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연구의 역사와 현재 동향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만이 아니라 여러 대립하는 견해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서 너무 두껍지 않으면서 학문적으로도 수준이 높은 소개서를 찾는다면,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초월적 신앙을 역사라는 인간적 작업과 연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며 그 과정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는 역사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뿐 아니라, 네 복음서의 문학적 성격과 역사적 신빙성, 복음서의 자료로부터 실제(역사적) 예수를 복원하는 방법론적 절차들, 더 나아가 역사와 신앙의 관계에 관한 우리의 선험적 전제들이 뒤엉켜 돌아간다.
이 책은 역사적 예수 연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세계적인 5명의 석학들이 서로 논문을 쓰고 이에 대하여 논평을 하는 형식으로 중요 현안들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 이채롭고 유익한 책이다. 이들은 모두가 저마다 권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며, 그 학문적인 색채가 진보적인 스펙트럼에서 중도와 보수의 원숙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이다. 지금까지 한국 신약학계에 출판된 역사적 예수 연구가 대부분 제3의 연구경향에 치우쳐 있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이 책은 그 혼란스런 내용들이 어떤 모습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준다.
현대 역사기술학의 도전과 여러 가지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탐구는 생명력 있는 역사적 과업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대부분의 탐구자들이 개인의 신학적 성향이 역사적 결론들을 미리 결정하거나 왜곡시키는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학자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으로 여기는 가운데, 예수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신자에게 허락되는 활동일 뿐 아니라 사실상 “중요한 활동”이라는 확신을 견지하고 있다.이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어떤 이들은 일반적으로 제3의 탐구의 독특성이 신학적 공정성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이들은 이런 주장에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이 책에서는 제3의 탐구 진영에 속한 주목받는 다섯 명의 학자가 역사적 예수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로버트 M. 프라이스, 존 도미닉 크로산, 루크 티모시 존슨, 제임스 D. G. 던, 대럴 L. 복이 역사적 예수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피력할 것이다. 그들은 각자 상이한 방법론적 도구와 틀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는데,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역사적 예수의 재구성에 도달한다. _서론: 역사적 예수 탐구
[로버트 M. 프라이스] 나는 길버트 머레이(Gilbert Murray)의 『그리스 종교의 다섯 단계』라는 책을 통해 이런 신화적 유사성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기독교 학자들이 자기가 쓴 책을 통해 내게 주려 했던 그 어떤 확증도 나에게는 허울 좋은 변명으로 들렸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크게 실망했다. 이것은 내가 유사성의 원칙에 대해 들어보기 이전에 체험한 일이다. 그리고 그 후 내가 그 원칙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드디어 나에게 그토록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역사적 예수의 존재를 부인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불트만은 부활 신앙이 비록 부활절 새벽의 환상들에 근거하기는 했지만 그 신앙은 앞에서 언급한 신비 종교 신화들의 관점에서 해석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유사성의 원칙도 불트만의 주장을 크게 넘어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트만은 그리스도-신화론을 주장하는 자들을 정신이상자로 간주했다. 불트만의 사상에는 일관성이 없었는데, 그는 하늘의 여왕을 위해 빵을 보존하려 하는 동시에 그 빵을 먹어치우려 했다. _제1장 소실점에 선 예수
[존 도미닉 크로산]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에 관한 가장 중요한 논의는-그때나 지금이나-역사적 예수가 지닌 공동 종말론의 비전이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만일 예수가 공동 종말론(collaborative eschatology)이 머지않아 완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잘못 생각한 것이다. 예수 이래로 비슷한 주장을 했던 다른 모든 이들이 틀렸듯이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그 이상의 말을 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예수가 공동 종말론의 완성이 1세기에 이루어질 임박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틀린 것이다. _제2장 예수와 공동 종말론의 도전
