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기념한다면서 머리채 잡는 종교” 희망원대책위, 명동성당 교황 선출기념미사 중 기습시위 진행 시위 활동가 전원 성당 밖으로 끌려 나와 주교회의 정기총회 중에 벌어진 일… 이후 대응에 관심 쏠려 2017-03-23 최진 xlogos21@catholicpress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대책위) 활동가 30여 명은 22일 오후 6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교황 선출기념미사’에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습시위를 했다.
이들은 기념미사가 봉헌되던 중 성당 가운데 통로에서 ‘천주교는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해결에 나서라’, ‘천주교 운영 시설에서 2년간 129명 사망,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며 사과와 진상규명, 그리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과 성당 관계자, 신부들은 활동가들의 기습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들은 현수막을 뺏고 신체를 제압하며 활동가들을 성당 바깥으로 몰았다. 한 여성 활동가는 신자들에게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혔으며 다른 활동가는 청바지가 무릎 아래까지 찢겼다. 이날 미사는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 중에 봉헌되었으며 제대에는 각 교구 주교들이 서 있었다.
▲ 활동가들은 교황 선출 기념미사가 봉헌되고 있던 명동성당에서 ‘천주교는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해결에 나서라’, ‘천주교 운영 시설에서 2년간 129명 사망,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기습시위를 했다. (사진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미소 활동가는 “희망원에서 사람이 죽고 인권침해와 비리가 일어났는데, 정작 천주교 추기경님과 주교님들은 이 사건을 모르는 것 같아서 이를 알리기 위해 시위를 진행했다”며 “미사를 망칠 수 있다는 죄송함에도 불구하고 약자를 위한다는 천주교이기 때문에 시위를 했는데, 이렇게 절망적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생명과 존엄을 이야기 하는 종교에서 사람을 이렇게 대할 줄은…
미소 활동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시위를 진행하자 1분여 만에 진압 당했다. 나는 뺨을 맞고 머리채가 잡혀 끌려 나왔다. 신자들은 눈에 살기를 띠고 우리를 끌어냈다”라며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이야기하는 종교에서 이렇게 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천주교를 대표해서 주교회의에 참석한 추기경과 주교들은 사회적인 현안을 신경도 안 쓰는가. 희망원을 잘못 운영한 책임이 딴 곳에 있는가
활동가는 “천주교는 희망원에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조차 없는 종교인가. 희망원 사태는 사회에서도 그 심각성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인데, 정작 천주교는 이 문제를 한 교구의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우리가 들은 이야기는 ‘대구교구 문제다’와 ‘어떻게 신성한 미사에서 이럴 수 있느냐’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신부의 묵인 아래 인권유린이 일어났고 수녀가 비리를 저질러 구속이 됐다. 대구교구는 겉으론 모른 척하면서 뒤로는 대형 로펌으로 이들을 지원한다. 천주교(다른 교구)는 대구교구 일이라며 남의 일 보듯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위를 하니, 신자들은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다”라며 “천주교가 사회문제에서는 연대하며 해결에 힘을 쏟는데, 정작 자기 문제는 이렇게 대처 한다”라고 일갈했다.
“수백 명이 죽어간 사건, 웃음이 나올까”
활동가들은 성당 밖으로 끌려 나온 다음에도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답변을 천주교 측에 요구했지만, 성당 관계자는 ‘성스러운 미사 중이다. 끝나고 이야기하라’며 이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미사가 끝난 후에도 교회는 이들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일에도 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며 희망원 사태와 관련해 면담요청서를 전달코자 했지만, 성당 측은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하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당시에도 면담요청서는 관계자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못한 채, 성당 앞 관리소 유리창에 붙여졌었다.
미사가 끝나고 면담요청서를 받아달라고 신부님들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왜 하필 오늘 같은 날이냐’라며 야단쳤다. 김희중 대주교가 주교회의 의장이라고 해서 교구 주차장까지 따라다니며 면담요청서를 받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신부들이 에워싸고 막았다.
또한 “10여 분간 실랑이 끝에 한 신부가 나와서 면담요청서를 받아갔다. ‘언제 답변을 받을 수 있느냐’, ‘신부님 성함이 어떻게 되나’를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안 하고 요청서를 받아갔다”라며 “나중에 다른 신부님을 통해 그 신부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신부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특히 “상황이 이런데도 주교는 우리를 보고 웃으며 도망쳤다. 수백 명의 사람이 종교 시설에서 죽어간 심각한 일인데, 그 종교의 지도자가 어떻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며 “도망치면서 웃고 있는 주교를 보자, 너무 절망적이었다. 희망원 사태를 모르는 것 같아서 알리러 온 것인데,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명동성당과 서울대교구 홍보국 등에 문의했으나, 관련 내용을 모른다거나 담당자가 휴가 중 이라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기념한다면서 머리채 잡는 종교”
임성무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즉위를 기념하며 봉헌하는 미사에서 사람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고 끌어낸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앞서 정중하게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원 문제를 대구교구의 문제라고 피하던 교황대사관이나 주교회의가 이번 사건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 중에 일어난 항의는 한국 교회사 초유의 사건이다. 복음에 서지 않고, 하느님을 속이며 세상의 권력을 이용해 적당히 덮고 가려던 교회의 못된 행태에 하느님이 경종을 울린 일이다. 활동가들은 도구로 쓰였을 뿐, 이 사건은 하느님께서 일으키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충격적이고 눈물 나는 복음 사건이며, 앞으로도 논의될 신학적 연구 과제다.
임 사무국장은 “활동가들은 바티칸으로 가는 것 말고 모든 최고의 수단을 다 사용했다”라며 “조환길 대주교는 (희망원 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덮고 가려다가 결국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도”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23일 천주교 측에 희망원 사태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천주교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주교회의에 발송할 예정이다. 또한, 25일에는 희망원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제를, 30일부터 31일까지 양일간은 대구시청 앞에서 희망원 사태와 관련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한다.
대구시립희망원은 1980년 대구대교구가 대구시로부터 수탁 받아 37년간 운영해온 노숙인·장애인 집단 거주시설이다. 희망원은 지난해부터 다수의 생활인 사망과 인권유린, 성직자 횡령 등 시설운영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희망원 사건을 혐의자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대구대교구는 사건 초기 조환길 대주교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각종 감사에 대한 협조,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희망원 측의 증거인멸 논란과 감사 후 보고서 작성 강요, 그리고 비리 성직자들에 대한 교구의 대형 로펌 지원 등의 정황이 시민단체들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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