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준비
능엄주를 시작하며 아비라카페를 알게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아비라기도를 알게되어 꼭 한번은 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지요.
하지만 워낙 어렵고 힘든 기도라서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개인적으로 힘든사정이 생겼고 발원을 세우고 능엄주 기도를 하였습니다. 회향후 약간의 방황을 하였고 삶의 변화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런 시간이 아비라기도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이번 여름 아비라기도는 주말을 끼고 있었습니다.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카페에서 공지된 서울단체버스를 타기 위해 용강인보살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용강인보살님께 기도방법등 정보를 받고 반드시 기도를 마치고 성취할것이라는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뒤로 이메일로 받은 카페편지를 수시로 읽으며 마음을 정돈하고 각오를 다졌지요. 가족과 직장동료들에게도 소문을 내어 빼도박도 못하게 저를 몰아갔지요. ^^ 또한 108배, 능엄주1독, 장궤합장 15분 아비라진언을 하였습니다. (30분을 하다가 지레 포기해버릴까봐 반으로 시간을 줄였지요 ^^;)
2. 짐챙기기
가지고 갈 것들을 평소 생각나는대로 적어두었다가 전날에 짐을 꾸렸는데요. 어떤 가방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어요. 백련암을 가본적이 없어 등에 매고 걸어가야 하는지 여행용캐리어를 끌고 가도 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단촐하게 짐을 꾸렸습니다.
더운 여름이라서 이것저것 아쉬운게 많았어요. 제가 다시 여름아비라기도에 간다면 챙길 짐을 보여드릴께요. 가방은 여행용 캐리어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긴면손수건 3장(목에 두르고 땀닦는 용), 회색 동방(꼭 고름있는 저고리) 2벌, 속옷4벌, 사탕,카라멜, 칼로리바, 텀블러, 잠자리바지, 티셔츠3장, 치약, 칫솔, 방석에 까는 큰수건(덮는 이불로도 사용), 수건2장, 여행용휴지, 물티슈, 양말4장, 모자, 월남치마(유용)
3. 교통
서울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은 카페에 올라온 자세한 공지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먼저 용강인보살님께 연락을 드리고 당일 아침7시까지 양재역으로 가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행을 떠나시는 다른 차량이 있어서 주의해서 살펴보았지만 확실히 절복을 입으신 보살님들을 따라 가면 됩니다. 지정좌석이므로 용강인보살님께 자리를 여쭤보면 됩니다. 저는 아비라 기도가 처음이라서 초보분들과 같이 앉았습니다.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느라 빈속으로 갔는데요. 김밥과 두유를 나누어 주셔서 정말 꿀맛으로 먹었습니다. 한숨 푹 자고 나니 어느새 경남 합천에 와 있었어요. 자느라 휴게소에서도 내리지 않았답니다. ^^ 해인사 일주문을 지나 백련암 초입에서 하차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작은 봉고차로 갈아타고 백련암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기도자리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보살님들이 서둘러 내리셔서 작은 봉고에 옮겨 타셨어요 저는 초보라서 다행이도 일심화보살님께서 자리를 맡아주셨답니다. 큰짐은 사람들이 다 간후 따로 옮겨지기 때문에 간단한 소지품을 챙겨가시면 됩니다. 돌아올때도 짐을 한군데 모아두면 처사님들이 큰버스에 옮겨주시니 정말 편하답니다. 돌아올때는 고향으로 바로 가야해서 함께 하지못했지만 유쾌한 귀경길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울진이 고향이어서 포항가시는 보살님차를 얻어타고 포항터미널에서 이동하였습니다
4. 생활
절에서 편하게 지낼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곳의 생활도 수행이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각 전각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듯합니다. 제가 지낸 관음전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관음전에 대략150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사람 많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번 기도는 평소보다 참여인원이 줄었다고 하시더라구요. 탈의실은 두군데로 나뉘어져 있고 짐을 보관하는 사물함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하루전날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합니다. 기도할 자리뿐만 아니라 짐을 보관하는 자리도 치열합니다. 몇십년동안 이어진 단체생활인만큼 암묵적 규칙들이 많으므로 꼭 주변 보살님들께 하나하나 물어보아야 합니다. 서울에서 단체로 출발하면 일심화보살님께서 자세히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알려주십니다.
