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입원
(1)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쉬고 있었는데, 친구 녀석이 급한게 아니면 만나자고 연락와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흐르는 성철의 땀을 날려 버렸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잡은 성철은 "일행 한 명이 여기 오기로 했으니 오면 그때 시킬게요.'라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종업원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시원한 물이 담겨있는 물병과 컵 두 개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성철은 물을 따라 갈증난 목마름을 해소시켰다.
지금은 연락두절 된 중학교 친구인 표섭을 통해 알게 된 해석이었다. 호기심으로 성철,표섭,해석은 부모님이 명절 날 내려가셔서 안 계신 틈을 타 표석네 집에서 술을 마셨다. 표섭은 아버지께서 친척들과 모이면 술 한잔 씩 하셨고, 혼자서도 술을 즐기신 애주가였다. 그래서 표섭네 집에는 마른 안주와 술이 떨어진 날이 없을 정도였다.
표섭은 망설임도 없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여러종류의 술과 함께 다용도실에 마른 안주가 보였다. 작은 상 위에 그것들을 올려놓고 해석의 도움을 받으며 거실로 가 세 명은 자리에 앉았다. 어른들이 회식때 나오는 구호를 외치며 마시는 장면을 그들도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캔맥주를 따 마시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술을 마셔본 그들은 인상을 찌뿌리며 마셔대더니 세 번 더 마시자 적응이 된 듯 그들의 구겨진 인상도 펴졌다.
그런데 그들은 알까? 술은 뒤늦게 취한다는 사실을..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그들 셋은 500ml 캔맥주 두 캔의 절반을 비우다 하나둘 씩 쓰러졌다. 표섭의 부모님이 깨워서야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났을 때 표섭 부모님께 호되게 혼나는 것도 모자라 그들 셋을 곤욕스럽게 만든 건 숙취였다. 속이 뒤집어질 듯 울렁거림과 구토를 연발해서야 술에 대한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술은 마시지 않고 지내다가 고3 수험시험을 마치고 나서야 표섭네 아버지로부터 우리는 술 마시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생각났는지 성철은 쓴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키가 큰 한 남자가 다가와 그가 앉아있는 상을 두들겼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은 성철은 해석을 보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해석 또한 반가운 얼굴로 성철을 맞이했다.
"이게 얼마 만이야?"
"그러게. 우리 안 본지 한 5년은 되가나?"
"그런가? 어쨌든 반갑다. 얼른 앉아."
그들은 자리에 앉아 종업원을 불러 1000cc와 함께 모듬 소시지와 얼큰한 국물이 인상적인 어묵탕을 시켰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입원하기 전 세면도구, 옷과 속옷, 읽을 책 두권과 핸드폰, 물병을 가지고 대한병원 입원수속을 밟고 6인실인 504호 안으로 들어갔다. 다닥다닥 침대가 놓여져 있어서 그런지 덥기도 했고, 답답함이 들었지만, 다행히 창가에 2주동안 묵을 침대에서 집에서 가져온 짐들을 개인옷장에다 정리정돈을 했다. 정리정돈을 끝마친 후, 환자복을 갈아입은 나는 간호사가 와 혈압과 열을 재 보더니, 점심먹고나서 두시간 후, 소변검사한다고 받아달라고 말해주고 오후 4시 쯤에 1층으로 내려가서 CT촬영할 때 비슷한 기계에 근골격이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러 내려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원래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엄마에게 피곤할 테니 이만 집에가라고 말한 후, 피곤하다며 영양사가 깨울 때까지 점심시간까지 잠을 잤다.
*
하연은 5일제만 일해서 주말에는 늦게까지 늦잠을 자다 일어나니 점심이 다가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자 엄마가 점심을 차려놓고 가셨는지 식탁보에 둘러싸인 채 반찬과 국그릇과 밥그릇이 놓여있었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밥을 푸고, 미역국을 푼 다음에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다 먹고 설거지를 끝마친 하연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 민지에게 카톡을 보냈다.
"민지야, 오늘 즐거운 주말인데 나랑 만날래? 오랜만에 쇼핑도 하고 그러자."
민지한테서 온 카톡으로 인해 하연의 두 눈의 동공이 커져 세번이나 읽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카톡을 보냈다.
"입원이라니? 어디 아파?"
"응. 최근에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정밀검사 받으러 입원하게 되었어. 아직 병명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 정밀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
지."
"그래. 오늘 내가 병문안 갈까?"
"오늘 말고 다음 주에 와."
"알았어. 검사 잘 받고, 다음주에 시간내서라도 꼭 갈게."
알겠다는 민지의 답변에 하연은 이틀 전, 민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약간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아파보이는 것 같았다. '민지가 힘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헤어져서 쉬게 해주는 건데.'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연은 푹푹찌는 바깥 날씨로 인해 나가겠다는 마음을 접고,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영화를 다운 받아 보기로 하고 컴퓨터를 켰다.
