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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11
S#1. 비상 계단 / 낮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도경. 위 쪽 쳐다본다. 아무도 없다.
도경 : . . .이상하다. ..분명히 봤는데....
도경, 위로 올라가는데 아래층 계단에서 작은 흐느낌이 들린다.
도경 : ??
도경, 조심스레 내려가보면 아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다. 소리죽이고 나지막히 흐느끼는데 슬프고 안스러워 보인다.
도경, 어쩔줄 몰라 굳어 선채 바라본다. 아미, 눈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도경 : . . . ..(아미에 대한 연민으로 자신의 ‘진짜 마음’이 출렁하는). . . .
아미, 흐느끼며 나지막히.
아미 : 엄마. . . .많이 아팠어? 왜 말을 안해, 바보같이....
도경 : . . . (마음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 흔들린다. 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 . .
도경, 눈물을 닦는 아미의 손동작 하나, 숙여있는 어깨 ... 모든 것이 다 심장을 쿵쿵 흔들리게 하는데.......
S#2. 거 리 / 낮
손에 든 곰 인형 힘없이 출렁거린다. 멍하니 걷는 도경. 아미의 들썩이던 어깨, 눈물 닦던 손 자꾸만 눈에 스치고.....
도경, 멈춰선다.
도경 : . . . .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S#3. 아미 진료실 / 낮
도경, 들어와 곰인형을 책상에 탕 올려놓는다.
아미, 쌩하게 쏘아 보며.
아미 : 이게 무슨 짓이예요.
도경 : 아미씨! 눈물을 흘렸을 땐 단백질을 보충해 줘야합니다. 오늘 저녁에 제가 꽃등심 사 드릴께요.
아미 : 내가 그러자고 할 것 같아요?
도경 : (순진하게 밝게 웃으며) 예!
S#4. 중고 명품샵 / 낮
(6부와 같은 샵) 도경, 후다닥 달려온다.
도경 : 사장님, 여기서 옷도 빌려주죠?
주인 : 어? 그 때 옷 파신 분 아닌가.
도경 : 그 때 내가 팔았던 옷, 있어요?
주인 : 벌써 나갔죠.
도경 : 그럴 줄 알았어.... (양복 걸린 것 뒤적거린다) 이건 하루 빌리는데 얼마예요?
주인 : 그건 좀 쎈데. 20만원!
도경 : 헥! 하루 빌려입는데 뭐가 그렇게 비싸.
주인 : 블랙 라벨이쟎아요.
도경 : 3만원에 줘요.
주인 : 이 사람이 지금 농담하나.
도경 : (강하게) 사장님! 나 오늘 인생을 걸고 싶은 여자를 만난단 말예요.
운명의 여자를 만나러 나가는데 짝퉁을 입고 나가긴 싫 다. 같은 남자로서 한번만 봐줘요.
주인 : . . . . .
도경 : 나 이 여자 놓치면 총각귀신 돼서 제일 먼저 사장님을 덮칠꺼야.
주인 : 그럼 12시까지 갖다줄 수 있어요? 저거 낼 새벽에 무슨 신인 배우가 빌려가기로 한거거든.
도경 : 밤 12시 콜!
주인 : 그리구 내가 인심썼다. 15만원.
도경 : 5만원.
S#5. 정앤리 건물로비 / 밤
빌린 수트를 입은 도경, 서 있다. 아미와 이문, 퇴근차림으로 나온다.
도경 : 진료는 잘 끝내셨습니까? (이문에게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이문 : . . . . 그때 병원에서 축하공연 해주셨던.....?
아미 : (이문에게) 내일보자.
이문 : . . . . .
도경 : 제가 아주 맛있는 집으로 예약해놨습니다.
이문 : 정선생, 잠깐만!
아미 : ..(이문에게 오면)
이문 : (소근) 뭐야, 양다리야?
아미 : 미쳤니. (도경에게) 가요!
이문 : . . . . .?
S#6. 고급 고깃집 / 밤
도경, 아미와 함께 들어선다.
종업원 : 예약하셨습니까?
도경 : 최도경으로 제일 좋은 자리 예약했습니다.
종업원, 두 사람을 테이블로 안내한다.
도경 : (의자를 빼주며) 앉으시죠.
아미 : (앉는다)
종업원 : (메뉴를 준다) 메뉴 여깄습니다.
도경 : (메뉴 거두며) 이건 필요없고. 늘 먹던 걸로.
종업원 : (도경을 보며) 네?
도경 : 늘 먹던거 몰라요? 여기 박사장님 오늘 안나오셨나?
종업원 : . . . . .박사장님은 2년 전에 관두셨는데요.
도경 : 아참참 그렇지. 내가 정신이 없어서.... 꽃등심으로 주세요. 양 많이. 3인분 같은 2인분을 주십시오.
아미 : (웃는)
S#7. 홍대 사잇길 / 밤
귀걸이 목걸이 놓고 소리치는 영지. 밝고 씩씩하다.
영지 : 예쁜 귀걸이 보고 가세요. 손으로 직접 만든 귀걸입니다. 행복한 기를 팍팍 넣어서 만들었어요.
이거 놓치면 평생 후회 합니다. . . . . 어서오세요! 거울보고 해보세요.
은희, 친구들과 지나가다 영지를 본다. 친구들, 어머 이쁘다아.... 다가가고.
영지 : 어서오세... (하다가 은희를 본다)
은희 : 귀걸이가 다 이쁘네요...
영지 : 안녕하세요.
은희 : . . .왜 한번 안 놀러 오세요? 부원장님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던데....
영지 : . . . (미소) 요새 일이 좀 있어서요.... 그거 한번 해보세요. 싸게 드릴께요.
S#8. 고급 고깃집 / 밤
종업원, 고기를 가져온다. 도경, 순간 벌컥.
