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2
박 영 춘
아지랑이 덤불더미 너머
보리밭 사잇길로
깜찍한 소녀 하나
하나둘 셋 발자국 헤며 온다
예배당 유치원에서 배운 동시 하나
반나절을 외우며 온다
그리움 몰고 온 남풍 한 점
밭 끄트머리에서부터
보리 이삭 건드리어
가슴을 마냥 부풀게 한다
언덕에 아지랑이처럼 앉아있는
애상에 젖은 노인 하나
보리밭과 마늘밭 사잇길에서
아스라이 손 흔드는 그리움
넋 놓고 바라보다가
까칠한 손등으로 눈 둔덕을
아까부터 매번 훔쳐 쌓는다
살찐 풀에 배부른 들소 하나
냇둑에 드러누워
게으른 눈 게슴츠레 굼뜨고
아지랑이 덤불더미 바라보며
팍팍한 그리움 되새김질한다
첫댓글 들소님
소중한 글 잘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