨
도경 : (발신자 보고) 오셨다! (어디론가 달려가 숨는)
도경의 아버지 최칠복(50대 후반의 농사꾼. 선하고 인자한 인상), 수수한 차림으로 촌스럽고 큰 가방들고 들어온다.
구식 핸드폰 귀에서 내리며 ‘전화를 안받네....’ 혼잣말, 두리번 거리며 걸어온다.
영구과 성월, 로비 한켠의 소파에 앉아 외국 잡지와 신문 보며 태연하게 앉아있다.
둘이 뭔가 조용조용 회의하는 척, 진지하게 고개 끄덕거리고. .
도경 아버지, 뻘쭘하니 서서 두리번 거리는데 엘리 베이터 쪽에서 도경이 뛰어나온다.
도경 : 아버지!
칠복 : 에구....우리 막둥아!
도경 : (와서 아버지를 와락 껴안는다) 아부지.... 아부지 그 새 왜 이렇게 말랐어.
칠복 : 마르기는 녀석아.... 얘, 여기가 니 직장이야? 어이구.... 외국 같다 외국같어.
도경 : 나가요, 점심 먹자.
칠복 : 너 은행은 왜 관둔거야. 집엔 말도 안하고.... 그리고 여기가 니 사무실 맞어?
도경 : 맞지 그럼.
칠복 : 거짓말 아니지? 사무실 몇층이야? 한번 가보자.
도경 : 다른 직원도 있는데 가긴 어딜가요. 나가서 점심 드십시다. 내가 좋은거 사드릴께요 아버지.
도경, 아버지 손을 잡고 나가다 성월과 영구를 보고 반갑게
도경 : 어? Hi! 론다 왕! Nice to meet you!
영구 : 오, 제임스 최! 니 하오. 셰셰.
도경 : Your bussiness , ok?
영구 : 진따에 짜아 마른따에 운또와! (진땅에 장화 마른땅에 운동화) 워스 니더 하우 펑유. 칭따오, 띵호와!
도경 : (영구의 말에 열심히 고개 끄덕이며 알아듣는척 해주고, 성월에게) 사찌마라상! 곤니찌와.
성월 : 하이! 곤니찌와. 오겡끼 데스까.
칠복 : . . . .(어리버리)
도경 : 이 쪽은 제 아버지십니다. He is my father. I love him very much.
영구.성월 : (고개숙여 인사) 니 하우! 곤니찌와.
도경 : 홍콩하고 동경에서 온 해외영업팀 사람들이예요. 둘 다 하버드대학 나온 수재야.
칠복 : (고개숙여 인사) 아이구, 영광입니다. 최도경이 애비, 최칠복 올시다.
영구.성월 : (고개 숙여 다시 인사하고)
성월 : 아나따노 오또상와 이찌방데스. 우와기모 야리꾸리데스네.
칠복 : 뭐라는 거야?
도경 : 아버지 참 좋으시다구요. 어때, 막내 아들 멋지지? 이래도 내가 거짓말 하는 거 같애?
칠복 : 근데 이 놈 꼭 성월이 닮지 않았니?
성월 : . . . . .
칠복 : 통역해줘봐. 옛날에 맨날 우리집에 와서 삼시 세 때 다 챙겨 먹고 공부는 지지리 못하던 식충이가 하나 있었다.
걔랑 똑 닮았다.
성월 : . . . .
영구 : (웃음 참는)
도경 : 그런거 통역해 줌 기분 나빠하지. 이 사람들 금융계의 거물인데....
이때 경비 다가와 소리친다.
경비 : 여기 잡상인 출입할 수 없습니다. 얼른 나가주세요.
성월 : 저희 잡상인 아니. . . (하다가 움찔)
도경 : !!
S#44. 빌딩 밖 / 낮
아버지 손을 끌고 건물을 나서는 도경.
칠복 : 아니 저 놈들 한국말 왜 저렇게 잘해.
도경 : 저 말 한마디만 잘하는거야.
칠복 : 그런게 어딨어.
도경 : (진지한) 처음에 한국에 와서 세일즈를 할 때 얼마나 냉대를 당했겠어요. 잡상인으로 오해받고 쫓겨나구...
그래서 쟤네 들 처음 배우는 한국말이 (외국인 발음으로) 잡상인 아니예요! 이거라니까. 아버지 몰랐지?
