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일상으로 초대하는 위대한 영화 <선라이즈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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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이름 "달라이 라마"
그런데.. 알고 보니 사람이 이름이 아니었다.
티벳 불교의 수장을 뜻하는 달라이 라마는
넓은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의 소유자인 스승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또한 생소한 '달라이 라마'가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를 밀도 있고 담담하게 담아낸 <선라이즈 선셋>을 보다 뜻 깊게 보기 위해
티벳 불교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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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전임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면 (불교용어로는 열반이라 명명하고 있다.)
그의 환생자를 찾아서 차기 달라이 라마로 옹립하게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티벳불교의 독특한 믿음이 뭍어 난다.
티벳 사람들은 두세살 무렵까지 전생을 기억한다고 믿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를 찾을때 이 또래의 아이들을 찾아나선다고 한다.
전임 달라이 라마는 열반하기 전에 미리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환생할 지
몇가지 단서를 남겨두고 떠난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 13세가 열반하고 그가 제시한 환생 단서를 가지고
아이를 찾아나선 사절단은 '라모 톤둡'이라는 유력한 후보자가
진정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 맞는지 확인 하기위해 신분을 위장해 아이를 찾아 갔다.그러나 신기하게도 아이는 단번에 사절단의 대표를 알아보고 말을 건냈다고 한다.그가 바로 노벨평화상을 받고 미국과 유럽 젊은 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꼽힌 달라이 라마 14세 '텐진 가쵸'다.
'텐진 가쵸'는 지혜의 바다라는 뜻이며, 또한 살아있는 부처라는 의미의 '쿤둔'으로 불리기도 한다. '쿤둔'을 들으니 어릴때 봤던 영화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 더욱 쉽고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영화 <쿤둔>을 보아도 좋겠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 14세는 이제까지의 달라이 라마 중
가장 힘겨운 삶을 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정부의 압력에 의해 고향인 티벳에서 인도로 망명했고,
자신의 국민들은 난민이 되었다.
그런 그가 이제까지의 달라이 라마 중 유독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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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난민들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 '텐진 가쵸'는
중국으로부터의 망명 이후 티벳인들에게 중국을 미워하는 대신 용서하라는 메세지를 전했고, 독립을 위해 무기를 드는 대신 불법을 잇기 위해 세계로 향한다.
그의 위대함은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크게 보여졌다.
수상 당시 상금을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에 티벳인들이 가난하지만 굶주려 죽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상금을 보내 배고픈자들에게 허기라도 면할 수 있게 하고싶다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
그의 자비와 동점심은 세상을 놀라게 했고, 동서양을 막론한 많은 이들이
달라이 라마를 진한 인류애를 가진 진정한 정신적 지도자라고 손꼽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그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로 향한다.
그러나 결코 가까운 곳이 아닌 인도로 그를 직접 만나기 위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바로 <선라이즈 선셋>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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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선셋>을 보기 전에는 명언과 종교적인 말로 가득찬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를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부터 이런 나의 그릇된 예상이 반갑게도 산산히 조각났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러닝머신을 달리며 그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이어지는 오체투지 기도와 명상에 이르며 그가 수도하는 스님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평범한 수도승의 일상속에 간간히 건네지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작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간의 상대성과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그는 잘 정돈된 간결한 언어를 사용해 편안히 전달한다.
태양이 계속 떠있는 것 같지만 아침에 져서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현재와 과거, 길고 짧은 것 모두 상대적이라는 그의 말들은
바쁘게 쫓기며 살았던 우리네 일상에 잠시 마나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
어머니에 대한 정의, 인구 문제 등 세계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는 그는
누가 뭐라고 하든 종교를 넘어 세계인들의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애쓰는 모두의 스승이다.
<선라이즈 선셋>은 여타 다른 다큐멘터리와 달리 위대한 인물에 대한 찬송보다는
담담히 그의 옆에서 머물며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꾸려 나간다.
일반인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른다는 그의 시간을 어떠한 꾸밈도 없이
담담히 담아낸 70여분.
그와의 대화 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삶의 메시지를 전하는 <선라이즈 선셋>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미래가 있는 영화였다.
시끄럽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