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말言의 입
한이나
말 잔등에 올라
처음부터 너무 처지지는 않게
힘을 살과 뼈에 비축해 두었다가, 결정적 순간
앞을 치고 나타나는 눈부심이게
말을 탈 땐 아무 소리 안 들리더군
승패를 염두에 두지 않더군
다만 고요 속
고삐를 움켜쥐고 갈기를 휘날리는 다문 입의 최선
날것의 욕망과 좌절 통속이 난무해도 돌아보지 않기
오직 너와의 호흡에만 집중하기
침도 마르지 않은 거짓말과 뜬소문
귀청 때리는 환호와 야유는 짐짓 모르는 채
그저 눈과 귀와 입을 닫고 살아가는 동안
말馬, 말言의 트랙 경기장 하얀 모래밭길
질주하는 말발굽에 채여 흙먼지 뿌옇게 일어나
어질머리하는 봄, 들여다 보면 눈망울 크고 깊어
마음 녹이는 그런 말 어디 없을까
최후의 날까지 현역을 살며 죽은 시인을 안다
---2026년 애지 봄호에서
말, 즉, 천리마는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황제의 경우에서처럼 천하무적의 상징이며, 그 늠름함과 당당함은 만인들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말馬이 천하무적의 상승장군을 상기시켜 준다면, 말言은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의 최고급의 지혜를 뜻한다고 할 수가 있다.
한이나 시인의 [말馬, 말言의 입]은 문무文武를 겸비한 시인의 노래이며, 시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최후를 장식하겠다는 장인 정신의 극치라고 할 수가 있다. 천하무적의 상승장군은 “말 잔등에 올라// 처음부터 너무 처지지는 않게/ 힘을 살과 뼈에 비축해 두었다가, 결정적 순간/ 앞을 치고 나타나는 눈부심”을 창출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집중, 집중----, “말을 탈 땐 아무 소리”도 듣지 말아야 하고, “승패를 염두에 두지”도 말아야 한다. “다만 고요 속/ 고삐를 움켜쥐고 갈기를 휘날리는 다문 입이 최선”이어야 하고, “날것의 욕망과 좌절 통속이 난무해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오직 너와의 호흡에만 집중”해야 하고, “침도 마르지 않은 거짓말과 뜬소문”도 다 무시해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귀청 때리는 환호와 야유는 짐짓 모르는 채” 해야 하고, “그저 눈과 귀와 입을 닫고 살아가는 동안// 말馬, 말言의 트랙 경기장 하얀 모래밭길”을 전속력으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
천리마는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러나 천리마는 상승장군의 존재 근거이며, 천리마와 황제는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질주하는 말발굽에 채여 흙먼지 뿌옇게 일어나/ 어질머리하는 봄, 들여다 보면 눈망울 크고 깊어/ 마음 녹이는 그런 말”을 얻지 않으면 안 되고, 따라서 문무를 겸비한 시인만이 “최후의 날까지 현역을 살며” 영원한 시인의 월계관을 쓰게 될 것이다.
한이나 시인의 말馬은 천리를 달리고, 그의 말言은 천하무적의 상승장군의 깃발을 꽂는다. 말馬은 말言이 되고, 말은 말이 된다. 살과 뼈를 깎는 듯한 자기 절제와 정진, 목숨을 건 질주와 장렬한 전사----. 황제의 길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하고, 목숨을 건 질주는 그의 숨통을 끊는다.
시인은 영원한 시인이고, 자기 자신이 죽었어도 시인은 영원히 살아 남는다.
최초의 시인이자 최후의 시인의 길----. 이 ‘시인의 길’이 우리 한국어와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을 위해 ‘하얀 모래밭길’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