도경 : 아... 진짜.... 언니! 내가 3인분같은 2인분을 달랬는데 이게 뭐야. 너무 부실하. . . .(하다가 아차 싶고)
아미 : . . . .
도경 : . . . .농담입니다. 굽겠습니다.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 도경, 쌈을 싸서
도경 : 아미씨, 아......
아미 : 도경씨나 드세요.
도경 : 네. (머쓱하다. 혼자 아...하고 쌈 먹는다)
아미 : 그러구보니 옷이 바뀌셨네요. 집에 다녀오셨어요?
도경 : 아미씨랑 첫 저녁을 먹는 역사적인 날인데 신경을 써야죠. 이건 짝퉁 아닙니다. 블랙라벨, 진짜예요.
(안을 보이며) 보실래요?
아미 : 도경씬 사는게 재밌나요?
도경 : 늘 재밌진 않죠. 아미씨는 왜, 사는 게 재미없어요?
아미 : 재밌어죽죠.
S#9. 바 / 밤
한 쪽에선 서너명 춤추고 있는 바.
술 마시는 아미. 도경이 따라주기가 무섭게 스트레이트로 들이킨다.
도경 : 천천히 마셔요. 자, 물 마셔가면서. (물잔 입에 대준다)
아미 : (도경이 대준 잔에 물 마신다. 아이처럼)
도경 : . . . 아까.... 왜 울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아미 : 물으면 내가 대답할 것 같아요.
도경 : (착하게 웃으며) 네!
아미 : (술잔 쫙 비우고 벌떡 일어나 무대로 나간다)
무대로 나간 아미, 춤추기 시작한다. 도경, 아미가 춤추는걸 바라 본다.
아미, 음악에 취해 보는 사람 아무도 없는 듯 춤을 춘다.
도경, 물 한잔 마시고 일어난다. 무대로 나간다. 아미 곁으로 다가온다.
도경, 아미 옆에서 춤추기 시작. 두 사람의 춤 신나게 섹시하게. 뜨겁다. 곁에서 춤추던 사람들 서서 두 사람을 구경한다.
아미와 도경, 서로 눈빛 오가며 춤춘다.
아미 : . . . .
도경 : . . . . .
무대를 휘어잡으며 한참을 춤추는 두 사람. 아미, 도경의 손을 확 잡는다.
도경 : (놀라고도 찌릿한데) !!
아미 : (귓가에 대고) 오늘밤은 내가 하자는대로 해줄꺼죠?
도경 : . . . .(기대감.... 얼이 나간 듯 고개 끄덕끄덕)
아미 : 우리 바다보러가요.
도경 : . . . . .
주인(E) : 12시까진 꼭 갖다줘야해. 알았죠?
아미 : 싫어요?
도경 : 안 싫어요!
S#10. 도 로 / 밤
달리는 아미의 차. 도경이 운전하고 있다.
도경, 운전하면서 계속 픽픽 웃는다.
아미 : 왜 그렇게 웃어요?
도경 : 좋아서요.
S#11. 바닷가 / 밤
달이 떠 있고 달빛이 바다에 퍼져있다.
아미와 도경, 바닷가를 걷다가 뛰다가..... 도경 ‘나 잡아 봐요’ 도망가고. 밤바다의 두 사람 모습, 실루엣으로 아름답다.
밀려오는 파도에 아미의 발이 젖을 것 같자 도경, 아미를 번쩍 안고 물이 안 닿는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도경 : 비싼 구두 젖으면 어쩔려구.....
아미 : .......
도경 : 밤바다도 운치가 있네요.
아미, 말 없이 서 있다. 도경은 아미 옆모습 바라보고 있는데
아미 : (바다에 소리친다) 엄마!
도경 : . . . . .
아미 : 엄마, 나 아미야. 난 항상 이겨. 그러니까 엄마도 건강해야 돼!
도경 : 엄니! 나 도경이야. 이렇게 이쁜 사람이랑 같이 한밤중에 바다보러 왔어. 이만함 나도 성공한 인생이지?
아미 : 엄마 사랑해!
도경 : 나두 사랑해!
아미 : . . . .
도경 : 아미씨, 안 추워요? 뜨끈한 해장국 어때요.
S#12. 해장국집 / 새벽
낡은 괘종시계가 있는 식당. 두 사람, 뚝배기 앞에 두고 앉아있다.
도경, 콩자반을 아미 밥그릇에 올려주며
도경 : 콩자반도 드세요.
아미 : . . . .(짜증난다는 듯 젓가락을 탁 놓는)
도경 : (민망) 아 이거.... 잠 깰려고 휴게소에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봅니다.... 화장실 좀... (일어서 나가고)
아미 : . . . . . .
도경 나가고 11시 59분이던 시계. 12시로 넘어가며 괘종시계 종이 뎅뎅 치기 시작한다. 땡.... 땡.... 땡....
(E) : 도경의 핸드폰벨
테이블 끝에 놓인 도경의 전화벨. 요란하게 울려댄다.
아미, 안받고 있자니 벨소리가 너무 커 주변 손님들 눈치가 보이는.
아미 : 여보세요. 최도경씨 핸드폰인데요, 지금 잠깐 자리 비우셨거든요. (귀 따가운 듯 멀리 떼는)
네.... 네.... 그렇게 전해드릴께요.
12번의 종소리 끝난다.
도경 : (들어와 앉는다)
아미 : 어떡해요, 마법이 풀려서.
도경 : 네?
아미 : 빌린 옷 가져오라고 전화가 왔어요. 12시까지 돌려준다고 했다면서요.
도경 : . . . . . .
아미 : 출발하죠, 옷도 돌려줘야하는데. (일어서고)
S#13. 도 로 / 밤
도경, 운전한다. 자존심 상하고 부끄럽고 여러모로 기분 안좋다.
