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는 고대부터 유구(悠久)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당나라 때 달력을 만들던 이들은 아득한 옛날 자월(子月.11월) 초하루 갑자일(甲子日)의 한밤중 자정(子正.0시)에 동지(冬至)가 드는 때를 달력의 시작으로 삼았다. 1월 1일이 시작이 아니라 11월 1일이 시작인 것이다. 이날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현재 양력 12월 21일이나 22일이 그에 해당된다. 밤이 가장 긴 것은 겨울의 음기(陰氣)가 극성(極盛)하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로 그날부터 낮이 점차 길어지므로 양기(陽氣)가 회복된다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는 세상이 음(陰)에 휩싸여 있으나 땅속에서 하나의 양(陽)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양이 회복된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므로 한겨울 속에 싹트는 생명의 봄을 의미한다.
즉,동지를 통해 하나의 끝이 다가온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지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작과 끝이라는 직선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끝이 바로 시작이 되는 순환(循環)의 고리가 무한히 이어지는 세계이다. -김성애 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冬至子之半 天心無改移 / 동짓날 자정, 천심은 변함없는데
一陽初起處 萬物未生時 / 일양이 막 일어나고, 만물이 아직 생기기 전
玄酒味方淡 大音聲正希 / 현주 맛은 담담하고, 우레 소리 정히 드물다네
此言如不信 更請問包羲 / 이 말을 못믿겠거든, 다시 복희씨에게 물어보오
소옹(邵雍.소강절 1011~1077)의 위 <동지음(冬至吟)〉은 동지(冬至)의 이치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많이 인용되어 왔다. 동짓날은 하나의 양(陽)이 발동하기는 하나 아직 만물이 생겨나는 시기는 아니다. 4월의 순양(純陽)이 5월부터 음(陰)에게 깎이기 시작하여 10월에 이르면 양이 다 깎이어 순음(純陰)이 된다. 그러나 동짓날 자시(子時)에 이르면 다 깎였던 양이 아래에서 되살아난다.
현주(玄酒)는 물이다. 물빛이 검기 때문에 현이라 하는데 태곳적에는 술이 없어 물로 술을 대신하였다. 대음(大音)은 심오하여 잘 들리지 않는 아주 큰 소리를 말한다. 《노자(老子)》 41장에 “큰 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큰 형상은 모양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大音希聲 大象無形]” 라는 말이 있다. 동지에는 비록 하나의 양(陽)이 처음 생기고 땅 속에서 우레가 진동하지만 양의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없고 우렛소리를 들을 수 없으므로 맛이 없는 현주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대음에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