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nbetterlife(클리앙)
2023-11-02 22:27:54 수정일 : 2023-11-02 2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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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 제출 후기>
내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광고를 볼 때마다 페친이신 이미혜 선생이 신고하고 밑에다 이것은 가짜라는 댓글을 다신다는 글을 보았다. 이 도둑 광고는 오늘도 페북에 돌아다닌다.
그 글을 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지 3주가 지난 지금까지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험담을 간단히 정리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시시콜콜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이로서는 좀 신기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분당경찰서에 갔다. 민원실 한 구석에 사이버범죄 신고센터를 알루미늄 샛시와 불투명 유리로 만든 공간에 따로 차려놓고 있었다. 그만큼 피해자가 하도 많이 찾아오니 아예 전담 창구를 만든 것이리라. 그날도 나보다 먼저 찾아온 이가 두세명 있었고, 내 뒤로도 두어명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앳되보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둘다 제복 차림도 아니고 명찰도 안 달고 있어서 무슨 직책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안쪽에 앉는 사람이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다. 간단히 설명하니 뭘 컴퓨터에서 한참 검색하고 열심히 입력하는 것 같더니 일단 밖에 나가서 기다렸다가 자기 옆 사람이 부르면 돌아와 얘기 하란다.
한참 후 두번째 사람이 불러 들어가니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다시 설명하려자니 약간 한심해서 아니 그걸 다시 설명하란 말이냐고 했다. 그럴 거면 무엇하러 아까 그 사람은 그렇게 뭘 찾고 입력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 정도만 했다. 그러자 이 사람은 도리어 눈을 약간 부라리고 목에 힘을 주면서 자기에게 설명한 것이 아니지 않느냔다. 이들과 시비를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다시 설명했다. 이런 꼴 안 보려고 사람들이 변호사를 쓰는 것이겠지.
다듣고 나서 그이가 말하길,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에선 온라인에서 남의 이름을 사칭할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단다.
할 수 있는 것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뿐이니 그러고 싶으면 고소장을 작성해 사이버범죄 수사대로 다시 오라고 했다. 주식투자를 가르쳐주겠다고 광고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불법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건 사이버 범죄가 아니어서 자기 소관이 아니란다. 그러니까, 불법 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그 자의 죄를 형사법 체계에 따라 내가 분류해서 각각 다른 창구에 신고하란 말이 되겠다.
고소장은 어떻게 쓰냐고 물으니 대검 홈페이지에 가면 고소장 형식이 있단다. 덧붙여 말하기를 고소장을 쓸 때 첨부 증거로 스크린 샷을 그냥 찍지 말고 광고의 URL이 드러나게 한 스크린 샷을 프린트로 첨부하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핸드폰의 페북 앱에서 실연 해보니 URL이 안 나왔다. 그러자 그가 말하길 URL은 PC에서 검색할 때만 나온단다. 페북에 떠 있는 가짜광고를 보여주면서 당신이 지금 검색해서 프린트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경찰서 프린터는 외부에 접속하면 안 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나왔다.
집에 돌아와 맥북 컴퓨터의 웹브라우저 사파리로 페이스북에 들어가 찾아보니 URL이 나오지 않았다. 아, 이게 맥북에선 안되는 건가 싶어 다음 날 윈도우를 쓰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사파리에선 안 되고 크롬에선 된단다. 나는 여전히 왜 URL을 피해자가 직접 찾아서 갖다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틀 후 고소장을 만들어 사이버수사팀에게 가니 그날 나에게 명예훼손죄로 고소장을 써오라고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이 경찰관은 신고센터에 앉아 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근무 중일 때 명찰을 달지 않아도 되는 때가 따로 있나 싶었지만 그걸 묻지는 않았다. 고소장을 훝어 보더니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 고발 부분은 내 펜으로 줄을 쳐 지워달라고 했다. 명예훼손의 피해자로서 고소를 하는 것이니 고발은 따로 하라는 것이다. 나는 경찰이 범죄를 알려주기만 하면 퍼뜩 나서서 수사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경찰은 범죄 피해자가 고소장을 정성스레 잘 만들어 제출해야만 수사하는 건가가 궁금해지기는 했다.
