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전/한복선
치과치료를 한 남편을 위해
만든 연하고 향기로운 굴전
음식은 배려 친절이다
어릴 적 굴 안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 너무 맛있다
어머니는 석화
이제야 알겠다
석화石花
돌의 꽃
바닷속 엄마의 젖 향 보드라운 아가의 속살
훗날 내 몸에 배어진 그리움
단단한 껍질 속 나 품고 바위에 꼭 붙어
피어난 어머니
《밥하는 여자》, 에르디아
<시 읽기> 굴전/한복선
이 시를 읽으며 마음으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험한 세상, 모진 풍파를 견디며 단단한 껍질이 된 엄마. 나는 엄마 속으로 파고들어서 엄마가 가진 부드러운 것, 맛있는 것을 파먹고 살았습니다. 좋은 것을 어린 자식들 앞에 내놓았던 엄마느 닞그도 한결 같습니다. 때 맞춰 두릅을 데치고, 꼬막도 마침맞게 데쳐서 상에 올려주셨습니다. 굴이 나는 철에는 굴전에 굴무침, 굴떡국도 끓여주십니다. 그게 무슨 맛인지 몰라서 먹기 싫다고 떼쓰다 야단을 맞고 때로는 먹는 시늉을 하며 위기를 넘기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옛날이야기를 하며 두릅과 꼬막, 굴을 즐겨 먹습니다.
식구라는 건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슬픈 일을 당했을 때 함께 울면서 밥을 먹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함께 웃고 떠들며 밥을 먹습니다. 서로 다른 식성을 가진 사람들도 한 밥상에 마주 앉는 시간이 길어지면, 입맛까지 닮아갑니다.
‘밥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쌓은 정, 이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같이 일을 하는 동료들과도 함께 밥 먹을 일이 많습니다. 밥을 먹으며 공통의 화제를 나누고, 배부름이라는 만족감 속에 밥정을 쌓습니다. 그러면 내 고집을 앞세우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상대방 말에 귀 기울이고, 입장 바꿔 생각하게 됩니다.
밥정, 밥이 지닌 또 하나의 힘입니다.
―정진아 엮음, 『맛있는 시』, 나무생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