칠복 : 아.... (끄덕끄덕)
도경 : 아버지, 점심 뭐 드실래?
칠복 : 엄마가 이거 싸줬는데.
S#45. 도경 원룸 / 낮
식탁에 커다란 김치통과 각종 반찬통 쌓여있다. 도경은 가스렌지 앞에서 곰국 데우고. 도경 아버지는 아미 사진 보고 있다.
도경 : 엄니도 대단하셔. 곰탕까지 비닐에 싸주셨네... 아버지 이제 30초만 있다 밥 푸면 돼요. 쫌만 기다려.
칠복 : 이 각시는 니 색시감이냐?
도경 : . . . .음. . .그렇게 될지도 모르죠.
칠복 : (눈 가늘게 뜨며 아미 사진아래 쓴 기사내용 읽으려는) 뭐라 고 써 있는거야... 돋보기가 없어 안보인다.
도경 : 중요한거 아니예요. 앉으세요.
칠복 : (식탁에 앉는다) . . .막둥아....
도경 : 네?
칠복 : 내가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왔는데... 오늘 보니 해도 되겠다 싶다.
도경 : 뭔데요?
칠복 : 큰 형이 받은 대출, 만기일이 다음달 초야. 한번 연장했던 거라 이번엔 꼭 갚아야하나보더라....
도경 : . . . . .(가슴이 쿵).....
칠복 : 형네 감자밭을 멧돼지들이 다 망쳐놔서 올해 얼마 못건졌어. 큰 형이 갚긴 힘들지 싶다. 니가 좀 도와주면.....
도경 : . . . .그러죠 뭐. 에이, 아버진 별것도 아닌거 가지구....
칠복 : 큰 형한테 걱정말라고 전화해도 되겠지? (핸드폰 들고 자리 피하는)
도경, 고개를 푹 떨군 채 우울....
도경 : ....이젠 멧돼지들마저 날 힘들게 하는구나..... 난 옛날부터 멧돼지가 싫었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미사진 본다.
도경 : 당신 봤지? 당신이 나한테 잡혀줘야 하는 이유.
웃고 있는 아미 사진.
S#46. 준우 사무실 / 낮
은희의 손, 잡지를 넘기면 "젊은 리더 15인"이란 타이틀로 왼쪽엔 아미, 오른쪽엔 준우의 멋진 사진과 인터뷰 보인다.
은희 : 부원장님 사진 너무 잘나왔죠?
준우 : 이게 뭐 잘 나와..... 실물이 더 낫지 않아요?
은희 : 정아미씨랑 나란히 나오셨네. 두 분 정말 잘 어울려 보여요. 두 분 지금 사귀시죠?
준우 : . . . 아뇨...
은희 : 정아미씨가 부원장님 좋아하는 것 같던데.... 못 느끼세요?
준우 : (말 돌리는) 청주 비엔날레 일정표 봤어요? 퍼포먼스 일정 좀 다시 체크해 보세요.
은희 : 혹시 그럼 그때 여기서 만났던 다른 분을 좋아하시는 거예요? 운동화 신고, 머리 양갈래로 매고.....
준우 : . . . . . .
은희 : 어머, 그 분을 좋아하시는구나.
준우 : 박은희씨, 나한테 관심 좀 갖지마요. 내가 미남인건 아는데 좀 피곤 하네.
은희 : 관심 안 갖을테니까, 미래출판사 편집장님한테 전화나 해드리세요. 신인작가들 작품집 때문에 상의할 일이 있으시대요.
준우 : 네.
은희 : (나가는데)
준우 : (뭔가 퍼뜩 생각난듯) 참, 미래에서 동화책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나요?
S#47. 아미네 거실 / 낮
영지와 재순, 구술 꿰고 있다. 목걸이 만들고 있다.
재순 : 홀랑 도둑맞고도 다시 할 마음이 나니?
영지 : 내가 달리 또순이니. 열심히 해보다가 뭐 정 안되면 대리운전 다시 뛸까봐.
재순 : 그래 가지구 신춘문예 마감에 댈 수 있겠어?
영지 : 할 수 있지, 그럼! (주먹 불끈) 헝그리 작가의 힘이 뭔지 보여 주겠어.
재순 : 그러지말구 이 집 여자한테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그래.
영지 : 솔직히 나 공돈 받는거나 다름없어. 이 집에 식구가 많길 하니, 할 일이 많길 하니. 미안하고도 고맙지.
