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 2터미널에 새벽 6시에 도착했다. 우리는 직원에게 비행기 표를 보여주니 환승하는 곳이 아닌 출입국장으로 안내되었다. 우리는 Accommodation Voucher Passenger를 손에 들고 있다. 입국허가 스티커를 받아서 입국 수속을 받았다. 여권에 도장 받고 나왔다. 호텔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래는 공항에서 거의 12시간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혜택이 있는 줄 몰랐다. Nazra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했다. 706호 실 키와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쿠폰도 제공되었다. Transit Guest Meal Coupon, Lunch, Dinner 2장씩 손에 들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와서 약간 피곤했다. 샤워를 하고 누워서 잠을 청해본다. 다시 에티오피아에 왔구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누워 있었다.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는 고층 빌딩들도 보이지만 아직도 허름한 도로와 가옥들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창밖을 내려다보니 전망은 좋다. 무질서하게 세워지는 빌딩들 사이에 있는 초록색 모스크 지붕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12시에 점심을 먹으로 갔다. 10층 호텔 꼭대기에 있는 라운지가 식당이다. 깔끔하고 아담한 식당 분위기다. 아내는 생선을 주문했다. 소고기와 야채 밥이 깔끔하게 식탁에 올려졌다. 소고기 덮밥이다. 갑자기 호강하는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생각지 않은 호텔과 식사다. 그런데 소고기가 엄청 질기다. 가죽을 씹는 기분이다.
아베베를 찾아가기로 했다. 테블릿 PC에 사진을 다운 받아서 들고 나갔다. 택시를 잡고서 사진을 보여 주며 아베베가 묻혀있다는 묘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택시 기사는 찾아갈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더니 다른 택시 기사에게 물어서 간다. 좀 불안했지만 택시기사를 믿고 타고 간다. 시내를 벗어나 약간 외곽으로 간다. 아베베 비킬라(암하라어: አበበ ቢቂላ, 1932년 8월 7일 ~ 1973년 10월 25일)는 에티오피아 (출생 당시 에티오피아 제국)의 군인이자 육상 선수이다. 두 차례에 걸쳐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땄으며, 맨발로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을 수립하여 '맨발의 기관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모우트(Mout)에서 태어났다. 하일레 셀라시에 1세 황제를 모시는 친위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면서 한국 전쟁에도 참전한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뛰며 마라톤에서 2시간 15분 16.2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 에티오피아에서 영웅이 되었다. 나의 최고 기록은 4시간 8분이고 2017년 5월의 기록은 4시간 28분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 초딩 일 때 에티오피아 하면 아베베 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흑인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1964년 도쿄 올림픽 6주 전에는 충수(맹장) 제거 수술을 받아 훈련을 단축시켜야 했으나 이번에는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에 참가, 다시 2시간 12분 11.2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며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하였다. 1등을 위해 달리지도, 눈앞의 결승점을 위해 달리지도, 최대한 빨리 가기 위해 달리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이 놀라운 결과에 우승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에선 아베베가 우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국가(國歌)를 준비하지 않아 기미가요가 울려 퍼졌다. 이 대회 후에 중위로 진급되었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달리던 아베베의 인생에 큰 시련이 닥칩니다. 그는 4년 뒤의 멕시코 올림픽에서도 자기는 우승한다고 호언장담했다. 코치의 말도 안 듣고 연습도 잘 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마라톤의 천재라고 하면서 멕시코시티가 해발이 높아서 멕시코 마라톤은 자기에게 더 유리하다고 큰소리 쳤다. 연습장까지 매일 아침 맨발로 달려가던 아베베는 새 차를 운전하고 가는 선수가 되었다. 그는 유명 인사들의 파티에도 초대를 받아 가서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고 ‘천재’라는 자부심 때문에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출전했다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는 높은 고도와 부상,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17 킬로미터 만에 기권하였다. 아베베는 ‘영웅’의 자리에서 불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셀라시 황제의 나라’ 영웅을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969년에는 아디스아바바 근처에서 차 사고가 나서, 몇 년 전까지는 영웅이던 이 사나이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이후 장애인 양궁 선수로 활동하였다. “내 다리는 더는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겐 두 팔이 있다.” 라는 말로 아베베 비킬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러나 투지의 아베베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는다. 사고 후 9개월 동안 휠체어에 앉아 국내외를 오가며 치료받던 그가, 1970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25km 눈썰매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10km 레이스에서는 특별상 수상). 세계는 또 한 번 그의 불굴의 도전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같은 해 제19회 스토크 맨드빌 휠체어 게임에 양궁과 탁구 종목의 선수로 참가하여 금메달를 따냈다. 나는 남과 경쟁하여 이긴다는 것보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언제나 생각한다. 고통과 괴로움에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달렸을 때 그것은 승리로 연결되었다. 이렇듯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적 영웅 아베베 비킬라는, 1973년 41세 또한번의 교통사고가 나고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기어이 세상을 뜨고 만다. 스포츠 영웅, 에티오피아의 황제와 6만5천 여 명의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 요셉 교회의 뜰에 안장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1973년 마흔 한 살로 생을 마감했다. 택시 기사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요금 150을 받은 택시기사는 우리를 내려놓고 서둘러 사라졌다. 울타리가 쳐진 황량한 벌판, 재개발을 하려는지 모든 것들이 철거되어 흙먼지와 마른 들풀들이 드문드문 날리는 벌판이다. 안내원이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자리는 둥근 울타리에 달리기 하는 사람의 동상과 묘비가 있었다. 발가락 모양 조형물도 있다. 일단 사진을 찍고서 우리가 찾던 사진 모양과 같지 않아 돌아 나왔다. 날씨는 따갑다. 먼지가 폭폭 날린다.
