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서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 FTA이다. 언뜻 들으면 한국의 수출이 늘겠구나, 한국의 기업들이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겠구나, 생각이 들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가설이 성립되려면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때문에 대미 수출에 지장을 받고 있었어야 한다는 Fact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우선 대기업들을 보자. 삼성전자나 현대 자동차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 공급하는 대부분의 물량을 한국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지 않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다시 말해서,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해서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물량이 증가할 일은 별로 없다. 봉제업등 기타 중소기업들도 이미 상당 물량을 한국이 아닌 다른 곳, 즉, 중국, 인도, 동남아등지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사정은 비슷하다. 소위 산업공동화 현상인데, 그 현상이 관세 때문이었는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관세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들은 다른 국가로 공장을 옮겼을까? 한국의 인건비등 원가가 매우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와 경쟁해서?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이다. 그런데, 그 가격 경쟁력의 차이는 40%에서 100%까지에 이르기 때문에, 관세율 몇 %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00원에 공급가능한 품목을 중국에서는 절반 이하, 심지어 10~20원에도 팔아제낀다. 그러니, 미국, 유럽등 선진국 시장에는 made in China, made in India, Vietnam등으로 넘쳐나게 된다. 높은 품질이 필요하거나 중국이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그렇다.
과거의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은 수출 또는 수입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 해외에 판다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웬만한 중소 제조기업들도 사장만 한국 사람이지 그들의 생산 근거지와 판매처는 모두 한국이 아니다.
반면에, 미국이 경쟁력이 있는 품목들을 제조하거나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존폐의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다. 뉴스를 보니 당장 FTA 발효가 된 3월 15일에 한국내 농산품등의 소매 가격이 인하되었다고 한다. 즉,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의 사장이나 그 종업원들은 조만간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고 해서 미국의 소비자 가격이 단 0.1%라도 영향을 받았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한국산의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도 하거니와 관세 2~3%쯤 낮아졌다고 해서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몇년 후 FTA 결과가 생각했던 것과 안좋은 방향으로 진전되더라도 미국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데 비해, 한국에게는 치명적이다.
북미 FTA가 발효되고 멕시코 경제가 좋아졌는가? 오히려 마약전쟁과 범죄만 더 증가했다. 국가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보호해줬던 기업들이 문을 닫고 그 종업원들이 실직했으니 먹고 살기 위해 반사회적인 일을 서슴지 않는 풍조가 된 것이다.
FTA로 대미 수출이 늘을 것이다? 분명히 다만 얼마라도 늘기야 하겠지? 하지만, 수입은? 수출 늘어나는 것의 몇배는 확실히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 선진국이 왜 선진국인가? 힘이 세니까 선진국이다. 그들은 헤비급이고 우리는 지금 미들급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체급 무시하고 무제한급에서 만나서 싸우자고 하고 있는 것이 FTA이다.
이명박 정부 쪽 사람들은 노무현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노무현이고 이명박이고 간에 해서는 안될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노무현 때하고 지금하고는 위에 얘기한 경제구조가 이미 많이 바뀌었다.
FTA는 정치 아젠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전에 경제 문제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정치와 달리 경제는 보다 더 수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즉, 원인과 결과에 함수관계가 보다 뚜렷하다. 독립 변수들을 생각하면서 종속변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해보면, 아니올시다, 라는 대답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아니올시다,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전제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발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국의 국민경제에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듣자하니 강남의 부유층 동네에서 FTA를 찬성한다고 하는데, 그 동네에 만약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4년후에도 강남에 살고 싶다면.
첫댓글 당장 경제적 이익이 크기 보다는 미국과 경제동맹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야당도 집권을 하면 쉽게 폐기는 하기 어렵다.
당장 경제적 손실이 크기보다는, 몇년 후에 그 여파가 나타날 것 같다. 아무리 취약한 기업도 몇년씩은 버텨볼 테니까. 물론, 미들급이라고 해서 헤비급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그런 요행을 바라고, 스스로 헤드기어를 착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은 무모하다. 생각과 달리 계속 두드려 맞는 결과가 지속되면 결국 바꾸겠지. 도저히 안되겠다.이 규정 없애자. 배째라.
어려운 문제야,,,,, 풍선효과를 잘 이용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