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22:1]
이상 골짜기에 관한 경고라 네가 지붕에 올라감은 어찜인고....."
이상 골짜기에 관한 경고라 - '이상 골짜기'는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이름이다. '골짜기'는 다윗 성이 서 있는 언덕 기슭에서 마주치는 힌놈, 기드론 등의 골짜기에서 연유된 듯하고, '이상'은 그곳에 선지자의 거주지가 있고 하나님의 도성 예루살렘이 '시온 산'이라 불렸음을 생각할 때, '이상 골짜기'라는 이름에는 경멸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는 '산' 과 '골짜기'의 대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산의 높은 곳에서는 먼 데까지도 전망이 가능하나, 어두운 골짜기에서는 아무것도 내다보지 못한다. '이상'에 관한 한, 예루살렘은 골짜기와 같다. 선지자가 그 이름을 통해서 풍자하고 있는 바, 미래를 예측하는 시력을 상실한 예루살렘은 임박한 재난 앞에서도 회개하기는 켜녕, 기쁨으로 소동하며 분요하는 모습만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네가 지붕에 올라감은 어찜인고 - '어찜인고' 직역하면 '네게 무슨 일이냐?'이다. 이 물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뜻이 담겨 있다(삿 18:23). 예루살렘 주민들이 떼를 지어 지붕에 올라감은 아마도 적군-산헤립의 군대-의 모습을 지켜 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본문과 관련되는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 학자들간에 이견이 분분하다.
사실 여기서 제시되는 주장들은 기껏해야 개연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본문의 상황이 B.C. 701년에 있었던 앗수르 군대의 예루살렘 포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산헤립은 히스기야로부터 상당한 양의 공물을 받고 그의 군대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 사 22:2]"훤화하며 떠들던 성, 즐거워하던 고을이여 너의 죽임을 당한 자가 칼에 죽은 것도 아니요 전쟁에 사망한 것도 아니며...."
훤화하며 떠들던 성, 즐거워하던 고을이여 - 예루살렘 성읍을 떠들석하게 만든 이 소동은 기쁨과 안도감에서 촉발된 것이다. 백성들은 퇴각하는 적군을 바라보면서 모든 위협이 사라진 양, 자만하며 허랑 방탕한 환락에 도취되었다. 그들은 마땅히 하나님께 돌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전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즐거워하다'는 말은 헛된 자만에서 분출되는 득의 양양한 기쁨을 나타낸다
[사 22:3]"너의 관원들은 다 함께 도망하였다가 활을 버리고 결박을 당하였고 너의 멀리 도망한 자도 발견되어 다 함께 결박을 당하였도다...."
너희 관원들은 다 함께 도망하였다가...결박을 당하였도다 - 백성들을 지켜야 할 관원들이 오히려 제 몸을 보전히기 위하여 활도 팽개치고 도망하다가 포로가 되어 결박을 당한다. 명예와 용기가 자취를 감추고 수치와 비겁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것이 이상을 상실한 백성들의 결국이다.-'활을 버리고' 직역하면 '활로부터'이니, 그 의미는 '활을 쏴보지도 못하고' 혹은 '아예 저항을 포기하고'이다
[사 22:4] "이러므로 내가 말하노니 돌이켜 나를 보지 말지어다 나는 슬피 통곡하겠노라 내 딸 백성이 패멸하였음을 인하여 나를 위로하려고 힘쓰지 말지니라..."
돌이켜 나를 보지 말지어다 나는 슬피 통곡하겠노라 - 예루살렘의 미래가 이러하므로 선지자는 기쁨으로 환호하는 성읍의 한 가운데서 홀로 눈물을 흘린다. 그는 어떠한 위로도 거부한채 실컷 울기만을 소원한다. 이상을 결여한 시대에 선지자는 얼마나 특이하고 외로운 존재인지! 그는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어둠을 응시하며,
모두가 기쁨에 들떠 분요할 때 홀로 슬픔에 잠긴다. 그는 백성을 향하여 선포하는 자이며, 동시에 백성과 그 운명을 함께 나누자는 자이다. 선지자 이사야의 눈물은 백성의 고난에 참예하려는 그의 애끊는 가슴에서 흘러 내리는 것이다.
[사 22:5]"이상의 골짜기에 주 만군의 여호와께로서 이르는 분요와 밟힘과 혼란의 날이여 성벽의 무너뜨림과 산악에 사무치는 부르짖는 소리로다..."
성벽의 무너뜨림과 산악에 사무치는 부르짖는 소리로다 - 직역하면 '성벽을 무너뜨림과 산악에 대하여 부르짖음이로다'이다. 두 소리가 들린다. 먼저 들리는 소리는 적군의 공격을 받아 성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요, 그와 때를 같이해서 살려달라는 백성들의 비명소리가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서 메아리쳐 울린다. '쇼아'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도움을 구하는 간절한 부르짖음이다.
[사 22:6]"엘람 사람은 전통을 졌고 병거탄 자와 마병이 함께하였고 기르사람은 방패를 들어 내었으니..."
엘람 사람...기르 사람 - 예루살렘 성을 포위 공격하는 앗수르 군대 중에 주도적인 두 나라가 진술된다. '엘람'과 '기르'는 산헤립 당시에 이미 거대한 앗수르 제국의 한 주로 편입되었다. '엘람'은 바벨론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하였다. '기르'는 코카서스에서 발원하여 카스피해로 유입되는 큐로스 강에 근접한 지방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경에서 그곳은 '아람 사람의 기원지'로, '아람 사람이 포로로 사로잡혀온 곳'(엄 1:5)으로, 또는 디글랏 빌레셀이 다메섹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킨 장소로 언급되고 있다. '엘람'과 '기르'는 여기서 각각 바사와 메대 대신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이 두 나라로 대표되는 앗수르 군대의 위용은 곧 궁사들과 전차 부대와 기병대와 보병대로 구성된다.
[사 22:7] "병거는 너의 아름다운 골짜기에 가득하였고 마병은 성문에 정렬되었도다..."
병거는...정렬되었도다 -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골짜기마다 적들의 병거가 가득하고, 성문 앞에는 마병이 정렬해 있는 일촉 즉발의 상황에서 예루살렘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