[루크 티모시 존슨] 복음서 내러티브 내에서의 문학적 등장인물로서 예수를 다루는 것이 예수와 관련된 역사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지난 2세기 간의 집중적인 고고학적 연구의 결과는 복음서가 제시하는 세부적인 진술들을 논파하기보다는 오히려 확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실로 복음서들은 바리새인이나 서기관 혹은 사두개인과 같은 팔레스타인 유대교의 핵심 요소들과 관련된 초기 정보로서는 최고의 자료다. _제3장 인간 예수 배우기: 역사비평과 문학비평
[제임스 D. G. 던] 내 제안의 요점은, 예수 전승의 특징적인 강조점과 모티프는 우리에게 특징적인 예수(characteristic Jesus)에 관하여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그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향하여 회개를 외치고 제자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요구했던 갈릴리 사람 예수는 자신의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궁극적인 통치의 축복을 경험케 했으며, 하나님을 대변하면서 그분의 권위로 말씀하였고, 제사장의 권위에 대항하였고 로마인들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되었다. 이 글에서 지지하는 방식으로 예수 전승에 접근할 때 얻을 수 있는 적지 않은 유익은, 우리가 그것을 통해 살아 있는 전승(living tradition)으로서 그 전승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 전승에서 도식화된 그대로의 예수의 말씀과 행동에 대한 기억이 성스러운 유물처럼 간주되어, 유골함이나 유리 상자에 밀봉된 채 경건한 회중 앞에 진열되거나 숭배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기억은 그들을 살리는 피요, 생명의 호흡이 되어야 한다. 그 기억은 그들로 하여금 예수를 다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그분의 음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게 해주고, 또 그분이 말하고 행한 것을 그들 자신이 증언할 수 있게 해준다.
-제4장 예수를 기억하며: 어떻게 역사적 예수 탐구가 길을 잃었는가?
지난 수십 년에 걸쳐서 진행된 제3의 탐구에서 학자들은 역사적 예수에 대해, 크로산의 표현을 빌자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학문적 재구성들을 소개해왔다. 그는 종말적 예언자, 갈릴리의 성자, 주술사, 혁신적 랍비, 에세네 일파, 순회 축귀사, 역사화 된 신화, 자칭 종말론적 대리인, 사회경제적 개혁가, 역설적인 메시아 주창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야웨ㅡ하나님의 화신으로 보았던 인물 등으로 소개되었다. 제3의 탐구에 속한 많은 이들의 견해는 하나의 단색적인 모델로는 역사의 예수를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음주의자들, 심지어 그리스도교인들이 종종 성경에 대해 과격한 우익이나 보수주의 또는 근본주의적 태도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과 같은 때에는, 책임 있는 복음주의 학자들이 그런 비평적이고 역사적인 탐구를 방어하는 동시에 그들의 작업을 통해 비평적 탐구의 긍정적인 결과물과 유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비평할 줄 아는 성숙한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1. 탐구의 영역에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회색지대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2. 정말 중요한 문제와 보다 덜 중요한 문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3. 진리를 구하고 심오한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을 소유했거나 그런 신앙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그리스도인들(특히 복음주의자들)이 세상의 귀감이 되어서, 모든 진실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을 존중하고 스승으로 삼기를 원하는 날이 찾아올 것을 고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D.G. 던
무 탐구 시기를 특징지은 반론들에 맞서 탐구의 신학적 타당성을 방어하고 있다. 입장을 요약.
1 만일 예수에 대한 주장들이 실제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고 단지 설득을 위해서만 유용하다면, 기독교 설교의 진실성 ㅡ결국 설교자 자신의 진실성 ㅡ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2 예수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예수와 그의 메시지에 대한 현대의 이념적 왜곡에 맞서는 주요 방어벽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3 책임있는 역사적 예수 연구는 교회에서 건실하고 온전한 기독론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4 서구 세계에서 기독교 세계의 소멸과 사고의 다원론적인 시장이라는 상황에 처한 현대 신앙인은, 진지한 역사적 숙고와 분리된 신앙이 주변 문화 속에서 지적인 소외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그 신앙은 다른 이들에게 호기심 정도는 일으키겠지만, 궁극적으로 근대 이전의 과거에서 온 부적절한 신앙 체계의 흔적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일단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바른 관점ㅡ관계적 신뢰로서의 신앙, 그리하여 인간 이성과 역사적 증거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 있을 수 있다는 관점ㅡ이 자리 잡으면 탐구에 대한 많은 신학적 저항이 사라진다. 모든 신자가 믿기 위해 비판적인 역사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든 신자에게 예수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중요한 문제다.
역사적 예수의 미래
레안더 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