이렇게 하루전날 가서 자리를 맡고, 해인사와 다른 암자들을 참배하고, 생활적응을 하는게 좋습니다.
기도하는 자리에서 밥먹고 잠도 자니 분명 생활도 수행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무척이나 더운 날이라 1품이 끝나고 20분씩 휴식시간이 날때마다 땀에 흔건히 젖은 동방저고리를 밖에서 말렸야 합니다. 안그러면 쉰내가 나거든요. 저는 동방1벌을 가지고 가서 좀 불편했습니다. 여름에는 적어도 2벌은 있어야 번갈아 입으며 옷을 말릴 수 있습니다. 땀이 엄~청 나거든요. 저녁공양후 예불전에 씻기를 마치고, 예불이 끝나면 잠자리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자리에 누워야 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니 신속히 움직여야 합니다. 나의 행동이 다른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센스있게 대중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겨울 아비라는 특히나 사람이 많아서 잠깐 자리를 비우면 잘자리가 금새 없어진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공양시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밥, 반찬등을 운반해오고 설겆이는 앉은 자리 첫번째 행부터 차례로 당번을 맡습니다.
5. 기도
첫날
일심화 보살님이 마련해 주신대로 방석밑에 이불을 깔고(이불도 비치되어있어요.) 폭신하게 자리를 준비하였어요.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으로 첫날 1품이 시작되었습니다. 장궤합장으로 골반이 내려앉는거 같은 고통이 있었어요. 도리어 무릎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요. 미리 15분씩 연습해서인지 얼마쯤 시간이 흘렀나 시계를 보면 15분 지나더라구요 ^^ 30분지나면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며 앞으로 쓰러집니다. 그래도 뻣뻣해진 무릎을 간신히 펴고 삼배하고 나면 금세 풀어지는 것이 신기하지요. 점심공양후에는 너무 졸려서 혼났습니다. 되도록 아침, 점심공양은 적게 드세요. 오후 중간에 간식이 나오니 조금씩 드시는게 좋아요. 수마를 이겨내는 고통은 정말 괴로웠어요.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잠은 참아야 되니 두눈에 힘 빡주고 오만인상을 엄청 쓰고 아비라를 외쳤어요. ^^; 수마는 점심전후로 4일내내 꼭 한번씩 오더라구요.. 무릎이 아파도, 골반과 허리가 아파도 잠은 쏟아지니 미칠지경이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첫날 다섯품을 하였는데 골반이 정말 아팠지만 그래도 견디고 참을만 했어요.
두번째날
새벽 2시반에 기상하고 준비하여 새벽 3시부터 예불과 함께 기도가 시작됩니다. 제대로 잠을 못잔 상태라서 몸이 정말 무거웠어요. 8품을 하였는데요 4일동안 제일 힘들었던 날은 이날이었어요. 몸의 고통과 업장의 참회를 맞바꾸고 있다고 망상하며 견뎠습니다. 나의 고통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정도는 견뎌낼 수 있다고, 부처님 제발 저의 발원을 들어주세요라고 마음으로 외쳤지요. 이날은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주저앉고 싶은 것을 간신히 견디고 있었죠. 골반은 두두둑하는 소리를 끝으로 더이상 아프지 않았어요 이것도 신기했지요.
