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1983년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간간이 찾아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제주도를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주도를 가느니 조금이라도 멀리 남의 나라를 가보는 것이 우선인데다
다리 힘이 남겨져 있을 때는 국외로 먼저 시선을 돌리자가 철칙이고
국내는 사진 촬영하느라 숱하게 다니기도 하였고 언제든 기회가 되면 찾아갈 수 있으니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갈만큼 마음의 여유도 생기질 않아 선뜻 나서지 않았다 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명상심리지도사 워크샾을 제주도에서 한다고 하니 아니 갈 수도 없고 해서
기본적으로 예정되어 있던 스켸줄을 공중 분해 시키면서까지 제주도 행을 결정하였다.
헌데 웬일이랍니까...그놈의 눈이 발목을 잡고 영하로 내려간 기온 덕분에 전날 내린 눈비가 얼어붙은
빙판길을 선사하니 그 빙판길을 깨고 리어카로 두번이나 모래를 뿌려가며
간신히 길을 나섰더니 기가 막히게도 도로 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여전히 한 겨울 백설왕국인 무설재가 이상할 정도로 깨끗한 도로를 보자니
종일토록 길을 만드느라 애쓴 신선이 한숨을 내쉰다...이럴 때 하는 말, 제길헐.
어쨋거나 일단은 버스에 올랐다...공항가는 버스를 타면 내리 앉은 자세를 비틀어가며 한번에
도착하겠지만 빙빙 돌아대는 노선이 지겨워서도 참을 수 없는 존재감의 고통을 수반 할 터이니
그저 강남 터미널로 가서 공항가는 전철을 타는 것이 최고지 싶어 그리 하였지만 별반 나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복닥거리는 터미널에 도착하여 급행 지하철을 탔더니만 급행값을 하느라고 완전 지옥철이다.
그러고 보니 아뿔사 퇴근 시간인 게다. 미처 시간대를 계산하지 못하고 움직인 덕분이다.
숨도 못쉬도록 꽉꽉 들어찬 인파들이 내리고 나자 겨우 자리에 않았는가 싶었더니 내려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법...내려보니 지하 4층이란다.
한참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약속 장소가 생각보다 멀다.
처음에는 가까운 줄 알고 한참을 걸었더니만 길이 보이질 않아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단다.
아,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 거야....공항과 버스 정류장을 들락거리며 시간을 확인하며 공항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공항 내에 있다는 참 숯가마 찜질방을 찾느라 애쓰는 일행이 멀리서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 손짓을 하고 늦은 밤에 여정을 시작하는 우리는 불나방들이라 지칭한다.
그렇게 도착한 참 숯가마 찜질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시간이 맞질 않아서 수면을 취해야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천국일 터이니
불평불만 하지말고 들어설 지이다.
일행이 죄다 도착하도록 기다리는 시간,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인내를 배우고
나머지 일행들이 합류하여 찜질방에서의 하룻밤...견디기 쉽지는 않다.
일단 여기저기서 코골이 삼매경이요 잠 못 이루는 군상들의 수다가 장난이 아니요 무작위로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왕왕왕 소음이 귀를 울린다,
아, 잠 못드는 밤이여...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 나선 걸음이니 또 견뎌야만 하는 것.
겨우 눈을 붙였는가 싶었지만 저절로 다시 떠지는 눈을 애써 잠재우지 아니하고 세면실로 향해 가는데
창문 밖으로 간밤에 또 내린 눈을 확인하고 정신없이 잠든 사람들을 깨워 일정을 앞당겨 공항으로
향하였지만 택시 잡기가 만만치 않다.
와중에 일행들을 분산시켜 택시를 태우고 마지막으로 간신히 택시를 잡았더니만 다섯명이 탑승하였다는
이유로 기사님이 분노의 목소리로 짜증내는 말씀이 귀를 때린다.
누구 마음대로 다섯명이나 타는 것이냐는...그래서 택시비는 따블이 되시겠다.
그리고 곡예 운전을 하시며 속도를 늘리시는데 빙판길의 공항가는 길...무서웠다.
친절은 무슨 개뿔...젠장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나마 서둘러 공항에 도착을 하여 예약 티켓을 발권하는데 정말 웬일이니, 왕 짜증이 인다.
어떤 바보가 한 사람의 이름으로 두개의 티켓을 발권한다고 이런 사단이 벌어지는지,
쥔장 이름의 티켓이 없어 급하게 제주도에 다시 연락을 하여 새롭게 티켓 발권을 하는데 열심히 일한 당신,
일하고도 욕 먹을 처사를 하였노라 쯤 되시겠다.
간신히 다시 티켓을 발권하고 일행이 기다리는 자리로 돌아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번 여정이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인가 싶은.
그리고 탑승수속을 밟아 비행기에 오르니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밝은 미소와
친절함이 바쁘게 설친 지난 시간을 보상해준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떠나질 못하고 있다.
내려주신 눈이라는 놈이 비행기 이륙 발목을 잡는 중이라는 것..한참을 눈을 치우고서야 떠나는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여명이 터오는 풍광을 바라보며 이번 여정이 무사히 끝내지기를 기원해 보았지만 성향이 다른 여러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은 완벽하게 일정이 끝내지기는 어렵다 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참만에 찾은 제주 공항은 이미 국제 공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게 되었으나
제주 여행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제주공항을 뒤로 하고 좀녀마을 064 745 3535 뚝배기집으로 향하였다.
전복과 게로 국물 맛을 낸 깔끔하고 담백한 뚝배기 맛이 일품이어서 이제 시작일 뿐 인 식탐에의 진면목이
상상이 되고도 남았고 음식에의 탐닉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아쉬운 것은 다금바리가 잘 잡히질 않아서 전복으로 대체되었다는데 그래도 다들 폭풍흡입 수준.
참고로
ㅈ+ . + ㅁ의 . 아래아는 표준적으로 아로 읽지만 제주도에서는 아래오 인 관계로 좀이라 읽게 되고
좀녀는 해녀 라는 제주도 방언이라는 말씀.
첫댓글 아항~! 그려요~! 좀녀가 해녀~? 오호라~!
에고 집나서면 개고생이라더니... 끌~!
시작은 어려웠으나 결과론적으로는 좋았다 는.
와우~ 제주 여행과 맛난(남이 해주는 식사는 모두 맛있지요, 아짐들은) 식사의 얘기들... 무척 궁금합니다
완전 식탐 여행 같았어...일정이 잘 짜여져서 만족스럽게 다녀왓다네.
힘들고 짜증나고 귀찮은 것 자체를
스트레스로 받지않고 흘려보내는 것 자체가
오랜명상의 산물인 것을....
그러게요...일상이 그러해야 하는 것인데 아직 숙성이 덜 된지라 여전히 그렇죠?
그래도 나름은 그 스트레스 자체를 즐기기도 한답니다.
더러 스트레스 받아야 긴장이라는 것도 생갈테니 말입니다.
너무 느슨하여도 곤란할 때가 있으니 ㅎㅎㅎㅎ
@햇살편지 스트레스가 없어지니(안받으니) 약간의 의욕상실....?
하고싶고,먹고싶고, 보고싶고....이런 감정들이 무뎌지며
그져 멍 한 것 같습니다
@우듬지 맞아요...약간의 스트레스가 의욕은 좀 남겨놓긴 하죠.
감정이 무뎌진다는 것은 미란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도 되겠지만
나이든다 는 것의 실체이기도 하니 지금은 그러구 싶지 않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