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남 님 일상생활 23-11 “같이 금방 치워요.”
근무 시간 동안 1층 생활실을 오가는 근래 며칠간 김길남 님의 방의 빨래건조대 위에는 옷이 계속 걸려있었다. 아무래도 빨래를 말리다가 마른 빨래는 옷장에 걸어두지 않고 입을 때 빨래건조대에서 꺼내 입기를 며칠간 반복한 것 같았다.
“길남 님, 빨래건조대에 빨래들 다 마르지 않았나요?”
“다 말랐어.”
“방 정리 좀 해야겠는데 지금 같이 할까요?”
“응, 좋아.”
살짝 번거로운 듯한 표정의 김길남 님이셨지만 같이 하자는 일을 마다하시는 분은 아니셨기에 나름 흔쾌히 수락하셨다. 우선 빨래건조대에 쌓여있는 옷과 이불들을 정리하여 장롱에 넣기를 시작하였다. 장롱에 옷을 넣다 보니 옷들이 너무 많아서 말린 옷들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아무래도 평소에 잘 안 입는 옷들은 좀 정리해서 빼놔야겠는데요? 여기에 있는 옷들 전부 평소에 입으시는 옷들은 아니죠?”
“응, 아니야.”
“언제 한번 입는 옷들만 남기고 정리해야겠어요. 오늘은 일단 빨래 정리랑 청소부터 하고 다음에 같이 해요.”
“알았어.”
이어서 직원이 책상 위와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한 대 모아 정리하는 동안 김길남 님이 책상 위를 닦기 시작하셨다. 책상을 닦으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책상 구석에 놓인 밥솥이 보였다. 밥솥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래도 놓치기 쉬운 밥솥 청소라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했다.
“길남 님, 여기 밥솥 분리해서 청소해야겠는데요? 어디 어디 분리해야 하는지 아세요?”
“아니.”
밭솥 뚜껑의 고무패킹 부분과 뒤쪽의 물받이 부분을 빼야 한다는 것을 보여드린 뒤, 직접 잡아당기는 방법을 보여드렸고 한 방향으로 당기는 방법이었기에 간단하게 분리시킬 수 있었다. 직원은 밥솥 본체를 닦고 김길남 님은 고무패킹 부분과 물받이를 씻어서 다시 끼우자 금방 밥솥 청소를 끝냈다.
“제가 바닥 청소기로 쓸어내면, 길남 님이 걸레로 닦으실 수 있을까요?”
“응, 빨아올게.”
걸레로 바닥을 닦고 흩어진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나니 청소가 마무리되었다. 어지럽혀진 채로 있었던 것은 며칠이었지만 김길남 님과 직원 두 명이 청소를 마치는 시간은 아주 순간이었다. 정말 간단한 일인 것 같지만 로봇청소기까지 발명할 만큼 본인의 생활공간을 치운다는 것이 인간에게 번거로운 일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2023년 12월 13일 수요일 김정원
일상에서 꼭 필요하지만 다소 어렵고, 귀찮을 수 있는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물어보시고, 시범 보이시며 하실 수 있도록 도우셨네요. 이렇게 도우시다 보면 김길남 님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 같습니다. - 최승호
직원이 길남씨의 어떤 부분을 도울지 잘 알고 제안하니 길남 씨의 마음도 움직인 듯 합니다. 알아서 하라고 내어맡기지 않고 시범을 보이며 같이 정리한 것이 의미있어 보입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