고소장을 제출한지 딱 일주일이 지나 이 사건을 맡은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충조사를 해야 하니 다시 나와 달라거 했다. 고소장에 쓰인 것 이상으로 내가 아는 것도 없고 덧붙일 것도 없는데 무엇을 보충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전화로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그래도 나와 달란다. 이번 주와 다음 주 중 언제가 좋으냐고 묻기에 이번 주에 가능하다고 하니 다시 한번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다음 주에 나와달란다. 지금 현재도 가짜광고가 계속 돌아다니고 있지만 경찰은 전혀 서두르고 싶은 기색이 없다. 그래, 피해자가 나만 있는게 아니니 바쁘겠지.
그 다음 주 경찰서에 갔다. 고소장을 제출한지 딱 2주만이었다. 담당자는 30대 초반의 착한 회사원 같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것 저것 묻기는 했으나 예상한대로 실제적인 질문은 없었고 그냥 자기들 사무 처리 상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그이는 내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래, 나 아직 정신이 말짱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 다음, 고소인인 나의 현재 직업을 알고 싶어했다. 그게 왜 중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빈칸으로 되어있으면 안되는 건가 싶어 내색하지 않았다. 그 다음, 범행을 저지른 사람을 잡으면 처벌을 원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최대한 표정을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렇다고 했다. 기껏 고소장을 만들어 간 사람이 아무렴 그 사람 얼굴이 궁금해서 그랬을까 묻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잠시 후 보충 조사가 다 끝났으니 돌아가라고 하면서 담당 경찰은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페이스북은 이 가짜 광고를 실으면서 돈을 받았으니 그 회사가 누구에게 돈을 받았는지를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페이스북이 외국회사여서 "협조"가 잘 안 된단다. 아니, 대한민국 경찰이 언제부터 수사를 할 때 기업의 협조를 받아서 하느냐, 당신들이 잘 하는 압수수색을 하면 되지 않으냐고 하니 약간 싱거운 농담을 들은 것 처럼 씩 웃었다. 페이스북에게 신원을 도용당한 본인인 내가 신고 했는데 자기들 규약에 어긋나지 않으니 지우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니 그것 자체를 수사할 생각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다시 한번 씩 웃었다.
그게 다였다. 가짜 광고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9월 말, 내가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10월 중순, 그러고 나서 지금 3주가 지났지만 가짜 광고는 여전하다.
몇가지 시사점. 첫째, 페북은 가짜 광고로 여전히 돈을 벌고 있다. 둘째, 방통위가 나섰다는 말은 말짱 헛소리다. 늘 그렇듯, 공무원은 일하는 척 하는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셋째, 이 광고가 지금도 계속 돌아다니는 걸 걸 보면 나름 먹히나 보다. 넷째, 지금도 이것이 무슨 일이냐고 알려오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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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은 홍범도 장군 관련 글은 검열하면서
왜 가짜광고는 방치할까요.
출처 :https://www.facebook.com/100004002022881/posts/pfbid0DGRXsYHqE5PcQ4ef7L3efJ8ySKyZRLq2KVoM
첫댓글 댓글 중---
스빈
국내 기업은 잘만 때리면서 외국 기업에게는 설설 기는 꼴이 우습긴 하네요. 주진형씨 같이 인지도가 있는 분에게도 저러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얼마나 성의 없이 사건을 수사할까요.
이젠정말로봇뿐이야
사실 이거는 페이스북을 처벌하든지 고발하든지 제제하든지 해야 된다고 봅니다.
소위 정치적 논란이 있는 게시물들 조지는 속도를 보면 그딴 사칭 막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그냥 놔두는게 이득이니까 저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