메트로를 타고 다시 시내로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 타보는 메트로다. 지상철도다. 메트로 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있다. 메트로가 새로 만들어진 것 같다. 경찰들의 검색이 심하다. 경찰에게 물어서 표 파는 곳을 알게 되었다. 표를 파는 곳은 허름한 사무실이다. 모두가 수동이다. 차표를 끊어준다. 차비는 2다. 우리는 목적지를 Stadium 정류장으로 정했다. 아는 곳이 이곳 밖에 없다. 우리가 타려고 기다리는 정류장은 Nefas Silk 2 번 정류장이다. 스타디움 역에서 내렸다. 여기는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거리다. 다시 사진을 보여 주며 아베베 묘지를 물었다. 그의 묘가 있다는 St Joseph Church를 찾아 가기로 했다. 다시 걸어서 메트로를 탔다. 우리가 타고 왔던 역으로 다시 간다. Nefas Silk 1번 정류장에서 내렸다. 교회를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걸어서 제법 걸어간다. 땡볕에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길, 그늘이 하나도 없는 길이다. 골목길을 지나 드디어 큰 대로를 만났고 교회를 발견했다. 육교를 건너 가다가 교회를 보니 주변에 공동묘지가 많다. 힘들게 교회에 도착했다. 성 요셉 교회에 들어서니 마당에 빙 둘러 묘지다. 교회 대문에는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나귀에 태우고 이집트로 가는 모양이 모자이크 형태로 장식되어 있다. 8각형의 교회당이 입구 정면에 있다. 제법 터가 넓다. 주로 납골당 형태로 묘비명과 더불어 모여 있다. 아베베의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뻐하며 둘러보는데 동상도 없고 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묘지들만 빙 둘러 있고, 마당 밖에도 묘지다. 묘지가 이렇게 많은 교회는 또 처음이다. 둘러보다가 할 수 없이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주머니 한 분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아베베의 묘지를 물으니 길 건너편에 있다고 안내해 주겠단다. 그저 알려만 달라 해도 구지 안내해 주겠단다. 기도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란다. 할 수 없이 아주머니를 따라 갔다. 육교를 건너 건너편 교회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곳이 아니라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인데, 따라 가보니 처음에 택시를 타고 방문한 그곳이었다. 자세히 사진과 비교해 보니 비슷하다. 아니 같았다. 주변의 설치물들이 파괴되고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동상의 폼이 같다. 잠시 동상을 바라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로 공원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돌아가기로 했다. 메트로 정류장을 아주머니가 또 같은 방향이라고 알려주신단다. 아주머니를 따라갔다. 깡마른 아주머니는 걸음이 참 빨랐다. 메트로 정류장이 보이니 아주머니는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고마운 분이다. 우리는 또 표를 끊고 메트로를 기다렸다. 아베베를 찾아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메트로를 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진을 뺀 것이 아쉬웠다. 다시 스타디움 정류장에서 내렸다. Black Lion Monument가 있는 곳에 다녀오려고 출발했다. 스타디움 정류장에서 내려 메인도로를 왼쪽으로 걸어 감비아 스트리트로 걸어가다가 Holy Savior Catholic Church를 만났다. 더 걸어가니 처칠 에비뉴 길로 이어진다. 건조하고 피곤하다. 작은 주스 가게를 발견했다. 생과일을 잔뜩 쌓아놓고 즉석에서 갈아주는 생 과일 주스가 아디스아바바의 명물이다. 일단 들어갔다. 발 디딜 틈 없이 과일들이 잔뜩 쌓여있다. 망고 파파야 수박, 구아바 토마토 파인애플등 아주 다양했지만 주로 보이는 것이 망고와 파파야다. 3가지 과일이 들어가는 믹스 주스를 두 잔 주문했다. 둘러보니 사람들이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다. 큰 접시에 종류 별로 과일을 썰어 담아와 즉시 먹을 수 있다. 거기에 야채와 빵도 곁들여 준다. 