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형에게,
엊그제 강원도 일원에 내린 눈은 행운입니다.계절적으로도 춘분이지나 4월이
코앞인데 눈이 내리다니요? 팔당대교를 건너며 눈앞에 펼쳐지는 검단산, 예봉
산, 운길산 봉우리는 마치 탄자니아에있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보는 듯 가
슴이 뛰었답니다. 산자락은 벌써 봄을 얘기하는데 봉우리는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으니 말입니다. 그 경치에 취해 차를 멈추고 연실 셔터를 눌러댔지요.
두물머리를 지나 지방 국도를 따라 횡성에 접어드니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
어요. 눈 쌓인 태기산 산기슭을 굽이굽이돌아 대법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지요.
마침 눈을 쓸고 있는 형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어요. 山寺에서 만나서 그랬는
지 3주 전에 가졌던 무거운 저녁식사 자리하곤 전혀다른 기쁨이었습니다.그곳
은 600고지의 산자락 임에도 불구하고 정남향으로 자리하고있어서 봄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고 있었지요.어제 내린 눈으로 태기산 전체는 온통 하얀 동심
의 나라.소나무,잣나무가 많아서 눈을 이고 있는 나무들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
운 동양화였습니다.형이 새롭게 배우고 있다는 우크레레 악기를 반주로 모란동
백을 같이 불렀지요.사계절 아무때 불러도 맛이나는 이제하 시인의 모란동백.
특별히 때마침 눈이 내려줘서 2절 가사에도 있듯이 동백은 벌써 지고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山寺음악회가 따로 없지요.그날 나눈 얘기 중에 형이 구
상하고 있는 CD 작업, 구체적으로 실현을 해 보세요.점심식사 후 눈이 다시 내
리기 시작했지요.형은 산행을 하자고 했지요.중무장 하고 우리는 한발 한발 태
기산 자락을 오르기 시작했지요.능선에 이르니 반대편 횡성 읍내 쪽에서 불어오
는 바람이 내리는 눈과 나무들이 이고있는 눈을 흔들어놓아 앞길을 계속 가로
막았지요.거센 바람과 내리는 눈으로 우리는 산행을 멈추었지요.인증 샷을 하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3월에 한 겨울처럼 눈을 맞다니요?
분명 이는 하늘의 축복입니다.특별히 temple stay 를 하고 있는 형한텐 더더욱
한없는 하늘의 선물입니다.봄을 선물로 받은 것 뿐 만 아니라 다시 돌아 올 겨울
도 받은 것이지요.추사 김정희선생은 장독대에 사발을 받쳐 놓고 봄에 처음 내린
빗물을 받아 그 빗물로 먹을 갈아 친구인 소희스님 한테 편지를 쓰곤 했다지요?
그 소희스님은 봄에 새로 돋아난 차 잎으로 만든 차를 선물했다지요? 서로에게
봄을 선물한 것입니다. 맞아요, 하늘은 형한테 다시 맞게 될 겨울을 생각하라고
하얀 눈을 선물했어요. 저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에서 밝은 노래인
“봄의 꿈”을 선물할게요.“ 나는 꿈에 보았네, 찬란한 봄의 꽃밭을 나는 꿈에 들었
네,푸른 벌판의 새소리를.. 형, 布施房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노트북을 꺼내
슈베르트의 봄의 꿈을 들어봐요~그리고 봄에 피는 갖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
들과 새들이 지저귀는 푸른 들을 생각하며 노래를 들어봐요~이제 세상은 봄이왔
어요,형, 기어이 봄입니다. K형의 快癒를 바라며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