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이주 쇼크’와 강남 ‘입주 폭탄’이 내년 서울 전세시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강북에선 극심한 전세난이 우려된다. 재개발 착공이 몰리면서 이주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지역에선 전셋집이 넘쳐나는 역전세난이 예상된다. 새로 입주하는 물량이 급증해서다.
강남구 우성공인 김영호 사장은 “강남에 전세가 남아돌고 전셋값이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강북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강북 이주자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북 대규모 재개발 철거
건설산업연구원·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내년 착공 예정인 재개발구역은 50곳 정도. 이들 지역에서 철거되는 주택은 4만여가구로 추산된다. 강남구 등 강남엔 한곳도 없고 주로 강북지역이다. 올해 재개발로 이주한 8000가구의 4배 가량이다. 이는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사업을 서두르면서 이주시기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북에서 이주 수요를 감당할 주택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 내년 서울에 입주하는 새 아파트는 4만8000가구 정도로 올해보다 70% 늘지만 이주수요가 몰리는 강북지역 입주물량은 2000년 이후 연 평균(2만6000여가구)의 60%인 1만6000여가구에 그친다. 이 중 자금이 많지 않은 이주민들이 주로 원하는 소형(66㎡대 이하)은 전체의 33%인 5300여가구에 불과하다.
성북구 길음동 온누리공인 장명환 사장은 “이주자들이 원래 살던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주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소형 아파트와 다세대 등의 전세난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이주가 많은 지역은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보였다. 길음뉴타운 재개발로 4500가구가 이주한 성북구가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 전체 평균(2.4%)의 2배가 넘는 5.6% 올랐다. 2000가구 가량 움직인 강북구는 7.1% 올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구청에서 착공 전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조절해 이주를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내년 강북권 ‘이주 쇼크(4만여가구)’와 강남권 ‘입주 폭탄( 2만3000여가구)’으로 서울지역
에서 전세대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시영아파트 전경.
|
강남 전세 공급 과잉
내년 서울 입주물량의 절반 가량인 2만3000여가구가 강남구 등 강남권 3개구에 몰려 있다. 올해 입주물량(8100여가구)의 3배에 가깝고 2000년 이후 최대다. 송파구 잠실주공1,2단지와 잠실시영,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 등 3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완공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잇단 입주와 수요 위축에 따른 강남권 전셋값 약세가 내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강남구와 송파구 전셋값은 각각 0.9%, 0.2% 내렸다.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내린 2004년 이후 강남권에서 내림세가 나타나기는 처음이다. 강남권은 줄곧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올해 입주한 송파구 레이크팰리스(2678가구)·트리지움(3693가구), 강남구 대치아이파크(768가구) 등에서 전세물량이 쏟아졌지만 교육수요 감소 등으로 전세 수요는 뚝 떨어졌다.
강남구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기존 집을 팔지 못한 새 아파트 주인들이 전세로 내놓는 물량까지 더해 전셋집은 넘쳐났지만 강남권의 우수한 학교를 찾아오던 수요가 고교 내신 강화 추세로 강남을 꺼린다”고 전했다.
송파구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내년 전셋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특히 중소형에 비해 수요가 적고 전셋값 부담이 큰 중대형 주택이 세입자를 더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주한 주택이 거의 없어 그나마 상승세(2%)를 보여온 서초구도 내년 3410가구의 반포주공3단지 입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재개발 이주=재개발은 20년 이상 된 낡은 단독주택촌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 아파트 공사를 하기 위해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관리처분계획(재개발계획) 인가가 난 뒤 이주·철거와 착공이 진행된다.
정부는 11월 말까지 관리처분을 신청하는 곳은 아파트분양가를 제한하지 않기로 해 재개발조합들이 한꺼번에 사업을 서두르고 있어 이주 수요가 많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강북은 평균 이하, 강남은 급증(예상 가구수) |
구분 |
2000년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2006년 |
2007년 |
2008년 |
강북 |
44,090 |
34,382 |
22,671 |
33,402 |
21,063 |
26,608 |
18,405 |
13,876 |
16,260 |
강남 |
4,271 |
5,740 |
6,620 |
9,718 |
12,388 |
10,084 |
14,332 |
8,109 |
23,160 |
서울 전체 |
75,777 |
60,847 |
51,254 |
76,100 |
60,624 |
52,449 |
47,350 |
28,376 |
47,925 |
※강북은 한강 북쪽 14개구. 강남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3개구. 자료:업계·부동산114 |
지역 |
예상 이주 가구수 |
주요 재개발 사업장 |
중구 |
2300 |
신당동 |
성동구 |
9000 |
왕십리뉴타운·금호동 |
동대문구 |
5900 |
전농·답십리뉴타운 |
성북구 |
1700 |
동소문·종암동 |
강북구 |
1500 |
미아뉴타운 |
은평구 |
4700 |
응암·신사동 |
서대문구 |
6600 |
가재울뉴타운 |
마포구 |
5000 |
아현뉴타운 |
동작구 |
5000 |
흑석뉴타운 |
자료:건설산업연구원·업계 종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