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서두르지 않는다
박 영 춘
아내는 팔십 살 닭띠
어미 닭을 닮아서인지
물건을 헤쳐놓기를 잘한다
매사 덤벙 덤벙 서두르며
서둘러 쉬지 않고 일한다
방문 현관문 대문을 열어놓은 채
바깥출입 함이 다반사다
병 아니다
치매 아니다
다만 서두름의 병폐일 뿐이다
서울에서 아들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은 모친
시어미 신발을 거꾸로 신고
서둘러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한다
서둘러 뛰쳐나간 며느리를
밤새워 기다리는 시어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망령인지 치매인지
거실만 뱅뱅 돌며 횡설수설이다
시어머니 신발과 며느리 신발
짝짝이 나란히 모로 누워
서두르지 않고 짝 기다리고 있다
아들신발 어머니신발 말이 없다
이 이야기는 매사 서두르지 마오
아내에게 넌지시 귀띔한 푸념이다
첫댓글 매사에 서두르지 말라는 말씀
잘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깜빡 깜빡하고
좀 덤벙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