아미, 옆에서 눈 감고 있다.
도경 : . . . . .
아미 : . . . .
도경 : 주무십니까?
아미 : . . . .
도경 : 내가 이상한데로 차를 몰고 가면 어쩔려구 잡니까.
아미 : 속도를 좀 더 내요. 4시까지 안 갖고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대요.
도경 : . . . .(시계본다) 후....
S#14. 아미네 빌라 앞 / 밤
아미의 차, 와서 선다.
아미 : 오늘 고마웠어요.
아미, 들어가려는데
도경 : 아미씨!
아미 : (돌아본다)
도경 : 당신이 좋아요!
아미 : 그래서요?
도경 : 제 여자친구가 돼주세요.
아미 : . . . . 됐거든!
도경 : 돼다뇨.
아미 : 최도경씨. 사람이 왜 그렇게 순진하구 뭘 몰라요?
도경 : . . .
아미 : 난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절대 미친 듯이 술 안마십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춤도 안추고, 갑자기 바다보러가잔 말도 안하구요.
도경 : 나한텐 왜 그랬어요?
아미 : 편하니까!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도경 : . . . . . .
아미 : 얼른 가서 그 옷이나 돌려주세요. (걸어가는데)
도경 : (가는 모습 보고 서있다가) 그래두 당신이 좋은데.... 나 어떡하죠? 당신 맘에 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경비, 지나가다가 두 사람 빼꼼히 보고.
도경 : 내가 당신을 가질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미 : . . .(웃긴) 당신이 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경 : 당신 말대로 난 빈티나고 짝퉁만 입고, 당신보다 학벌 집안 다 후집니다. 그래도 당신을 갖고 싶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미 : 다시 태어나세요!
도경 : . . . . .
아미, 별일 없었다는 듯 걸어가고.
S#15. 아미 거실 / 밤
어두운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옆으로 눕는 아미.
도경(E) : 당신이 좋아요!
아미 : . . . .
S#16. 도경 원룸 / 밤
윤종신의 ‘환생’ 전주가 흐른다. 도경,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박자를 맞추다가
도경 : (노래 따라하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댈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노래하다말고) 아, 다시 태어 나고 싶다! 진심으로.
S#17. 출판사 사무실 / 아침
영지, 가슴에 꼭 끼고 있던 봉투를 정성스레 내민다.
편집장 : 두고 가세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영지 : (꾸벅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18. 아미네 빌라 / 아침
영지, 신나는 발걸음 걸어오는데 경비아저씨에게 인사한다.
영지 : 아저씨 안녕하세요...
경비 : (비밀스럽게) 저기. . . 정선생 애인이 바뀌었나봐?
영지 : 네?
경비 : 어젠 딴 남자가 새벽에 데려다주더라구. 이 사람은 훨씬 더 찐한 관계같어.
영지 : . . . .??
S#19. 아미네 거실 / 아침
영지, 식탁 차리는. 콧노래 흥얼.
아미, 욕실에서 나온 듯 가운입고
아미 : 요새 무슨 기분 좋은 일 있나봐요.
영지 : 어떤 출판사에서 원고 좀 보자고 해서 오늘 갖다 줬거든요.
아미 : 우와! 그럼 이제 책이 나오는거예요?
영지 : 통과돼야 나오는거죠. 그래두 뭔가 하나 끝낸거 같아서 기분은 좋아요.
아미 : 잘됐음 좋겠다, 정말루. 책 나오면 나 꼭 싸인해서 줘야돼.
영지 : 당연하죠. 그리고 귀걸이도 어제 4만원 어치나 팔았어요. 갑부탄생이라니까요.
아미 : 재료비 빼면 얼마 안남쟎아.
영지 : 그래두 2만원이나 떨어지는데요. 아무래도 세무조사 들어 올 것 같아요. 클났어.
아미 : 영지씨는 진짜 귀여워.... 나 꿀물 좀 해줘요. 속이 너무 아프다.
영지 : 어제 술 드셨어요?
아미 : 응. 엄청 마셨어요.
영지 : .. . .이문 선생님이랑요?
아미 : 아니, 최도경씨랑요.
영지 : ...... 도경씨랑요?
아미 : 응, 그 사람은 편해서 좋아. 부담도 없구. 나 옷 입을께요. (옷방으로)
영지 : . . . . .
S#20. 공 원 / 낮
영지, 벤치에 앉아있다. 도경, 풀 죽은 모습으로 걸어온다.
도경 : 웬일이예요? 날 다 보자고 하고.
영지 : 어제 아미 선생님 만났어요?
도경 : (갑자기 밝아지는) 어? 아미씨가 나 만났단 소릴 해요?
영지 : 어제 같이 술 마셨다면서요.
도경 : (신나서) 음, 역시! 날 싫어하진 않는 게 분명해.
영지 : 잘 돼가는 거예요?
도경 : 그걸 묻는걸 보니 영지씨도 그 부원장 아직 포기 안했구나?
영지 : . . . . .
도경 : 갑자기 희망이 생기네. 영지씨, 내가 정아미를 잡으면 김준우는 자연스럽게 영지씨로 연결될꺼예요.
영지 : 그런게 어딨어요.
도경 : 아이구....좋으면서 표정관리 하시기는.... 기다려봐요. 내가 확실하게 보여줄테니까.
S#21. 레스토랑 / 낮
준미, 아미, 이문 식사중이다.
준미 : 음.... 이 집 너무 맛있다... 그쵸?
아미 : 네, 오늘 점심 성공이예요. 준우씨도 같이 있었음 좋았을걸.
준미 : 비엔날레땜에 오빠 또 청주에 갔어요. 언제 우리 다같이 소풍가는 기분으로 구경가자구요.
