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터 퇴근길에 박꽃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5.9.9 수요일)
차가 쌩쌩 다니는 길가에 피어 있어 꽃 사진 찍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활짝 핀 박꽃의 유혹에 넘어가 결국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말았습니다.
마침 해가 서산으로 막 지려는 순간이라
활짝 핀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초가 지붕 마루에
흰옷 입은 아가씨
부드럽고 수줍어
황혼 속에 웃나니
달빛 아래 흐느끼는
배꽃보다도
가시 속에 해죽이는
장미 보다도
산골짝에 숨어 피는
백합 보다도
부드럽고 수줍어
소리 없이 웃나니
초가집의 황혼을
자늑자늑 씹으며
하나 둘씩 반짝이는
별만 보고 웃나니
이희승 <박꽃>
박꽃은 수꽃과 암꽃 있습니다.
욘석은 암꽃
욘석은 수꽃
얼굴이 하얀 사람한테 박꽃처럼 희다고 하는데 말 되죠? ^^
꽃말 : 기다림
순백의 정결
박꽃을 보면 여는 꽃처럼 화려하거나 눈에 띄게 예쁘지는 않지만 왠지 한국 고유의 민족정서가 느껴집니다,
딱히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굳이 쓰자면 한국적인 미와 눈물, 비애, 애잔함.. 뭐 그런거.. ^^
남들이 모두 잠든 밤에 장독대에 정안수 올려놓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도 연상됩니다.
덩굴손은 마치 볼펜 스프링을 잡아 당긴 모습입니다.
박이 야물지게 익어가고 있네요.
화류계의 유혹에 빠져 몇장 사진에 담다보니 어느새 해는 계양산 뒤로 넘어갔네요. ^^
첫댓글 이쁜 박꽃 잘 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예쁘게 봐주셔서.. ^^
박꽃이 초가집의 황혼을 자늑자늑 씹는다...?
(자늑자늑=움직임 따위가 가볍고 부드러우며 차분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
순우리말은 곱씹을수록 박꽃향이 나오네요.
시인들의 언어는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렵습니다. 자늑자늑이 그저 의태어나 의성어인 줄 알았는데..
멋진 표현이었네요.ㅎㅎ
박을 몇년전 키워 따는시기가 아니었는지 속파내고 쌂아 말렸드니
ㅎㅎ 글쎄 터지고 쭈그러 들고 하며 생각과도 다르고
예술작품처럼도 아니고 그래도 쭈그렁 조롱박에 씨앗을 담아 거실에 ~~ㅋㅋㅋ
못생긴 조롱박도 거실에 걸어두면 나름 예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직접 키우신 거니 정감도 더할 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