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3살 남동생을 둔 여중생 햄치즈입니다.
이 이야기는 1년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동생이 꾼 이상한 꿈들 중 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ㅡ
동생이 꿈속에서 일어났는데 거실에 앉아있었어요.
그 때 부엌쪽에 있던 베란다에서 아빠가
점퍼를 코까지 올려 잠군채로 나오셨대요.
아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고
평소와 다른 아빠의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동생은 안방쪽으로 조심히 다가가
조금 열린 문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봤대요.
그 방 안엔
좀 전에 봤던 아빠가 침대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고
그 밑 쪽 바닥엔 한 쪽 팔이 잘린아빠가 누워계셨다는 겁니다.
(그림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대충 이렇게요)
놀란 동생은 엄마에게 가서 작은 목소리로
- 엄마, 아빠 저렇게 됐는데 괜찮은거야..?
라고 했는데 엄마는 시선은 계속 음식을 만드는 것에
고정되어 있는 채로 속삭이며
- 응, 알고있어. 나만 아니면 돼.
라고 말하셨대요.
이상한 점은 원래 엄마께서 화장을 잘 안 하시고
한다고 해도 연하게 하시는 편인데
이 꿈속에선 화장은 아주 진하게 하셨다는 겁니다.
동생은 어리둥절해 하며 거실쪽으로 돌아봤는데
제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멍하게 티비만 보고 있었답니다.
동생은 이 상황이 무섭게 느껴져
몸이 반쯤 굳은 상태로 벙쪄있었는데
방에서 검은 갓을 쓴 남자 두 명이 걸어나왔대요.
검은 옷을 입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무표정인
그 존재들을 보자 동생은
아 저승사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평소에도 저와 무서운 이야기를 굉장히 자주 보던
동생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거죠.
그 두 존재들은 안방에서 걸어나와
냅다 거실 한 가운데에 앉았다는 겁니다.
동생은 한 쪽 팔이 잘려 누워있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 저승사자들에게 펑펑 울며
제발 아빠를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그 두 존재들은 길고 하얀 손을 점점 올리며
거실 티비 밑에 있는 탁자를 말 없이 가리켰대요.
동생은 그 두 존재가 뭘 원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집어 들며 원하는게 무엇이냐고
울며 물어봤답니다.
여전히 저승사자들은 말 없이 무언가를
가리키고만 있었고 동생은 그 손 끝을 따라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곳엔 동생이 몇달을 조르고 졸라
산 짱구 캐릭터가 달린 폰 케이스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길수도 있는데
정말 동생이 아끼던 물건이었고
평소에 뭘 사고 싶다고 조르는 애가 아닌데도
그 케이스는 몇달을 조를만큼 갖고 싶어하던
물건이었어요.
아무튼 동생은 그 케이스를 저승사자에게
줬고 그들은 만족한다는 듯 옅은 미소를 띄며
자연스레 집 밖으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 뒤 동생이 안방으로 들어가보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빠가 다시 원래대로
두 팔이 다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계셨답니다.
며칠 후
우연인지 아님 그 기묘했던 꿈 때문인지
동생이 아까던 케이스에 달린 짱구 캐릭터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고 본드로 붙여도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원래 저 분홍색 부분에 캐릭터가 달려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그 케이스는 못 쓰게 되었고
동생은 이 얘기를 제게 해주며 신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별 상관없는 꿈일뿐이라 생각되기도 하나
동생이 아끼던 케이스를 꿈속의 저승사자에게 주고
꿈 속 아빠가 살아나셨으며
며칠 후 실제로 그 케이스의 캐릭터 머리가
부러졌다는 점이 좀 신기하기도 하네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첫댓글 무섭네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