아미 : 좋죠. 불러만 주세요.
준미 : 아... 이렇게 좋은 사람들하구 이렇게 어울려서 점심을 먹으니까 너무 좋다. 그쵸?
이문 : 그런데 원래 목소리가 그렇게 귀여우세요?
준미 : 어머 선생님두... 귀엽다뇨..... 정아미 원장님 들으셨어요? 내 목소리가 귀엽대.
아미 : 이쁘세요. 얼굴도 목소리도.
준미 : 난 얼굴 이쁘다, 깜찍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목소리 귀엽단 소린 또 처음 듣네... 호호호....
이문 : 준미씨랑 얘기하고 있음 유쾌해져요.
준미 : 잘생기고 능력있고 피부도 뽀야시고.... 이문 선생님 같은 분이 내 이상형이었는데.... 좀 더 일찍 제 앞에 나타나주시지....
아미 : 이러다 두 분 연애하시는거 아니예요?
준미 : 가을은 여자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계절이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이문 : 누가 한 말인데요?
준미 : 대학시절 양다리 걸칠 때, 제가요.
이문 : (크게 웃는) 준미씨, 진짜 너무 재밌어.
준미 : 웃지 말아요 선생님.... 나 어지러워.... 아...현기증.....
아미 : ???
S#22. 청주 전시장 일각 / 낮
‘청주 공예 비엔날레’ 플래카드며 깃발 가득한 전시장.
준우, 바쁘게 걸어가며 비엔날레 진행팀에 지시한다.
준우 : 도면하고 약간 다른데요. 부스에 다이렉트로 떨어지는 조명 좀 낮춰 주시구요.
다른 공간 체크하는 준우.
준우 : 네, 여긴 아주 잘됐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S#23.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들어와 피곤한 듯 털썩 앉는다. 창 밖 내다본다. 영지가 손 흔들던 모습....떠오른다. 지금은 텅 비어 아무도 없고.
준우 : . . . . .
S#24. 영지네 동네 / 밤
준우, 걸어온다. 영지네 집,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서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S#25. 영지네 마루 / 밤
걸레질하는 영지. 영민, 엎드려서 문제집 풀고 있다.
영지 : 집으로 전화 온거 없지?
영민 : 응....
영지 : 엄마한테선 연락이 없네.... (생각하는)
S#26. 경찰서 / 낮
회상. 9부 연결로.
영구과 영지, 경찰의 이야기 듣고 있다.
경찰 : 어머니를 찾았어도 그 쪽에서 만나지 않겠다고하면 저희도 연결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점은 양해해주세요.
영구 : 설마.... 그러시겠어요?
경찰 : 그동안 결혼을 하셨거나 뭐 피치못한 사정이 있는 경우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영지 : . . . 네에. . . .
S#27. 영지 방 / 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영지.
영지 : 엄마가 돌아온다면..... 지금 밖에 그 사람이 날 보고 싶어서 찾아와 서 있다면..... 이런게 기적이겠지?
S#28. 영지네 동네 / 밤
준우, 영지네 집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준우 : . . . . .
달구, 집 쪽으로 걸어온다. 준우, 깜짝놀라 도망갈 곳을 찾느라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데.
달구 : . . . . . .또 물벼락 맞고 싶어서 왔냐.
준우 : . . . . . 안녕하셨어요.
달구 : (집에다) 영구야, 연탄재 몇장 갖고 나와라.
준우 : . . . . .(겁먹는). . .!
달구 : 영지한테 말 안할테니 어여 썩 꺼져.
준우 : . . . ..
달구 : 뭐해, 가지 않구. (집에다) 아 뭐하냐 연탄재 좀 내오라는데.
준우 : 아... 안녕히 주무십시오.
준우, 후다닥 내려간다. 달구, 준우 뛰어가는 뒷모습 보고 서 있다.
달구 : . . . . . . (애정이 담긴 깊은 눈길)......
F.O.
S#29. 출판사 사무실 / 낮
머리 틀어올리고 화려한 차림에 안경걸이를 한 여자 편집장, 영지 앞에서 거들먹 거린다.
편집장 : 김정석교수 아드님께서 적극 추천을 하길래 열심히 읽어보긴 했습니다만.... 기본이 안돼 있네요....
지금 댁의 스타일처럼 이 동화의 정서도 아주 우울해. 매우 글루미해요.
영지 : . . . . .
편집장 :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동화의 컨셉하곤 전혀 맞질 않는군요.
영지 : 공주랑 왕자가 안나오고 화려한 성이 안나온다 뿐이지, 제 동화에도 밝고 따스한 기운은 있습니다.
편집장 : I don't think so. 그렇지 않아요. 서영쥐씨의 작품은 초라하고 가난해요. 정말 쥐 같아!
영지 : . . . .(기분 상하고)
편집장 :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지 그게 뭐야. 노,노, 노...
영지 : . . . .(주먹 불끈)
편집장 : 이런 수준 이하의 작품을 읽는데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열불이 나요.
영지 : 수준 이하는 편집장님 아니십니까?
편집장 : 뭐라구요?
영지 : (당차고 똑부러지게)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구요, 맑았다 개었다 하는게 우리 인생사예요.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될 줄 알고, 또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렇게 막말을 해대십니까.
당신이야 말로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 안돼 있어!
S#30.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귀 따가운 듯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받고 있다.
편집장(F) : 아니 실력은 그렇다치고 좀 예의있는 작가를 소개하면 안됐나요? 어찌나 건방치고 무식하던지!
준우 : . .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
편집장(F) : 다신 그런 사람 소개하지 마세요.
준우 : 그럼 책은요? 안 내주시나요? (끓겼다) 여보세요?
준우, 핸드폰 내려놓는다. 걱정스런 표정. . . .
