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에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 중 일부입니다.
대형 무기도입사업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차기전투기사업(FX)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차기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선후보들의 경우 차기전투기사업(FX)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일각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금융 민영화나 KTX 민영화는 다음 정부로 넘겨도 된다. 하지만 차기전투기사업(FX)은 다르다.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기종결정 타이밍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과 공군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을 중단하라는 것은 잘못이다. 다음 정부는 차기전투기사업(FX) 안 할 건가. 어차피 다음 정부도 기종 선정 문제를 놓고 공군과 방위사업청이 실무를 담당한다.
대선후보들, 정당, 국방위원회가 할 일은 차기전투기사업(FX)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등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공군과 방위사업청은 절차를 최대한 진행하되 만일 대통령 선거 때까지 종료되지 않으면 그 결과를 인수위에 넘기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차기전투기사업(FX)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것이다.
기종 선정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이루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방위사업청과 공군이 최선을 다해 사업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라는게 내 뜻이다.
국방위원회도 차기전투기 사업(FX)을 계속 살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차기전투기사업(FX)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국방위원회도 잘못한 것이 된다. 앞으로도 국방위원회에서 예산결산,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계속 살필 것이다. 다만 국방위원회가 차기전투기사업(FX)의 잘잘못을 따지는데 필요한 정보가 (행정부에서)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업 배점표도 구체적인 부분은 군사기밀이라며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검증을 하려면 뭘 알아야 검증할 게 아닌가.
대형공격헬기 사업(AH-X)과 해상작전헬기 사업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형공격헬기 사업은 18대 국방위원회에서 논의가 많이 되었던 사항이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사업을 다음 정부로 넘기느냐가 아니라 대형공격헬기를 운용할 육군이 어느 기종을 선호한다고 하면 왜 그 기종이 좋은지, 그 기종을 도입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구입조건이 어떤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해상작전헬기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형전투기 사업(KFX)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위 보라매사업이라고 불리는 한국형전투기 사업(KFX)에 대해 저는 18대 국회에서 소수의견이지만 의문을 많이 제기했다.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도 수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한국형전투기(KFX)가 과연 수출이 되겠는가, F-16+급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가, 국내개발이 해외구매보다 공군의 전투력과 경제성 측면에서 더 좋은 선택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지금 탐색개발이 진행 중인데, 탐색개발이 끝나면 지난 2년간의 탐색개발 결과를 토대로 올 연말에 체계개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형 무기도입사업이 해외 구매로 진행되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소외감이 크다. 국내 개발 무기에 대해서는 원가 보상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방산업체 차원의 연구개발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국내 방위산업의 진흥에 대한 복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저는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이 투 트랙(Two-Track)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군사력의 동원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 무기 구입 문제도 걸려 있다. 그게 대형 무기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준다. 자주국방은 1970년대부터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며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덕분에 K-9자주포, K-11 복합소총, K-2전차, 수리온 헬기, T-50 고등훈련기 등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단계까지 왔다.
자주국방을 하려면 자주적인 방위산업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방위산업을 수출산업화 하고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 저는 장병들의 생존력과 전투력을 증강시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기의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기 도입과정에서 해외구매냐 국내개발이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이지 수출이나 산업화는 2순위라고 생각한다.
대신 무기 도입 시 국내 개발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하여 방산업체가 R&D나 시설투자 확충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양산 과정에서의 비리는 철저히 차단하되 업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게 보호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방위산업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볼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관계없이 안보는 국정에서 중요한 문제다. 국가안보정책에 있어 대통령 본인의 안보관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어떠한 안보관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 판단에 대단히 실망했다. 국군 통수권자는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잘 관리해 대외적으로 국가를 지키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국가안보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위기상황 발생 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대응에 실패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그런 실패 사례를 보았다. 국가안보에 대한 철학, 위기상황 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평상시에 소홀히 하면 위기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사실 일부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이 국군통수권자가 된다는 게 걱정스럽기도 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영토 수호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본다.
노무현 정권이 예산을 수립한 2003~2008년 국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8.9%인데 이명박 정권의 2009~2012년 국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6%도 안 된다. 다음 대통령은 국방예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야 강력한 군사력을 건설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무기의 가장 큰 목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100% 동감입니다. 수출이나 산업화가 가장 큰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방위산업의 존재 의의는 국가를 수호하는 상비군의 전투준비에 필요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첫째이고, 이 때문에 정부가 방위산업을 진흥하는 것이니까요. 수출이나 산업화는 그 다음 문제라고 봅니다.
좋아요~ 가 필요한 문장이네요.....오래전에 GOP 토론회던가? 아마 청성부대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고성혁씨인가가 방청석 의견을 개진할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장병들에게 가장 큰 복지는 평시도 좋지만 전투에서 내가 살아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가장 큰 복지다. " 이 말에 크게 공감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요즘 한국 방위산업을 다루는 업체나 기관들을 보면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기본을 망각했다고 밖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외부 고객들도 사 갈 수 있겠죠.. 질거 같은 무기를 비싼 돈들여 수입하는 나라는 없다는건 상식으로 치부해도 될 거 같습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니까 그들을 나무라기 전에 ...자격미달(기술,자금,인력등)업체에게 생산을 맡기는 정부기관(방사청, 조달청 등)의 기업체 능력판단과 선정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