재순 : 그 남자는 어떻게 됐어?
영지 : 깨끗하게 지웠지. 하하하.
재순 : . . . . .
영지 : 정말이야. 나 밝아진거 보면 몰라?
(E) : 핸드폰 벨소리
영지 : (발신자 보며 갸우뚱)
S#48. 출판사 사무실 / 낮
머리 틀어올리고 화려한 차림에 안경걸이를 한 여자 편집장, 영지 앞에서 거들먹 거린다.
여자, 외국물 많이 먹은 지적인 척 하고 싶어하는 캐릭터.
편집장 : 아. . .. 서영쥐.....씨.
영지 : 쥐가 아니고 지예요. 서영지.
편집장 : 네, 서영지씨. 능력있는 작가 지망생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미래출판사는 역량있는 신인발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귀하의 작품 또한 받아보고 싶어 연락을 드린겁니다.
영지 : (밝은) 감사합니다.
편집장 : 두 세 작품 정도로 빨리 보고 싶습니다만...
영지 : 네, 바로 정리해서 갖다드리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편집장 : 나한테 감사할껀 없구요. 추천을 하는 분이 워낙에 강하게 밀어 붙이시니 뭐....
영지 : 누가 절 추천했는데요?
편집장 : 그건 밝힐 수 없어요.
영지 : 왜요?
편집장 : 김준우 부원장이 절대 말하지 말랬거든요. 절대루.
영지 : . . . . .
S#49. 아트센터 앞 / 낮
(인부들과 삼겹살 먹던 장소) 햇빛 좋은 낮.
영지, 걸어온다. 아트 센터 올려다 본다. 미소. 괜히 왔다갔다 해본다.
깽깽발로도 뛰어 보고 고무줄 놀이 하듯 혼자 뛰어보고.... 그림자와 함께 한참을 놀다가 영지, 건물 향해 소리친다.
영지 : 고마워요! . . .열심히 해볼께요!
S#50.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책상에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 들린다.
영지(E) : 갑자기 막 힘이나요. 고마워요. 나 정말 잘해볼꺼야. 서영지, 잘 할 수 있어요!
준우, 창 밖을 내다본다. 영지, 펄쩍펄쩍 뛰며 외치고 있다.
영지 : 고마워요! 땡큐!
준우 : . . . .(밝게 웃는)
영지 : 안녕히 계세요 부원장님!
영지, 손 흔들고 뛰어간다.
준우 : (소리친다) 기다려요! . . . 영지씨! 가지마요! 거기 있어요!
준우, 뛰어나간다.
S#51. 아트센터 / 낮
엘리베이터로 오는 준우. 시간이 걸릴 것 같자 뛰어내려간다. 복도로 계단으로 후다다닥..... 설레임.
S#52. 아트센터와 스포츠센터 사잇길 / 낮
영지, 가면서도 혹시나 오나.... 자꾸 뒤돌아보며 걸어갔다가 다시 뒷걸음질로 왔다가 다시 갔다가.... 하고 있는데
준우 뛰어오며 부른다.
준우 : 영지씨!
영지 : (뒤돌아보며 웃는)
두 사람, 반갑게 다가서는데 유리막이 하나 쳐 진 것 같은..... 100%로 확 다가서진 못하지만 그래도 반갑고 좋은. . . .
준우 : 잘 지냈어요?
영지 : 네, 부원장님은요?
준우 : 요새 좀 정신 없었어요.
영지 : (웃고)
준우 : (웃고)
S#53. 아트센터 야외일각 또는 공원 / 낮
두 사람, 벤치나 낮은 담에 걸터앉아 있다.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서로 눈마주치면 웃다가....
영지 : 감사해요. 잘될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볼께요.
준우 : 잘될꺼예요.
영지 : 그럼요, 누가 소개시켜준 건데.
준우 : 책을 내게되면 내가 그림 그려줄까요?
영지 : . . ...정말요?
준우 : 내가 책 한권은 그림 그려주겠다고 약속했쟎아요. 영지씨 첫 책이어도 의미가 있지 않겠어요?
영지 : 좋아요, 너무 좋아요.
준우 : 오케이!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 벌써 오백만부 대박이다.
영지 :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준우 : 아... 오늘부터 미술학원 등록해야겠는데....
