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카’를 타고 나만의 해남 여행을 완성했다.
두륜산의 기운을 받는 대흥사 대웅보전
● 세계가 인정한 천년고찰
‘꿈카’와 함께한 첫 번째 목적지는 산사(山寺)다. 산사는 한반도 남쪽 지방에 있는 통도사부터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까지 총 7개의 산지승원을 일컫는다. 7~9세기에 창건된 7개 사찰은 한국 불교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유네스코도 그 가치를 인정해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했다. 7개 사찰 중 해남에는 대흥사가 있다. 9세기 후반 선종 사원으로 시작된 사찰로, 두륜산의 빼어난 절경 속에 자리해 있다. 사찰 본연의 석가 신앙과 표충사의 호국 신앙을 계승하고 선교 교학 전통의 중심을 이룬 점도 특징이다.
해탈문을 지나면 정면으로 대흥사의 용화당과 관음전, 두륜산이 보인다. 단번에 사찰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비경임을 알 수 있다. 두륜산 정상 부분을 보면 큰 바위들도 있는데, 마치 부처님이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해 부처 바위라고 부른다. 용화당과 일직선으로 보이는 게 가슴 부위, 오른쪽은 얼굴이라고 한다. 큰 종이 있는 범종루와 연못 무염지에도 한 번씩 눈길을 주고 본격적으로 절의 경내를 둘러본다.
해탈문을 지나면 마주하는 풍경
대흥사에서 무척 마음에 든 공간은 대웅보전과 그곳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특별한 나무가 여행자를 반긴다.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 온 느티나무 연리근이다.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서로 만나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라고 하며, 뿌리가 만났을 때 연리근,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라고 부른다. 부모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비유돼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자연의 신비를 확인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금당천을 건너고, 침계루를 지나면 웅장한 대웅보전을 마주하게 된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주불(법당에 모신 부처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부처)로서 중생에게 설법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각이다. 화려한 외관과 수려한 산세가 조화를 이루고, 내부도 영험한 기운이 흐른다. 내부에서는 조선 후기에 조성된 목조불과 1901년에 그린 탱화(부처 등을 그려서 벽에 거는 그림)가 눈에 띈다.
산 속에 안긴 듯한 범종루
침계루와 백설당 사이에 있는 돌계단도 빠트리지 말자. 두륜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금당천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물이 어찌나 맑은지 내 마음마저 비출 수 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표충사(전남기념물 제19호), 대광명전(전남유형문화재 제94호) 등 사찰 곳곳에 문화재가 있어 구석구석 보려면 1~2시간은 족히 필요하다. 절과 자연을 음미하며 거닌 이후에는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여운을 느끼길 권한다.
● 8분 만에 도착한 극락
대흥사를 다녀왔다면 다음 일정은 두륜산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게 해남 여행의 공식이다. 해남이 자랑하는 두륜산을 편하게 만나는 방법이자 풍경 맛집이다. 1.6km 선로를 따라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8분 만에 해발 586m에 있는 상부역사에 도착한다. 산책로를 따라 8~1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해발 638m)까지 닿을 수 있는데, 산책로도 단순한 데크가 아니다. 해남, 완도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백소사나무 군락지를 곁에 둔 길로 걷는 맛이 있다. 초록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고, 곳곳에 배치된 명언들도 우리의 여정을 응원한다.
두륜산 케이블카
전망대에 도착하기 전부터 기대치가 높아진다. 두륜산을 비롯해 해남의 웅장한 산세를 먼저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짧은 등산을 마치면 두륜산 케이블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360도 파노라마로 전남의 다채로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로, 해남은 물론 강진, 완도, 진도, 화창한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망대를 빙글빙글 돌면서 전남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전망대에서 약간 떨어진 고계봉 정상석에서 인증숏을 남기는 것도 해남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 로컬의 맛
보리쌈밥
물레방아의 푸짐한 보리쌈밥
해남 8미는 닭코스 요리, 떡갈비, 삼치회, 황칠오리백숙, 한정식, 생고기, 산채정식 그리고 보리쌈밥으로 구성돼 있다. 맛과 푸짐함을 기준으로 가장 가성비 높은 식사는 보리쌈밥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보리쌈밥을 선보이는 식당 중 일부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해 더 건강한 식탁을 차린다. 보리밥과 함께 싱싱한 채소, 다양한 밑반찬과 나물이 준비된다. 든든함을 채워 주는 고기구이는 덤이다.
