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을 사랑한 신실한 신념의 신부 성 김대건 안드레아
(Sanctus Andreas Kim Taegŏn)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에 김대건 신부가 선정되었다. 스물다섯,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너무 좋다. 젊고 잘 생기고 지적인 남자, 더구나 영원한 신의 남자, 신부라면 더욱 매력적이게 보일 수밖에 없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인 나로서는 몹시 탐나는 남자임에 틀림없다. 신비롭게 보이는 신부님 옷은 어떻게 벗길까? 궁금했던 만큼 그의 삶의 베일도 과감하게 벗겨 보고 싶었다. 호랑이 같은 마누라도 없으니 나만 미친척하고 덤비면 된다.
인간은 본래 가질 수 없는 것에 더 뜨겁게 열망하고 사라진것에 더 광적이기 마련이다. 지나간 암흑의 시대가 증명한 신념의 남자들을 열망한다. 폐쇄된 조선이 겪어야할 출산의 진통을 온몸으로 막아낸 지식의 선구자들을 갈망한다. 조선의 비망록에 일생의 명세서가 조목조목 드러난 위대한 남자들을 사랑한다.
어린 시절, 그는 몹시 허약한 체질이어서 신부가 될 수 있을 거라 가족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마음이 육체를 지배했고 그는 먼 나라로 유학을 갔다. 어린 소년은 돌고 돌아 추운 겨울 매일 수십 킬로씩을 걸었다.
신념이나 이념을 가르치기에 너무나 이른 나이임에도 소년은 의젓했다. 그의 마음속엔 신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압록강과 두만강은 레테의 강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길에서 좌절도 느꼈을 것이다. 건널 수 없는 강 앞에서 좌절한 마음을 편지로 써서 보냈다. 다시 돌아 돌아 먼 길을 간다.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먼 이국땅으로 아들을 보내며 어머니는 얼마나 울었을까? 마카오로 향하는 길은 지금 돌아보면 헤라클레스가 받은 과업보다 훨씬 더 혹독한 시련의 먼 길이었다. 요즘 나이로 중2병환자인 15살 소년은 삶을 온몸으로 배우게 된다.
무엇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을까? 7명의 위대한 스승을 만났고 조선도 바뀌길 간절히 원했다. 그는 왜 스스로십자가를 진 것일까? 천주교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음에도 순교자 할아버지의 세례명인 안드레아를 물려받고 그가 간길을 따라갔다. 살아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그의 삶은 생각만 해도 벅차다.
탄생한지 200년이 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김대건 신부는 잘 빨아서 말린 백색의 무명 같은 남자였다! 희고도 질기고 강한 그는 그림과 글씨에 재능이 있었다. 영어, 불어, 라틴어, 신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었다. 조선 최초 성직자의 탄생이었다.
조선 정부에선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았고 어떻게든 회유하려고 했으나 그는 신념을 꺽지 않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솔뫼 마을은 그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신을 향한 사랑을 죽음으로 아낌없이 답한 그의 통 큰 사랑이 남아있다.
비운의 시대를 만나서 전설로 남은 남자들, 시대의 불운이 오히려 그들을 영원으로 데려갔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사람들이 불멸의 비극이 되었다. 스스로 양반이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간 남자. 붓으로 써 내려간 그의 영어 필체엔 아름다운 예술이 지닌 혼이 보인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거처가 없고 우리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전달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편지를 쓰고 또 썼다. 사명을 가지고 떠난 그 길에서 많은 글을 남겼다.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붓을 들었다. 신을 향한 열정에는 한계가 없었고 신은 어디에서도 답하지 않았다.
#2. 아버지의 울부짖음을 뒤로하고 신을 향해 걸어간 남자 정약종
뜨겁게 사랑하고 냉철하게 떠난 남자 정약종! 그는 약전의 동생이고 약용의 형이다. 그들의 방어막이었던 정조의 죽음과 1802년, 신유박해의 시작으로 삼 형제의 삶은 마라도나가 공 몰듯이 골로 간다. 이 아름다운 형제들은 불운의 길을 걷게 된다. 시대의 부조리와 정치적인 어수선한 상황은 그들을 죽음과 형벌로 몰고 갔다.
유학의 명가 나주 정 씨 가문엔 유난히 천재들이 많았다. 첫째 약전은 신과 인간을 사랑했고 둘째 약종은 오로지 신만을 사랑했으며 셋째 약용은 신과 실학을 사랑했다. 난 세 남자를 다 사랑했다.
젊고 뛰어난 그들은 어떻게 천주교를 받아들였을까? 약용의 벗 이벽을 통해 받아들인 서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교리가 진리로 바뀌었다. 밤새 그들은 몰래 토론을 하고 서학을 연구했다. 처음엔 학문으로 받아들였던 천주교를 깊이 공부하다 교리가 신념이 되었다. 위대한 자들은 뭔가 옳다고 생각하면 더 집요하게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참 다행인 건 그들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난 아마도 셋 중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몰라서 많이 망설였을 것이다. 세 남자랑 썸타지 않게 돼서 다행이다. 약전의 동생이자 약용의 형인 약종 당대 최고의 교리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남자였다.
약종은 죽기 전 노비들을 다 풀어주었다. "인간은 본래 평등하게 태어났습니다. 다들 천주님을 믿으십시오"라고 말하며 신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떠났다. 이처럼 3형제가 다 뛰어난 경우는 한국역사에서도 극히 드물다.
아버지의 간곡한 눈물에도 배교하지 않은 남자! 약종은 그렇게 순교의 길을 택한다. 양반의 세상에서 양반을 스스로 내려놓고 평민이길 원했던 진정한 인성의 천재들이었다. 노력하는 천재 정약용, 술을 사랑한 성격 좋은 정약전, 무언가에 빠져들 것이 필요했던 조선의 천재들, 그들의 뜨거운 사랑을 응원한다.
아우구스티노 약종은 그렇게 학문이 교리가 되어 다음생으로 간다. 유학이 답해주지 못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어디로 갈까?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서양 경전에 지식에 목마른 그들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개벽하는 순간, 미리 세상을 배운자는 강해지거나 아님 모든 걸 단념해야 만한다.
가끔 궁금해진다. 신께서 내 인생의 역할을 미리 주셨을 때 난 정말 이배역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을까?
그들은 삶의 대본과 배역을 스스로 결정한 자유인이었다.
신념이 다 사라지고 없는 요즘 대의명분의 힘을 실어주는 과거 속의 그들이 너무나 그립다.
어쩌면 같은 시대에 천주교도로 살았더라면 관군에 체포되자마자 " 마하반야 바라밀다, 똑똑 똑똑" 큰소리로 염불을 주저하지 않고 외쳤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난 무엇에 미쳐야 저들처럼 강한 신념 속에 살다 갈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 마하반야 바라밀다(지혜의 빛에 의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게 하소서!)
☆참고로 난 사랑에는 언제든 배교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