영지 : (벌떡 일어난다)
준우 : 왜 그래요?
영지 : 갑자기 막 힘이 나서 날아갈려구해요.
준우 :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요? 날개가 솟을려구?
영지 : 아뇨, 발바닥에서 막 로켓트가 솟아요. (펄쩍펄쩍 뛰며) 어! 어! 이것 봐요!
준우 : 날아봐요, 그럼.
영지 : 쓩~~~! (두 팔을 펴고 날 듯이 뛰어간다)
준우 : (일어선다) 어? 진짜 나는데요. 공중에서 지금 10초 떠 있었어요.
영지, 혼자 막 뛰어다니자 준우 따라가서 붙잡으려.... 두 사람 같이 뛰어다니고.
준우 : 어. . . 진짜 날아갈 것 같은데요.
영지 : 네... 몸이 막 떠요.
준우 : 영지씨 날아가면 안되는데...... 잡았다!
준우, 팔을 뻗어 영지의 손을 잡는다. 두 사람, 맞잡은 손. 둘 다 잠시 멈칫.
준우, 손을 놓아주며
준우 : 날아서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봐요.
영지 : (펄쩍 뛰며) 쓩~~~ !
준우 : 영지씨는 뭘 먹어서 그렇게 귀여워요?
영지 : 영지 버섯이요.
준우 : (웃음 터트리는)
영지 : 정말 감사해요! 열심히 할께요. (손 흔들고 달려가는)
준우, 영지를 바라보는 눈길.... 애잔함. 사랑의 마음.
영지 저만치 달려가다가도 뒤돌아 보고 또 손 흔들고.
준우 : 어...어.... 어.... 자전거 조심해야지...
영지 : (손 흔들고 달려간다)
준우 : (영지 멀어질 때까지 시선 오래오래 계속)
S#54. 영지 방 / 낮
귀에다 연필 꽂고 노트북 앞에서 신나서 자판을 두드리는 영지. 옆에는 메모가 적힌 포스트 잇 잔뜩 붙은 스케치북 놓고.
영지 : 할 수 있어, 서영지!
영지, 하다가 ‘아냐 아냐’ 하면서 귀에서 연필 뽑아 스케치북에 쭉쭉 긋고 메모하고.... 그러다 멈추고 꿈꾸는 표정으로.
영지(E) : 만약 이게 통과돼서 내가 작가로 데뷔를 하고... 그게 베스트셀러가 돼준다면...... 내 주변의 많은게 바뀔지도 몰라.
내 통장의 잔고도, 비가 새는 집도, 그리고...... 가질 수 없다고 믿었던 내 사랑도....
S#55. 대극장 / 낮
무대 돌아보는 준우, 통화중.
준우 : 편집장님, 서영지씨가 원고 가져오면 애정을 갖고 잘 좀 읽어봐주세요. 그리고 삽화는 제가 그리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주세요. 싼 값에 그릴께요. 걱정마세요..... 네, 또 전화 드릴께요.
준우, 전화 끓고 미소. 무대 둘러본다.
< 플래쉬백 6부 -- 대극장 준우와 영지, 춤추는 모습 위로 >
준우. 영지(E) : (두 사람 이펙트 동시에)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의 동화책이 나오고 그게 베스트셀러가 돼준다면......
그렇게만 돼준다면. . . .
준우 : (미소)
S#56. 거 리 / 낮
캐주얼한 차림의 도경, 곰인형을 하나 들고 걸어온다. 아미 앞에서 할 대사, 연습해본다.
도경 :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요... 잠깐 들렀습니다. 아, 이거요. 선물가게를 지나는데요. 얘가 부르는거예요.
자기를 정아미씨 한테 좀 데려다 달라나... 음.... 좋아! 좀 더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 .
S#57. 아미 진료실 / 낮
아미, 잡지에 나란히 난 준우와 자신의 인터뷰와 사진 보고 있다.
아미 : (맘에 드는 듯 미소)
간호사, 문 열고 들어오며
간호사 : 상담하러 오셨는데요.
아미 : 네, 들어오시라고 해요.
이복 언니, 들어온다.
아미, 표정 굳는다. 그러나 금새 풀고
아미 : (웃으며) 어서오세요. 셋째 이복언니.
이복 : 내가 반갑니?
아미 : 당연히 안 반갑죠.
이복 : 그런데 왜 웃니?