*
해석과 성철은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난 너가 결혼해서 4살 딸을 둔 아빠인 줄 몰랐다. 결혼식 때 나를 부르지 그랬냐?"
"미안. 그 때는 사정이 생겨 너를 부를 수가 없었어."
그 말과 함께 잠깐동안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다시 환한 미소를 하며 술잔을 들었다. 성철도 술잔을 들어 짠!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히며 남은 술을 비워냈다. 눈치가 빠른 성철은 해석의 표정을 봤지만,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약간은 서운한 마음은 들었다.
"성철아, 넌 언제 결혼할 거야?"
"글쎄. 마음에 두고있는 여자가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
"몇 살인데?"
"30살이야."
"우리랑 2살 차이밖에 안나네."
"그렇지."
"네가 생각해봤을 때 괜찮으면 적극적으로 다가가봐."
해석이의 말에 성철은 쑥쓰러운지 아니면 별로 마음에 없는 것인지 묘한 미소와 함께 술을 따라 마셨다.
*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고등학교 때 실험했던 실험관에 소변이 든 걸 간호사에게 건네주고 1층으로 내려가 근골격 검사하러 내려갔다. 기다림과 검사 20분을 끝으로 하루일과는 그렇게 지나갔다.
(2)
입원하고 두번째의 하루는 빠르게 시간은 흘러갔다. 손과 발에 전기와 바늘로 충격을 줬을 때 신경이 반응하는지에 대한 근전도 검사와 저녘에 목과 허리에 대한 MRI를 찍었다. 40분동안 촬영한 MRI는 지루하고 넘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MRI를 받고 오는데 너무 힘들어 식은땀이 머리부터 종아리 부분까지 흠뻑 젖었다. 내 표정이 안 좋았는지 괜찮냐고 검사실 선생님이 물어봤으니깐. 근전도 검사에서 어떤 사람은 전기와 바늘로 충격줬을 때 무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마지막 검사하는 날까지 생소한 섬유근육통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보니 두통, 복통, 시력저하, 찢어질 듯한 통증, 관절마다 욱씬거림, 불면증과 심한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을 포함한 52가지 증상과 함께 3개월이 지나면 만성통증으로 봐야 된다는 말도 있었다. 어떤 정보는 불치병으로 나오기도 했고, 어떤 정보는 굼벵이처럼 더디게 낫는다는 글을 읽었다. 심지어 자신이 일한 직종을 바꿔야 될 정도로 일상생활에 고통을 주는 복합적인 질병인 게 확실해졌다. 이런 글만 날마다 찾아봐서 그런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고, 우울함이 덩달아 생기는 것 같아 더는 찾아보지 않았다. 추측만 할 뿐, 아직 확실히 섬유근육통이라고 진단 받지는 않았으니깐.
*
해석은 딸이 좋아하는 라바인형을 사들고 부모님 집으로 갔다. 대학시절 때, 건축공학과인 해석과 유아교육과의 5:5 미팅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까지 했지만, 작년에 서로의 성격차이로 인해 이혼을 했다. 아내의 양육권 포기로 인해 부모님이 해석의 딸을 돌봐주고 있었다. 해석만 따로 나가 중소기업인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고 있지만, 남자 혼자서 한창 커가는 4살의 딸을 돌봐주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곳도 아니었다. 항상 부모님 집에 일주일에 두 번은 찾아갈 때마다 늘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예전 해석은 신혼초기 때 남다른 포부와 꿈도 있었는데...
"아빠!"
라는 말과 함께 제일 먼저 아장거리며 달려오는 작고 귀여운 어린 딸에게 선물 줄 것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으며 안아 올렸다.
"왔니?"
"네."
"저녁 안 먹었으면 부엌으로 오렴."
"알겠어요."
딸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내려놓았다. 그리고 노란색인 라바를 건네줬다. 딸은 신났는지 방방 뛰기 시작했다. 엄마가 딸에게 주의를 시키는 모습을 보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간호사가 나를 부르며 1층으로 내려가 보라고 했다. 나를 담당한 주치의가 면담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1층으로 가정의학과로 가 간호사에게 내 이름을 말하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에 진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는 순간에도 어느 때보다도 더 긴장된 순간이었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병원 안에서의 내용이 마음을 씁쓸하게 하네요^^;;; 다음 편 기다릴게요~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irjjon님의 다음편 소설도 넘 기다리고 있어요.^^
뒤늦어 버렸지만 잘 읽었어요
읽으면서 그저 맘이 먹먹하네요.
병원생활이라는게 사람 참 메마르게 만드는데 말이죠.
담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원생활은 사람을 무료하게 만든것 같아요. 다음편도 열심히 써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