준우, 시계보고 자료 챙겨 나간다. 준우 사무실 창문 넘어로 카메라 빠지면 영지, 저 멀리서 걸어온다.
S#31. 아트센터 앞 / 낮
영지, 힘 없이 걸어와서 선다. 올려다본다.
영지 : . . . . .(혼잣말로) 미안해요.... 기회를 놓쳤어요....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실망 안해요.
신춘문예도 있구요, 출판사가 거기 하난가요, 뭐. . . .내가 성공할 때까지 멀리가지 마셨음 좋겠어요...
영지, 창문 보며 서 있다가 터벅터벅 걸어가고.
S#32. 회의실 / 낮
준우, 준미, 직원들 들어오기 시작하고 은희는 자리마다 커피를 놓아주고 있다.
준우 : 회의는 5분 후에 시작하죠.
은희 : (준미 자리에 놓아주며) 커피요.
준미 : 땡큐.... 어머, 자기 귀걸이 어디서 산거니. 정말 이쁘다. 오빠, 이거 이쁘지?
준우 : (은희를 본다)
준미 : 내가 함 더 잘어울릴 것 같지 않어?
은희 : 이거 홍대 앞 길거리에서 샀어요.
준미 : 어딘데 나도 좀 알려줘 봐봐.
은희 : 이거 그 분이 파는건데.
준미 : 그 분이라니?
준우 : ?
은희 : 부원장님이랑 친하신 그분이요. 갈래머리 운동화.
준우 : 서영지씨 말이예요?
은희 : 네. 밤에 이걸 파시더라구요.
준우 : 홍대 어디쯤에서요?
준미 : 알면? 가게?
준우 : ......
준미 : 오빠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나 그 여자네 집 찾아간다. 주소 연락처 다 가지고 있어.
준우 : 자 회의 시작합시다. 밖에 있는 분들 들어오라고 하세요.
S#33. 아미 진료실 / 낮
상담을 마친 환자, 나간다.
아미 : 그럼 실장님하고 상의해서 수술날짜 잡으세요. 안녕히 가세요.
환자, 나가기가 무섭게 도경, 들어온다.
아미 : . . . .웬일이예요?
도경 :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여쭙겠습니다. 아미씨 눈에 제가 안 차시죠?
아미 : 당연하죠.
도경 : 이유는요?
아미 : 아시지 않나요?
도경 : 학벌도 후지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이게 이유 맞죠?
아미 : 맞습니다.
도경 : 학벌좋고 직장도 빵빵하다면요?
아미 : 그럼 다시 생각해봤겠죠.
도경 : 그럼 그런 조건만 빼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뜻이네요.
아미 : 조건이 곧 그 사람이기도 해요.
도경 : 조건을 바꾸겠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미 : ??
도경 : 수능을 보고 서울대에 합격해 보이겠습니다.
아미 : . . . .(어이없다. 깔깔 웃는)
도경 : 2006년도 수능은 얼마 안남아 힘들겠고 2007년 수능, 자신있습니다.
아미 : 지금 제 정신이예요?
도경 : 저요,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아미 : (건성) 하세요 그럼.
도경 : 대신 한가지만 도와주세요.
아미 : 뭐죠?
도경 : 과외 해주세요. 아미씨가 직접.
아미 : 미치셨군요.
도경 : 네, 나 미쳤습니다. 당신처럼 매력적인 여자를 봐서 미쳤고, 당신처럼 도도한 여자 눈에 들고 싶어서 미쳤습니다.
미친놈 한번 도와주 십시오.
아미 : ...... 서울대 합격을 못하면?
도경 : 당신을 포기하겠습니다. 깨끗하게!
아미 : 지금 포기하나 수능보고 포기하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도경 : 사나이가 칼을 뽑았는데 뭔가 보여드려야죠. 전 그럼 수능 문제집 사러 서점에 가겠습니다. (인사하고 나온다)
아미 : . . . . (기 막힌 듯 웃고)
S#34. 영지네 동네 / 낮
영지, 어깨 축 쳐져 걸어온다. 공터에 까만색 검은 세단 서 있다.
영지 : ?? (뭐지 싶은)
S#35. 영지네 집 앞 / 낮
반듯한 정장 차림의 40대 남자, 서 있다. 영지, 집 앞으로 가는데
(비서, 과잉 충성맨. 사장에 대한 충성으로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사장 몰래 접수를 했던 것)
비서 : 여기가 서영지씨 댁 맞습니까?
영지 : 누구세요?
비서 : 서영지씨를 만나러 왔는데요.
영지 : 제가 서영지입니다만..... 누구신지.....
비서 : 어머니를 찾고 계시죠?
영지 : !!!!
S#36. 영지네 마당 / 낮
평상에 앉아있는 영지, 영구, 영민. 비서, 우아한 부인의 사진을 내민다.
세 사람, 사진 본다. 갸우뚱....
비서 : 맞습니까?
영구 : 엄마 맞는 것 같은데. . .그치 생쥐야.
영지 : . . . .많이 늙으시긴했는데.... 15년전 모습이랑 비슷한 것 같아.
영민 : 그런데 우리 엄마 지금 뭘하시는데요?
비서 : 사업을 하십니다.
영구 : 어떤 사업이요?
비서 : 원래 식당을 하시면서 제주도에 땅을 조금 사두셨는데요, 그 땅이 개발되면서 목돈이 생기셨어요.
그래서 그걸 다시 투자 해서....
영민 : 그래서 결론은요. 지금 뭘하시냐구요.
비서 : 공동투자로 호텔을 하나 지으시려 준비중이십니다. 10만평 부지의 땅은 골프클럽으로 개발할까... 생각중이시구요.
영구 : (옆으로 쿵 넘어진다... 기절)
영민 : 오빠 정신차려.