채식주의 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 2층에도 홀이 있는지 과일과 주스들이 접시에 올려져 올라간다. 값도 저렴하고(25) 맛도 좋고 양도 풍성하다. 우리가 주문한 주스가 3가지 과일이 섞이지 않고 국기처럼 3색으로 구분되어 나왔다. 정말 달고 진하고 맛있고 배가 불렀다. 초록의 아보카도와 노랑의 망고 주황색의 파파야다. 레몬 두 조각이 함께 나왔다. 돌아올 때 만나면 다시 와서 한 잔 꼭 먹기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해발이 높은 고원지대인지라 머리도 무겁다. 검은 사자상이 있는 Ethiopian National Theatre도 만났다. 검은 사자 공원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려니 경찰이 와서 못 찍게 한다. 아주 험한 분위기다. 할 수 없이 바라만 보고 돌아섰다. 길을 건너가서 멀리서 찍었다. 공원에는 검은 사자 상 뿐 만아니라 공산주의 기념물도 만들어져 있고 쿠바 카스트로의 사진도 있다. 사람들이 엄청 많고 교통이 복잡하다. 아내가 에티오피아 커피를 사가자고 한다. 아이들도 갖다 주고 선물하기 위해서다. 주변에 커피를 파는 가게가 있는지 살펴보며 다시 스타디움 방향으로 걸어간다. 라스 데스타 댐튜 스트리트로 걸어 내려온다. 경기장을 오른쪽에 놓고 걸어가는 것이다. 메트로 가 다니는 고가도로 밑으로 가기 전에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커피와 땅콩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곳이다. 매장은 넓은데 물건은 별로 없다. 그러나 커피 종류가 많이 있었다. 커피를 잘 몰라서 가게 아가시에게 물어 두 종류를 샀다. 거기에 땅콩도 함께 샀다. 땅콩은 알맹이가 작다. 작은 배낭에 넣으니 묵직해 졌다. 메트로 고가도로 밑으로 조심해서 길을 건너 메스켈 광장(Meskel Square)으로 갔다. 주차된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다. Addis Ababa Museum과 The 'Red Terror' Martyrs' Memorial Museum을 지나간다. Red Terror memorial museum을 만났다. 과거 에티오피아가 맹기스투라는 독재자 아래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설 때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박물관이다. 3명의 여자 동상이 입구 앞에 만들어져 있다. ‘Never ever again’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광장 뒤로 보이는 박물관 울타리 밑으로 이어지는 긴 층계에서는 줄지어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랙이 참 특이하다. 걸어서 숙소를 찾아가자니 제법 멀다. 아프리카 에비뉴 길로 걸어가다가 가본 스트리트로 내려가면 우리 숙소다. 가본 스트리트는 포장 공사 중이라 흙먼지가 날리고 도로가 엉망이다. 가는 길에 또 주스 가게를 발견했다. 길 건너로 걸어가 반 지하 상태인 주스 가게를 들어가 도 같은 3가지 주스를 주문했다. 가게가 다르니 맛도 약간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같다. 가격은 더 싸다. 18이다. 시원하게 한 잔씩 마시고 숙소로 향하니 좀 살 것 같다. 날이 어두워진다. 호텔 옆 빵 가게에서 포장된 과자를 샀다. 점점 짐이 많아진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잠시 후 오후 6시 30에 식당으로 올라가 저녁식사를 했다. 심과 메뉴가 똑같다.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작은 승용차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아내가 고맙다고 친절한 기사에게 팁을 준다. 저녁 날씨가 쌀쌀하다. 저녁 9시에 출발해서 9시 15분에 도착했다. 공항에 들어서니 짐 검사를 한다. 여권검사를 하고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또 짐 검사다. 1번 게이트에서 기다린다. 이렇게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모두 끝이 나고 집으로 간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공항을 23시 10분에 이륙해서 다음날 31일 오후 7시 25분에 인천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해서 정말 반가웠다. 한국은 춥다. 여행의 최종 목적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