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3. 24 월요일
날씨...창가쪽에 앉은 나라와 현경이가 햇볕이 따갑다고 짜증내기 시작한걸로 봐서 봄이 오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
벌써 24일이다.. 26일까지 제출해야하는 공문을 일주일째 받아들고 손도 못대고 있다.
걱정과 함께 짜증이 앞서는 아침이다.. 습관적으로 일찍 집을 나서기는 하지만,,, 왜 일찍 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하고 싶긴하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다..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 한명 한명의 눈을 마주보고 다정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만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침 자습으로 책읽기를 내 놓고 보니. 영 자습 태도가 좋지 않다..
“내일부터 우리반은 책읽기 없다. 내일부터는 학습지 푼다. 알겠나?”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리고 만다. 홧김에.. ...
학습지 준비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아무튼 협박반.. 짜증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보니 기분이 영 개운하지가 못하다.
더군다나 월요일 일교시 이교시는 미술 전담인 관계로.. 더 찝찝하다...
약속한 일주일이 지나서 오늘 부터는 축구를 해도 된다..
나는 이미 까먹고 있던 약속을 이 녀석들은 용케 기억해낸다..
“선생님 오늘부터 축구해도 되지요? 일주일 지났잖아요. 맞죠?”
“그래 오늘 부터는 해도 좋아. 그런데. 약속 지켜야 한다.. 나가 놀아라~”
“앗싸~” 신나게 뛰어나가는 범호를 보면서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녀석들이 그만 약속을 어기고 말았다.. 종이 치고.. 3분이 지나서 공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온다. 백번이고 이해된다.. 놀다보면 그럴수도 있다. 특히나 우리교실은 운동장이랑 엄청 멀어서. 뛰어온다해도 3분은 족히 걸린다. 분명 종이 치자 마자 뛰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시계보면서 축구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정도면,, 꽤 잘한거다..
이해는 하지만 어쩔수 없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오늘부터 다시 일주일 동안 축구 금지~!!”
생각보다 잔인한 선생님이다 난...
“책준비 안된 사람 앞으로 나와...”
늘 나오던 이정언 김중훈. 김진우가.. 걸어나온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이것들은 선생을 물으로 아나?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화가 났다기 보단..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솔직한 표현이겠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해보고 벌청소도 시켜보지만.. 소용없다....
최선책을 찾을 때까지 정말 그러기 싫지만. 차선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너희들 오늘 남아라. 남아서 청소하고 가..!!!”
맘이 좋지 않다... 그냥 한숨만 푹푹 나오고...... 내가 싫어진다......
우리반 아이들은 정말 청소를 못한다. 요즘엔 집에서 청소같은건 안시키나보다.
빗자루를 들고 쓰는 건지 먼지를 일으키는지..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비를 들고 이곳 저곳 쓸어보지만..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다. 누가 벌받는 건지 모르겠다.
“의자 다 밀어! 창문 열어.! 비질하는 거부터 배워, 그렇게 빗자루를 팍팍 날리면 어떡하노? 먼지만 더 나잖아.. 다 쓸고 그담에 닦아.. 바닥에 물 묻으면. 안 쓸리잖아. 엉?”
“넌 뭐야? 넌 청소 아니야? 집에 가기 싫어?”
그래도 빈둥빈둥.. 으구. 속터져...........
“선생님 언제 끝나요? 다 됐지요? 집에 가도 돼지요?”
이것들이 바보가? 의자도 안 내리고선 다했다고 집에 간단다..
“책상 밑에 봐.. 먼지 보여 안보여? 이래도 다했어? 다시 쓸어~!”
나도 참 어지간히 독하다. 벌써 한 시간째다. 물론 애들이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장난치고 논 것도 있지만.. 이쯤이면. 보내 줄만도 한데....... 다시 줄을 세운다..
“자기 자리에 서.. 너희들은 바보다!! 왠 줄 아나?”
“가서 2반 교실 보고 와..”
“어떻데?”
“더럽던데요~”
헉! 이 시나리오가 아닌데.......^^;;
“2반은 6명이서..15분만에 청소하고 갔고. 너희는 15명이서 1시간째 청소했다. 어떻게 생각 하니? 그러니까 선생님이 니들을 바보라고 하는 거다..”
“보내주지요~ 학원 가야하는데요....... 가믄 안돼요?” 이정언이다.
눈치도 없다. 진지할 때 진지할 줄도 모른다. 끝까지 내가 안보내줘서 한 시간째 이러고 있는거란다.. 저희들 잘못은 모르고 끝까지. 내가 안보내줘서 이렇게 까지 늦게 남은 거란다.
솔직히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다시 혈압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정언만 남고 다 가라..”
어느새 직원 종례시간이다.. 고민이다. 이대로 보내 줘야하나? 종례 끝날 때 까지.. 남겨둬야 하나? 그냥 보내 주기 싫었다.
“남아라. 선생님 올 때 까지.. 기다려라..”
교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하다.. 온통 이정언 생각 뿐이다.
내가 좀 심했나? 학원도 가야한다는데.. 내일 야단치고 오늘은 그냥 보낼걸......
자꾸 후회가 된다..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선생으로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내가 자꾸만 싫어진다.
드디어 회의가 끝나고. 부리나케. 교실로 가려고 하는데. 정언이가. 교무실 앞에서 서서 기다린다. 야단을 쳐야겠다는 생각보다. 정언이가 너무 가엽고.... 안됐다는 생각이 앞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정언아 화 많이 났제? 그만 집에 가라...” 이렇게 돌려 보낸다..
이게 화근이 될줄이야.........
따르릉~
저녁 7시쯤 돼서 전화 벨이 울린다..
“ 김선혜선생님 댁입니까? 예 안녕하세요. 정언이 엄만데요.. 우리 정언이가 오늘 무슨 잘못했습니까? 선생님이 남으라고 해서 남았다던데. 왜 남으라고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네요.. 무슨 일이죠?”
어쩌고 저쩌고.. 사실대로 다 말씀 드리는데. 영.. 이유가 허접하다.. 뭔가 납득이 안되는 모양이다. 뭔가 섭섭하다는 느낌이 전화상으로 느껴진다.
전화를 끊고 보니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언이랑 먼저 통화를 한 후에.. 어머니랑 통화를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일은 명백한 내 실수다..
정언이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참 미안한 일이다.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
벌을 주고 나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날에 해결 했어야 했다.
내일 정언이를 만나서 차근차근 따져봐야 겠다.
그리고 어머니랑 더 깊이 대화를 해봐야겠다.
첫댓글 “오늘부터 다시 일주일 동안 축구 금지~!!” 이말은 내가 군대있을때 우리중대장이 즐겨쓰던말인데 축구하다가 다치면 바로 이말이 나오지^^ 근데 정말짜증나던데 한참 뛰어놀 아이들 스트레스많이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