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베르팬이 쓰신 무지무지 동감하게 되는 글......

[이유리]

7살이었던 93년, 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몇 편 보기는 봤으나 이해하지 못했다.

11살이었던 97년, 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그림이 촌스럽다 생각하고 외면했다.

14살이었던 2000년, 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보고 왠지 반가워서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지금 생각해봐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애니메이션에게서 왜 반가움을 느꼈는지 잘 모르겠다.

단지 어렸을 때 봤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가움이었는지,

제대로 보지도 않아서 기억이 나는 내용도 없는

그 상황에서도 그냥 끌렸었는지 이유는 나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말 열심히, 그리고 감동적으로 봤다.

16살인 2002년, 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반쯤 미쳐있다.


나는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에 나온다는

'함께 자고 싶은 사람은 많을 수 있어도 함께 잠들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사실 공감하고 말고 할 입장도 아닌 주제에

'오스칼과 앙드레는 서로를 함께 자고 싶은 사람이 아닌

함께 잠들고 싶은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오스칼과 앙드레에게 서로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그리고 결국은 내 마음대로 그럴 것이라고 결론을 낸다.


멜로영화라면 질색을 하고, 사랑얘기가 주축인 소설은 친구가 보라고



빌려준다고 해도 안 보고, T.V.에서 드라마가 하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인간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이 습성때문인지

(결함을 알고 있어도 마냥 좋아한다. 이 편협한 인간;;;)

오스칼과 앙드레라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나오는 여러 대사와 장면들, 정말 순정틱하다.

내가 다른 작품을 통해 접했다면 어쩌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치부했을 지도 모른다.

정말 뻔한 작가의 농간이고, 감동을 유도해내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 안다.

다 알면서도 슬프고 가슴아프게, 정말 절절히 와 닿는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을 보고는 절대 울지 않으면서도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봤던 걸 보고, 또 보면서도 운다. (저능아가 아닐까?;;)

급기야는 팬픽까지 보면서 난리를 친다.

오스칼과 앙드레의 러브러브 모드를 보며 귀여워 죽겠다고 혼자 생쇼를 한다.


내가 다른 매체에 비하면 만화에는 원래 좀 관대(?)하다.

하지만 정말 오스칼 & 앙드레 커플 만큼 관대한 커플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타나질 않길 바란다.

세월이 제법 흐른 어느 날, 내가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봤을 때

39화를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면 나는 제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오스칼과 앙드레의 러브러브 모드 팬픽을 봤을 때 닭살이라 느낀다면 나는 이제 정상이다.

하지만 난 제정신이 돌아오길, 정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대로 반쯤 미친 채로 살고 싶다.

어느 날 내가 멀쩡해진다면 나는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나중에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를,

지금 내가 특정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열정을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그것들에게서 느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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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어떤 분이 프리챌 커뮤 <리젠드 오브 베르바라>에 올리신 글인데

뒷북 잘치는 저, 이제야 보고서 너무너무 동감하여 이렇게 삽질하여 올

립니다..............이 글 쓰신 분 이카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용서

하여 주세요!!

[작은모과]

이 글 올리신 분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도 닥치는대로 팬픽을 읽고 난리를 치며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리공주]

동감함다~

[joycekim]

정말 이런게 격세지감이랄까요^^; 93년도에 전15살 가장 감정이 풍부했던 소녀시절이여서일까..베르에 아주 미쳐 살았었죠 님이 그때7살 저는15살 ㅡ.ㅡ; (그대의젊음이부럽구료...쿨럭;;) 이젠 완전히 늙어꼬부라졌어도 그래도 좋아요.뭐30대 팬들도 많으니까... 라며 위안중임다

[블루스카이]

저는 이제 12살이 거든요? 그런데 그전까지는 이해를 못하구.. 이제서야 이해를 하니까 못본편이 꾀많은데도 대교방송은 무심하게 베르를 끝냈음다.. ㅜㅜ 너무한 대교방송!!

[오스칼 프랑소와]

aurevoir-멋진글이군요ㅎ

[☆..ani girl..☆]

맞아요, 정말 멋진 글이예요^-^

[ミ○ı쁘거l살ㅈŀ、★]

우와, 글 쏨씨가 대단하신 분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