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의 정원 -영주 순흥 기지떡
'백설의 정원'에 '고명 꽃잎' 수놓은 양반가 당당한 대표 음식
‘쌀가루 곱게 반죽하여 시루에 삼베 깔고 조심스럽게 백설의 정원 위로 맨드라미 꽃잎 수놓아 호두랑 밤으로 장식한다.
꿈의 낙원 속에서 자유를 외치는 닭벼슬 모양의 너는 양반가의 당당한 열정으로 변함없이 내려오는
고유의 음식이라. 양과 속에서도 조용히 음식문화 전해줄 너는 올 한가위에도 얌전히 차례상 위에서 입맛 돋울 계관초 꽃말 달았구나’
어느 시인은 ‘기지떡’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희디흰 멥쌀가루 반죽을 ‘백설의 정원’이라 표현하고 맨드라미를 얹은 고명을 ‘꽃잎을 수놓았다’고 읊었다.
예부터 기지떡은 서리꽃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상화떡?상화병(霜花餠)이라고도 하고 양반떡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기품과 쓰임새를 으뜸으로 꼽았다. 특히 안동과 영주를 비롯해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집집마다 여름철 음식으로 인기를 누렸다.
◆전통떡 가운데 유일한 발효떡 ‘기지떡’
우리나라 전통떡 가운데 발효과정을 거치는 떡은 기지떡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기지떡을 술떡이라고도 부른다. 지역에 따라 증편, 기주떡, 술떡, 벙거지떡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이 떡은 멥쌀가루를 막걸리에 반죽해서 부풀어 오르면 대추, 잣, 호박씨, 깨 등을 고명으로 얹어 쪄 낸다. 예전에는 맨드라미 잎을 고명으로 얹기도 했다. 또 기지꽃 잎을 고명으로 얹었기 때문에 기지떡으로 부른다는 말이 있다. 여름과 초가을이 되면 빨강, 노랑,
초록잎으로 화려하게 피는 기지꽃. 실제로는 꽃이 아니라 잎의 빛깔이 고와 꽃으로 불리는 기지꽃은 빨강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고 서
있는 새색시 같이 고와 고명으로 얹었던 것이다.
이 떡은 술로 빚어 여름철에도 쉬지 않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다. 칼로리가 낮고 속을 든든하게 해줘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당하다.
한국 전통음식 조리법을 대표하는 발효 과정을 거친 떡이라 살아있는 유산균 덩어리다. 단순한 계절떡, 의례떡과 달리 기지떡은 건강을
생각하면서도 여름철 오랜 시간 저장이 가능한 조상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스며든 떡으로 품격이 다르다.
◆40년 전통의 장화복 떡마을 ‘순흥 기지떡’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에 있는 40년 전통의 ‘장화복 떡마을’은 현대인들의 웰빙바람을 타고 순흥 기지떡을 산업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순흥 기지떡’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전국 곳곳에서 주문해 맛을 본 기지떡 마니아들의 글들이 빼곡하다. 볼품없는 떡에서 처음 느낀 맛에 감탄했다거나, 어릴 적 고향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술떡의 맛을 더듬어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이곳은 장화복(75) 할머니가 40년째 기지떡을 만들어 오는 곳이다. 장 할머니의 손맛은 영주는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연일 밀려드는 택배 주문으로 분주하다. 이웃마을에 알음알음 팔아오던 이곳 기지떡은 20여년 전 작은아들이 도회지 생활을 청산하고 들어오면서 본격 산업화가 시작됐다.
장 할머니는 “전매청에 다녔던 남편과 안동에서 살다가 퇴직 후에 먹고살려고 친정인 순흥으로 돌아와 무작정 방앗간을 샀던 게 벌써 40년이 지나 버렸다”며 “술로 발효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에다 맛의 비결인 멥쌀, 막걸리, 물 등 배합 비율을 맞출 때까지 상당한 기간을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기지떡은 재료가 황금비율로 적합하게 조합돼야 제맛이 난다. 하얀 멥쌀을 주재료로 막걸리, 소금, 설탕, 물을 비율에 따라 적당하게 섞은 후
따뜻한 곳에서 10시간 정도 발효 과정을 거치면 위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다. 사각 체반에 베보자기를 깔고 반죽에 검정깨와 건포도, 석이버nbsp;
쌀가루 반죽을 부풀려 만들기 때문에 씹는 맛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반죽물을 삭히는 과정에 알코올과 젖산이 생기는데 바로 이것이 기지떡의 고유한 맛과 은은한 향기를 낸다.
◆기지떡의 산업화 ‘1년간 700가마 쌀 사용, 전국 택배’
“아들이 손재주가 좋아 반죽기 등을 직접 만들었어요. 또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설해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기지떡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전국으로 판매하려면 사시사철 생산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순흥기지떡이 전국으로 팔려 나간 것은 몇년 되지 않았다. 작은아들 김주한(49)씨가 2005년 순흥 기지떡 대표를 맡으면서부터다. 가장 먼저 공장 실내온도를 25℃로 일정하게 유지시켜 겨울철에도 떡 반죽이 제대로 가능하도록 했다. 순흥 기지떡은 연간 700여 가마니의 멥쌀을 소비할 정도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최고급 쌀만을 엄선해 재료로 사용한다. 10여년 전부터 생산하고 있는 ‘순흥 인절미’에도 수백 가마니의 지역찹쌀이 소비된다.
장 할머니는 “택배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게 불과 5년쯤인데 이제는 전국에 우리 떡이 안 가는 곳이 없다”며 “택배 물량의 60% 정도가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판매될 정도로 도시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 태화동에는 순흥 기지떡 분점도 영업하고 있다. 새벽부터 쪄낸 기지떡을 차편으로 안동까지 보내면 식기 전에 도착해 안동에서 따끈따끈한 기지떡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첫댓글 어떻게 생겼죠?
일전에 대구에서...
"태산 같으신 그 분" 께서 좋아하신다 하여...
영주에서 직접 가져 온 것을 운 좋게 맛 보았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전혀 물리지 아니하던데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맞습니다..우리고장의 명품 입니다
안동 상주 예천 영주 봉화 쪽에서 즐겨 먹는 명품 떡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