세번째날
여전히 새벽기도는 힘들었습니다. 두번째날처럼 무릎이 아픈것은 덜했어요 아비라기도도 힘차고 집중력있게 했던거 같습니다. 평소 힘들었던 기억속의 장면들을 들추어도 가슴이 아프지 않고 덤덤히 받아들여졌습니다. 아비라합창도 큰소리로 남의 소리와 나의 소리를 함께 들으며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5분 남겨두고는 정말... 시간이 느리게 움직여요.^^; 오후시간에는 부처님께 물올리고 향피우는 당번을 신청하였습니다. 처음가시는 분은 꼭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렇게 올리고 나서 한 기도는 더 특별한 느낌을 받습니다. 대체적으로 세번째날은 신명나게 기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날
새벽에 두번하고 아침공양후 한번만 하면 끝납니다.. 옆에 계셨던 마산보살님께서 23품은 기도가 끝났으니 아쉬운 마음으로 하고, 마지막 24품은 다음을 기약하며 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마음을 배워 기도를 드렸습니다. 24품이 끝나고 함께 기도를 끝낸 도반들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 기도잘하고있다고 계속 칭찬해주신 마산보살님의 격려 덕분에 더 열심히 신나게 기도를 하였습니다. 앞에서 한번의 흐트림없이 여법하게 기도를 드리시는 울산보살님들을 보며 주저앉고 싶어도 꾹 참고 버티며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함께 공양하며 늘 좋은 말씀해주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움을 주신 포항보살님들,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시고 의지가 되어 주신 신입동기 보살님들과 부천보살님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나 몇번을 감사드려도 부족할 일심화보살님께 감사드려요. 그 무더운 곳에서 조금이나마 시원한 자리를 맡아주시려고 애써주셨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돌보아주셨어요. 감사 또 감사드려요. ^^ 24품 끝나면 사시예불도 하고 대청소도 합니다. 법명, 원상, 화두를 신청하면 기도가 끝나고 받을수있습니다.
6.일상으로 돌아와서
아비라기도를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참 묘한 기운이 마음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세상속에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비라의 여운이 점점 옅어지는거 같아 너무 아쉽고 그립습니다.
이제 일과(108배와 능엄주1독)를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에 꾸준히 수행하여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음번 아비라기도에 동행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감동입니다.
맘 깊숙히 꼭 같이 동참하고픈 맘이 듭니다.
내년 이맘때쯤 저두 감동의 후기를 적어보기를 희망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후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9월 세째주 삼천배도
참가하시길 기원합니다. ()
언젠가 삼천배도 참가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을 해두어야겠습니다. ^^
너무 자세히 기도후기를 올려주셨습니다, 아비라기도 처음 할때가 생각납니다 ,마지막 5분이 정말 대단하지요
ㅎㅎㅎㅎㅎㅎ 수고많으셨습니다 , 아비라 기도 꾸준히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_()()()_
묘한 기도입니다. 또 가고프네요^^
저도 함께할 그날을 발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할 그날을 저도 발원할께요
첫번째 아비라기도 회향을 축하드립니다~^^()()()
한가지 제가 하면서 나름의 터득방법은 시계를 안보고 그냥 화두를 받으셨다면 화두에 집중해보시면 시간이 놀랍게도 빨리 지나가요~몸의 고통은 그대로지만 어쨌든 집중된 느낌이 더 크고 시간이 훌쩍가서 반가운 죽비소리가 아쉽게 느껴질때도 있다는거에요.. 저도 이번 아비라를 하면서 새롭게 느낀점이에요..그전에는 화두를 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아무튼 아비라를 하면서 화두를 들면 화두가 훨씬 더 간절해지고 아비라도 수월해지고 일석이조의 효과였어요. 다음 아비라때도 그렇게 시도해보려구요~이 방법이 모두에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아비라에 집중할수있는 또하나의 방법이군요 ^^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는 시도를 해보아야겠어요
감동이에요^^ 저도 이번에 관음전에서 했었는데ㅎㅎ
더운 여름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 아비라때도 꼭 뵙길바랄게요~
와~ 같은 전각에 있으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다음에 뵙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