비서, 대문을 나서며
비서 : 그럼 제주도에서 뵙겠습니다. 사장님은 일요일날 일본에서 귀국하십니다.
영지 : 네, 안녕히 가세요.
영지, 인사하고 대문을 닫는다.
삼남매 서로 마주 보며 어찌할 줄을 모른다. 바보같이 말 못하고 어리버리하다가 세 사람 얼싸안고 하늘 향해 소리친다.
일동 : (기쁨의 환호성) 으아아아아아. . . . 만세! 만세!
세 사람 하늘보며 기뻐 외치는 모습에서!
S#37. 영지네 외경 / 밤
S#38. 영지 방 / 밤
모여 앉아있는 영구 영민 영지.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
영민 : 아버지한텐 다녀와서 말하는 게 좋겠어. 엄마 만나러 간다면 펄쩍 뛰실꺼 아냐.
영구 : 아으. . . 가슴이 너무 뛰어서 숨을 못 쉬겠다. 식은 땀도 나.
영민 : 진짜 우리 엄마면 오빠 꿈처럼 그렇게 되는거 맞지?
영구 : 당연하지! 새 인생이 펼쳐지는거지.
영지 : . . . . 만약 엄마가 아니면?
영민 : 이름, 나이, 살던 동네, 삼남매, 완벽하게 맞는데 무슨 소리야. 사진도 봤쟎아.
영지 : . . .그래도. . .만에 하나 아니면.
영민 : 아니어도 버텨야돼, 우리 엄마 맞다고. 가짜 아들 딸이 돼서라도 버텨야 해.
영구 : 아들 엉덩이에 흉터는 없었대? 만약 있었다면 오늘밤에 젓가락을 가스렌지에 달궈서라도 내 궁댕이를 지지고 말꺼야.
영민 : 내가 지져 줄게. 나 그런거 잘해.
영지 :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마. 가짜 흉내내는 건 더 이상 싫어.
영구 : 언제 해보기나 했어?
영지 : . . . . . .어쨌든 가짜 흉내는 죽어도 안해.
영민 : 할 필요가 없지. 왜냐, 우리 엄마가 맞으니까!
영구 : 오,예! (영민과 하이파이브 짝!)
영지 : . . . . . .
S#39. 아미네 거실 / 아침
토스트에 쨈 바르는 영지. 아미, 커피 마시고 있다.
영지 : 모레하고 글피는 여기 못 올 것 같아요, 선생님.
아미 : 왜,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영지 : 엄마를 찾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미 : 정말?
영지 : 아직 확실하진 않은데요.... 제주도에서 연락이 와서 동생들 하고 내려가 볼려구요.
아미 : 엄마가 제주도에 계시대요?
영지 : 네....
아미 : 제주도에서 뭘 하시는데?
영지 : . . . .사업을 하신대요.....크게.
아미 : 정말? 너무 잘됐다아....
영지 : 아직 몰라요. 비서라는 분이 엄마 모르게 연락을 한거거든요.
아미 : 친엄마 맞았으면 좋겠다.
영지 : 저두요.
초인종 소리.
영지, 뛰어가 문 열면 꽃바구니 들고 서 있는 경비.
경비 : 정선생한테 온 건데.
영지 :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들어오며 꽃 사이에 끼워진 카드를 본다) 선생님, 최도경씨가 꽃을 보냈는데요.
아미 : 도경씨가? (카드를 펼쳐보면)
S#40. 야외 일각 / 아침
귀에 꽃 꽂은 도경, 꽃바구니 들고 카메라를 향해 확 돌아서며
도경 : 아름다운 제 과외선생님께 이 꽃을 바칩니다. 새벽이슬머금은 애들로만 제가 직접 꺾어왔습니다. 물론 믿지 않으시겠죠?
네, 믿지 마십시오. 대신 과외는 꼭 시켜주세요.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도경이랑 과외하기! (애교스럽게 눈 깜빡깜빡)
S#41. 아미네 거실 / 아침
아미, 깔깔 웃으며 카드를 영지에게 보여주며
아미 : 이 사람 진짜 코믹하지않어?
영지 : . . .과외는 무슨 얘기예요?
아미 : 수능준비한다고 나더러 과외를 시켜달래.
영지 : (기막힌 듯 웃는)
아미 : 장난 삼아 해줄까?
영지 : . . . 최도경씨는 장난이 아니면요?
아미 : 바보가 아닌 이상 진지하게 그러겠어?
영지 :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이러는거쟎아요.
아미 : 좋아한다고 정말 나랑 끝까지 잘될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꺼 아냐.
영지 : 하고 있다면요?
아미 : 최도경하고 내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영지 : 물론.... 아니죠.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면 뭔가 뛰어넘고 달라질 수 있는거 아니예요?
아미 : 영지씨라면 그러겠어? 자기랑 엄청 차이나고, 모든 게 다 다른 사람인데도 그냥 끌리는 마음 하나로 덤벼볼 수 있겠어?
영지 : . . . . .덤벼보고 싶은 생각은 들겠죠.
아미 : 그래서 덤벼 본 적 있어?
영지 : . . . . .
아미 : 아닌건 아닌거지. 아침 잘 먹었어요!
영지 : . . . . . . .
S#42. 정앤리 클리닉 / 아침
아미, 출근해 들어서면 밸리댄스 후배 기다리고 있다.
아미 : 아침부터 웬일이야?
후배 : 우리 포스터가 나와서요. 출근하는 길에 드리고 갈려구요.
아미, 포스터 펼쳐본다. 아미와 사람들, 밸리 댄스복을 입고 흑백으로 찍힌 멋진 사진.
아미 : 이쁘게 나왔네.
후배 : 부원장님도 꼭 오시라고 하세요.
아미 : 당연하지.