취향에 맞는 나물들을 보리밥에 넣고, 고추장 또는 양념장,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근사한 보리비빔밥이 완성된다. 상추, 당귀, 찐 양배추 등을 활용해 쌈을 즐기는 것도 매력이다. 식당마다 자랑하는 반찬이 따로 있는데, 물레방아의 경우 칠게장과 잘 익은 김치, 사장님이 키운 채소가 포인트다. 사장님 포함 직원들의 친절함은 맛을 배가시키는 마법이다. 참고로 보리쌈밥 식당 대부분은 대흥사 인근에 모여 있으니, 사찰 방문 전후로 식사하는 일정을 추천한다.
● 해남의 명품 길을 걷다
국내에는 여러 콘셉트의 도보 여행길이 있는데, 전국을 돌며 하나씩 완주해 가는 맛이 있다. 해남도 예외는 아니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을 주제로 2017년 11월에 개통된 ‘달마고도’가 있다. 이 길은 달마산의 주 능선을 아우르는 17.74km의 둘레길로, 1,300년 고찰 미황사의 옛 12개 암자를 잇는 순례 코스다.
중국 선종을 창시한 달마대사의 법신이 상주한다는 믿음과 더불어 과거 선인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했다고 한다. 미황사에서 출발해 큰바람재와 노지랑골, 몰고리재 등을 지나는데, 출가길부터 수행길, 고행길, 해탈길까지 총 4코스로 구성돼 있다.
달마산의 암봉을 배경으로 둔 미황사 ©김정흠 작가
이 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낫, 곡괭이, 지게 등 순수 인력만으로 길을 내 자연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또 흙길과 돌길로만 조성돼 있어 자연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다. 출발점은 땅끝마을(송지면)에 있는 미황사다. 달마산의 암봉을 병풍으로 두른 아름다운 사찰로, 1코스의 기점이다. 출가길은 미황사에서 큰바람재에 이르는 길로 달마고도의 시작이자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해남의 비경, 도솔봉 ©해남군청
트레킹에 자신 있다면 달마고도와 함께 달마산을 정복하는 것도 괜찮다. 최단 코스로 달마산의 정상을 다녀오고 싶다면 미황사에서 출발해 달마봉(489m), 문바위재를 보고 미황사로 돌아오면 된다. 또 3코스 고행길을 걷다가 도솔암, 도솔봉(418.2m)까지 올라가는 것도 달마산을 즐기는 방법이다. 도솔봉에서 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인데, 해남을 넘어 전라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자연의 선물이다. 참고로 달마고도는 코리아 둘레길 중 서해랑길(1코스)과 남파랑길(90코스)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국토순례의 출발점으로 삼아도 될 만큼 의미 있는 길이다.
달마고도
▷제1코스 출가길
미황사 → 산지습지 → 임도 → 제1너덜 → 제2너덜 → 큰바람재
2.71km, 50분 소요
▷제2코스 수행길
큰바람재 → 관음암터 → 문수암터 → 너덜 → 미라골잔등 → 노지랑골
4.37km, 1시간 50분 소요
▷제3코스 고행길
노지랑골 → 도시랑골 → 13모퉁이길 → 몰고리재
5.63km, 2시간 10분 소요
▷제4코스 해탈길
몰고리재 → 도솔암 갈림길 → 삼나무숲 → 너덜 → 부도전 → 미황사
5.03km, 1시간 40분 소요
● 캠핑카로 즐기는 DIY 해남
해남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해남으로 가는 꿈카’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이을 프로젝트 중 하나인 꿈카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내가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캠핑카형 시티투어다. 합리적인 가격(1박2일 4만4,000원)으로 차를 빌려 해남을 돌아보는 DIY 여행인 셈이다. 주행모드와 캠핑모드가 있는 꿈카를 활용해 여행과 캠핑, 차박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캠핑 장비가 없어도 괜찮다. 침낭, 베개 등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며. 추가 비용을 들이면 취사세트(버너·코펠·주전자 등), 캠핑용 바비큐 그릴, 테이블세트도 활용할 수 있다.
캠핑 고수가 꿈카를 활용하는 방법
시작은 목포역.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KTX나 SRT로 목포역에 도착하면 꿈카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일정을 짤 수 있는데, 1박2일의 경우 첫날은 대흥사-두륜산케이블카-미황사(달마고도 트레킹) 또는 땅끝마을 등을 여행하고 오시아노 캠핑장 일몰로 마무리하면 된다. 두 번째 날에는 아침 일찍 움직여 우수영국민관광지(울돌목 스카이워크·명량해상케이블카·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등)를 보고 오전 11시까지 목포로 돌아가면 빈틈없는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오시아노 해변
오시아노 스테이션에서 즐기는 캠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