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군가의 평판을 묻는 전화를 받는다. 어떤 사람을 채용 또는 위촉할 때,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평판을 조회하는 것이 하나의 절차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그의 강점을 얘기해줄 때는 나의 말에 힘이 실리고 빨라진다. 하지만 부족한 점을 말해달라는 대목에선 무척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나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명백히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정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물어볼 때 내 지인들은 뭐라고 말할지를. 함께 일했던 동료와 상사, 후배들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행동까지 보았다. 외부에 비친 이미지만 흘깃 본 사람들이 아니다. 상황이 좋을 때, 잘 차려 입었을 때만이 아니라 상황이 안 좋을 때 맨 얼굴까지 본 이들, 그래서 우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평판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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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만이 아니라 기업도 평판이 중요하다. 책 「평판이 전부다」에서 저자 김대영은 평판 격차라는 개념을 설명해준다. 기업 평판에서 고객들이 하는 외부평판과 직원들이 매기는 내부평판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격차가 평판 격차다. 어느 쪽이 중요할까? 직원들의 내부평판점수가 외부평판점수보다 높으면 이듬해 매출이 평균 18퍼센트 증가했고, 반대로 고객의 외부평판점수가 내부평판보다 높은 경우 이듬해 매출은 18퍼센트 줄어들었다고 한다. 내부평판은 회사의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는 거다.
그를 입증하는 영국 런던의 두 백화점의 사례가 있다. 슈어 백화점은 건물을 리모델링 해 외관은 멋있어졌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보이는 공간만 신경을 썼을 뿐 직원들의 공간은 더 협소해졌고 이로 인해 직원들은 소외감을 더 크게 느꼈고, 직원들을 언제든 바꾸면 된다는 식의 경영진의 태도도 문제였다. 회사에 애정이 없으니 고객들에게 무관심하고 또 쉽게 그만두었다. 반면 글로리아 백화점은 오래된 건물의 좁은 공간에서 일했지만 직원들이 신명 나게 일하며 매출도 전국 1위였다. 서로 믿고 챙겨주며 일하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에 치중하기 보다 꾸준히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평판과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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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건이나 운전기사 갑질 사건 등 최근에 평판의 극적인 추락을 경험한 기업들이 있다. 국민에게 그렇게나 큰 충격을 준 것은 그것이 한번의 일탈행동이 아니라 늘 그렇게 존재하는 본질의 반영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실체가 그렇게 추한데 온갖 자원을 동원해서 꾸며진 아름답고 완벽한 이미지의 광고를 보면 토 나올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개인도 조직도 진짜 평판을 얻고 싶다면 자신의 기초를 겸손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만났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수용 대표는 “브랜드란 당신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과거에는 작아도 커 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큰 브랜드도 작아 보이게 플레이를 한단다. 큰 회사의 경영자가 올바르지만 뻔한 거대 담론만 얘기해서는 매력이 없다. 자기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를 것 같다. 대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가치관이 분명한 개인이 느껴지는 기업이다. 조직도 마치 한 사람의 스토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