S#44. 청주 전시장 / 낮
개막식 현장.
준우, 주요 인사들과 함께 테잎 커팅을 하고 박수친다.
S#45. 준우 사무실 / 낮
준우와 은희, 책장 앞에 서서 자료찾고 있다.
은희 : 참, 제주도 아프리카 미술관에도 한번 들리셔야하지 않아요?
준우 : 그건 뭐였죠?
은희 : 겨울에 할 기획전 준비요.
준우 : (피곤한) 아...그랬지.... 몸을 둘로 쪼갤 수도 없고... 그냥 캔슬할까요?
은희 : 그러실래요?
책상에서 핸드폰 진동 드르륵.
준우, 책상을 가 발신자 보면 정아미.
준우 : . . .네, 아미씨.
S#46. 아미 진료실 / 아침
아미, 핸드폰으로 통화한다. 여우처럼.
아미 : 고마워요 준우씨.
준우 : . . .뭐가요?
아미 : 오늘 저녁은 제가 근사한 데서 살께요. 땡큐....
준우 :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아미 : 꽃 잘 받았어요.
준우 : 꽃이요?
아미 : 어머... 그럼 이 꽃 준우씨가 보낸거 아니예요? (빈 책상, 마치 진짜 꽃바구니가 있는 듯 바라보고 만지는 척하며)
엄청 크고 화려하고 이쁜 꽃바구니가 왔길래... 난 이거 준우씨가 보내준 건 줄 알았는데. . .
준우 : . . . .어떡하죠.... 제가 보낸거 아닌데....
아미 : 어머.... 실망....
준우 : 인기가 아주 많으시군요.
아미 : 준우씨가 보낸거 아니었구나.... 그럼 저녁 식사예약한 것도 취소해야겠네....
예약잡기 힘든 레스토랑 간신히 해 놓은 건데....
S#47. 준우 사무실 / 아침
준우 : . . . .그럼 저녁은 그냥 같이 먹을까요?
아미 : 이 꽃은 누가 보낸거지 그럼? 알았어요. 저녁에 봐요. (전화 끓으며 여우처럼 웃고)
준우, 전화 끓으며 갸우뚱.
준우 : 이럴 때 나도 꽃을 보내줘야하나?
은희 : 보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작전같기도 하구...
준우 : 날 진짜 좋아하나...?
은희 : 것봐요, 정아미씨가 부원장님 좋아하는거 맞다니깐요.
준우 : 은희씨가 꽃 배달 좀 시켜주실래요?
은희 : 어디루요?
준우 : 정아미씨 병원으루요.
은희 : 지금 당장 보낼까요?
준우 : 네.
은희 : 알겠습니다. (나가는데)
준우 : . . . . .참, 은희씨! 보내는 김에 하나만 더 보내주실래요?
S#48. 영지네 마당 / 낮
꽃바구니 들고 오는 배달 직원.
배달 : 서영지씨 댁 맞죠?
달구, 평상에 누워있다가 일어난다.
달구 : 뭐요?
배달 : 서영지씨한테 온 꽃배달입니다. 카드는 안에 꽂혀 있습니다.
달구, 카드를 꺼내본다. 김준우라 쓰여있다.
달구 : 어이, 배달 양반! 이거 다시 가져가슈.
S#49. 준우 사무실 / 낮
배달직원, 준우에게 다시 꽃바구니 전한다.
준우 : ??
배달 : 다시 가져가라고 하시던데요.
준우 : 서영지씨가요?
배달 : 아뇨... 남자분이요. 연세 좀 있으시구요.
준우 : . . . (알겠다는 듯 끄덕끄덕)
배달 : 그리고 한마디 전해 달라시던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면서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준우 : ?
배달 : (주먹 쥐어보이며) 자꾸 이러면 내 손에 죽는다.
준우 :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배달 나가면 준우, 꽃바구니 본다. 싫다는 듯 고개 절래절래....
S#50. 정앤리 클리닉 / 낮
꽃바구니 보며 미소 짓는 아미. 이문, 마스크 벗으며 진료실에서 나온다.
이문 : 웬 꽃이냐? 자작극이야?
아미 : 자작극은.... 김준우씨가 꽃 보내줬어.
이문 : 잘 돼가는거야?
아미 : 그럼. 정아미, 한다면 꼭 하는거 몰라? 남자도 잡겠다고 마음 먹음 잡히는거지.
이문 : 그럼 그때 같이 나가던 남자는 또 뭐야. 춤 잘추던 남자.
아미 : 응, 그 사람? 그 사람은 부담없고 편한 남자!
이문 : 그럼 김준우는?
아미 : 근사한 남편감!
이문 : 부담없고 편한 남자는 근사한 남편감이 될 수 없나?
아미 : 이 경우엔 없지.
S#51. 성월 사무실 / 낮
수능입시 문제집을 뒤적거리는 도경.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
도경 : . . . 하나도 모르겠네. 하나도 모르겠어. (책 덮으며) 어짜피 과외는 미끼일 뿐이야.
노크소리 나고 영지, 들어온다.
도경 : 웬일이예요?
영지 : 영구는요?
도경 : 사장님이랑 같이 일 나갔죠. 참, 요새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영지 : 왜요?
도경 : 영구가 좀 이상해요. 붕 떠 있는 것도 같고 정서불안 같기도 하고....
영지 : . . .걔야 뭐 원래 그렇죠... 그럼 수고하세요. (나가려는데)
도경 : 영지씨! 계속 파이팅입니다. 김준우씨랑은 연락하고 있죠?
영지 : 참, 정아미 선생님한테 과외해달라고 했다면서요.
도경 : 날 보고 좀 배워요, 영지씨. 끝없이 도전하쟎아. 내가 이 나이에 정말 과외를 받고 싶겠어?