아미 : 저야 독하고 이중적이니까요.
이복 : 니네 엄마 아프댄다.
아미 : . . . .!
이복 : 너한텐 연락 없었겠지 당연히... 독하고 성격 이상한건 모녀가 똑같다니까.
아미 : 우리 엄마 어디가 아프시대요?
이복 : 설마 내가 니네 엄마 감기걸렸단 소식 전하러 왔겠니?
아미 : . . . .그럼....
이복 : 우리 엄만 니네 엄마땜에 돌아가셨어. 남의 인생 망쳐놓은 여자가 잘먹고 잘살면 안돼지 않니? 벌 받아야지.
아미 : (책상 아래 있는 손 주먹 쥐고 부르르 떤다)
이복 : 종양제거 수술을 했는데 상태 좋댄다. 걱정하지마.
아미 : . . . .
이복 : 진짜야. 아버지랑 통화했는데 쌩쌩하게 어제 퇴원했대. 짜증 나더라.
아미 : 언니 실망하셨겠다. 미안해요.
이복 : (둘러보며 비아냥) 병원 좋네.... 출생 콤플렉스를 공부로 극복한 정아미.... 자서전 하나 내지 그러니.
아미 : 30년 동안 날 갈구는 일 지겹지 않아요?
이복 : 지겹지, 물론.
아미 : 사주보면 언니 명 길다고 나오나? 짧았으면 좋겠네. 그 지겨움도 빨리 끝나게.
이복 : 나보단 니네 엄마가 먼저 가지 않을까 싶은데.... 얘, 첩의 장례식에 누가 올까?
아미 : . . . . . . (울컥하지만 순간 감정 추스르고 미소) 첩의 장례식엔 첩의 딸이 가겠죠.
이복 : 얘, 이럴 땐 발칵 화를 내야지. 웃니? 난 니가 너무 무서워.
아미 : 언니들이 날 강하게 만들어줬쟎아요. 감사하고 있어요.
S#58. 정앤리 건물 로비 / 낮
도경, 들어서는데 아미, 비상계단 쪽으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도경 : 어? . . .아미씨! (따라가는)
S#59. 비상 계단 / 낮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도경. 위 쪽 쳐다본다. 아무도 없다.
도경 : . . .이상하다. ..분명히 봤는데....
도경, 위로 올라가는데 아래층 계단에서 작은 흐느낌이 들린다.
도경 : ??
도경, 조심스레 내려가보면 아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다. 소리죽이고 나지막히 흐느끼는데 슬프고 안스러워 보인다.
도경, 어쩔줄 몰라 굳어 선채 바라본다. 아미, 눈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도경 : . . . ..(아미에 대한 연민으로 자신의 ‘진짜 마음’이 출렁하는). . . .
아미, 흐느끼며 나지막히.
아미 : 엄마. . . .많이 아팠어? 왜 말을 안해, 바보같이....
도경 : . . . (마음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 흔들린다. 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 . .
도경, 눈물을 닦는 아미의 손동작 하나, 숙여있는 어깨 ... 모든 것이 다 심장을 쿵쿵 흔들리게 하는데.......
아미 핸드폰 울린다. 아미, 얼른 눈물닦고
아미 : (밝은 목소리로) 어, 김간호사. 아니, 나 근처에 있어. 응, 알았어요. 지금 갈게.
아미, 눈가 매만지고 벌떡 일어나 계단으로 올라온다.
도경, 놀라 피한다는게 잘못해 곰인형을 떨군다. 아미 발치로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곰 인형.
아미 : . . . (위를 올려다보면)
도경 : (멋적은 미소, 손 들어 보이고)
아미 : . . . . . .
도경 : . . .
아미 : . . . . 내가 우는 걸 봤어요?
도경 : . . . . . .
아미 : . . . .
도경 : . . .미안해요..... 볼려구 본 건 아니구요... 정말 우연히.
아미 : 괜챦아요. 가보세요. (출입문으로 나간다)
S#60. 거 리 / 낮
손에 든 곰 인형 힘없이 출렁거린다. 멍하니 걷는 도경. 아미의 들썩이던 어깨, 눈물 닦던 손 자꾸만 눈에 스치고.....
도경, 멈춰선다.
도경 : . . . .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S#61. 아미 진료실 / 낮
도경, 들어와 곰인형을 책상에 탕 올려놓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