그 사람을 자주 만나기 위한 미끼죠.
영지 : 도경씨, 아미 선생님을 정말 좋아해요?
도경 : 그럼 그렇게 돈 많고 이쁜 여자가 싫겠어요?
영지 : 결국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거네요.
도경 : 그러는 영지씨는?
영지 : 나는 달라요. 댁 같은 사람한테 사귀자고 했던거 보면 모르겠어요? 난 조건보다 사람을 먼저 봐요.
도경 : 난 조건이랑 사람을 동시에 보는데.
영지 : 아미 선생님도 그러실껄요.
도경 : 김준우씨도 마찬가질껄요.
영지 : . . . . .
도경 : 우리는 조건이 약하니까 배로 노력을 해야돼요. 내가 과외를 하면서 확실한 끈을 만들테니까 영지씨도 분발해요. 파이팅!
S#52. 레스토랑 / 밤
식사중인 아미와 준우. 즐겁게 대화중.
준우 : 꽃을 보낸 사람은 알아내셨습니까?
아미 : 아뇨, 아직 오리무중이예요.
준우 : 혹시 그 날 연습실에 왔던 분이 보낸거 아닐까요?
아미 : 아... 최도경씨요? 아닌데요.
준우 : 그 분이 아미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못 느끼셨어요?
아미 : 절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딨겠어요?
준우 : 하하하. . . . 아미씨는 정말 모든 걸 다 갖추셨다니까. 공주병까지.
아미 : (여우처럼 슬픈 표정) ....준우씬 날 안 좋아하세요, 그럼?
준우 : . . . . 싫은 사람하고 같이 저녁을 먹겠습니까?
아미 : 그러니까요.
준우 : 참, 영지씨는 잘 있어요?
아미 : . .그럼요. 잘 있죠.
준우 : (다른 얘기를 좀 더 해주길 바라는데 아미는 아무 말도 없고... 그냥 어설픈 웃음만). . . .
아미 : 참, 부모님이랑 골프 가기로 한건 언제로 할까요?
준우 : 뭐. . .아무때나요.
S#53. 달리는 차 / 밤
준우, 운전하고 아미는 조수석에.
아미 : 전 잠깐 저 앞에서 내려주실래요?
준우 : 또 약속이 있으세요?
아미 : 네, 다른 남자랑 또 데이트 약속이 있어요.
준우 : . . . 인기가 많으시군요.
아미 : 영지씨가 요즘 귀걸이 목걸이를 만들어서 팔아요.
준우 : . . . . . .
아미 : 한번 들러서 매상 좀 올려줄려구요. . . 같이 가실래요?
준우 : 아뇨.... 전 다음에 가죠 뭐.
차 서고. 아미, 내린다. 준우에게 손 흔들고.
아미 : 오늘 즐거웠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준우 : 네, 또 뵈요!
아미, 손 흔들고 걸어가고.
준우 : . . . . .
준우, 차를 움직여 한 켠에 댄다.
S#54. 홍대 근처 거리 / 밤
준우, 전화하며 걸어오는.
준우 : 박은희씨,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지금 한 백미터 들어왔거든요...
여기서 갈래길이 나오는데.... 아.... 약국 있는 쪽으로.... 알았어요. 고마워요.
S#55. 홍대 뒷골목 / 밤
영지, 손님에게 돈 거슬러 주고 있다.
영지 : 감사합니다. 예쁘게 하시구요, 또 오세요. (외치는) 예쁜 귀걸이 보고 가세요. 터기석으로 만든 목걸이도 있습니다.
아미, 걸어온다.
아미 : 잘 돼요?
영지 : 어? 선생님이 웬일이세요?
아미 : 바람 잡이 해줄려고 왔지.
영지 : 그것땜에 병원에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아미 : 준우씨랑 같이 저녁먹고 가던 길에 난 여기 내려달랬지. 같이 가자니까 다음에 오겠다고 하더라구.
영지 : . . . 네에. . . .
아미 : 와, 이거 진짜 이쁘다아... (지나가는 사람들 듣게) 이거 얼마예요? 너무 이쁘다.
영지 : . . . .5천원입니다 손님.
아미 : 이렇게 이쁜게 5천원이요? 너무 싼거 아녜요?
준우, 멀리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아미와 영지가 이야기 하는게 보인다.
영지, 밝게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 영지, 아미에게 거울 보여주고 웃고....
준우 : . . . . .(마음이 아린데). . . . .
준우, 한참을 바라보다가 지나가던 여자들을 불러세운다.
준우 : 저기요!
여자 : 네?
준우 : 부탁이 있는데.... (지갑에서 돈 꺼내며) 저기 저 분한테서 귀걸이 5만원 어치만 사다주실래요?
여자 : . . . .
준우 : 부탁드립니다. 제가 직접 갈 형편이 못돼서 그래요.
여자, 영지에게 다가온다.
여자 : 이쁜걸로 5만원어치만 주세요.
영지 : 5만원어치나요? 직접 고르셔야죠.
여자 : 저기 있는 어떤 남자가 좀 사다달라는데요.
영지 : ??
영지와 아미, 여자가 가리키는 쪽을 본다. 준우, 더 안보이게 숨고.
아미 : 웃긴 사람이네. 왜 직접 안 오구.
영지 : . . . . . .
여자 : 이런거 이쁘네.... 이거 얼마예요?
영지 : 5천원인데요. 그 옆에껀 7천원이구요.
여자 : 대충 5만원에 맞춰 주세요.
준우가 숨어있는 골목으로 여자, 귀걸이 들고 온다. 준우, 나온다.
준우 : 감사합니다. 심부름 해주셨으니까 (귀걸이 하나 주며) 이거 하나 가지세요.
여자 : 고마워요.
준우, 귀걸이를 손에 들고 한참동안 영지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