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바른 법으로 돌아오다
1 "아무리 존자는 설교해도 나는 아직 내 주장을 버릴 수 없소. 교살라국 바사닉도 내가 다른 세상도 없고 내세도 없고 선악 업보도 없다고 주장하는 논자며 사상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내가 이제 이 주장을 버리면 사람들은 비웃으며 '파야시는 어리석어, 제 주장을 버리고 믿기 어려운 것을 믿는다'고 할 것이니,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분하고 괴로울 것이오. 나는 내 주장을 굳게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성주는 말했습니다.
"성주여, 그것은 더욱 어리석은 생각이오. 예를 들어 그 뜻을 밝히겠소. 옛적에 큰 상주가 둘이 각각 오백 수레를 거느리고, 먼 나라로 장사를 떠났다 하오. 빈들의 사막지대였소. 앞서 떠난 상인은 길에서, 손에 꽃을 들고 비에 젖은 옷에, 진흙에 빠진 나귀 수레를 끌고 오는 사람을 만나, '이 앞에 풀과 섶과 야채와 물이 있느냐?'고 물었소. '광야에 비가 잘 와서, 물도 있고 풀도, 야채도, 섶나무도 있다'고, 그는 대답했소. 상주는 싣고 간 모든 마초ㆍ야채ㆍ섶ㆍ물을 몇 푼어치 되지 않는 것이라 버리고, 빈 수레를 몰고 앞으로 나아갔소. 하루ㆍ이틀ㆍ사흘ㆍ나흘ㆍ닷새를 가도 풀과 야채와 물은 없었소. 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그곳에서 말과 사람이 다 굶고 목말라 죽고 말았소.
그 다음에 떠난 상인은 길에서, 손에 꽃을 들고 비에 젖은 옷에 진흙에 빠진 나귀 수레를 끌고 오는 사람을 만나, 전방에는 마초와 야채ㆍ물도 있다는 말을 듣고도 '지나가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하여, 마초며 야채ㆍ물ㆍ섶을 단단히 준비하여 싣고 떠났소. 그는 앞으로 하루ㆍ이틀 ㆍ닷새를 갔지만 마초도 물도 없고, 먼저 떠난 오백 수레가 다 참화를 당한 것을 보았소.
성주여, 한 사람의 어리석은 지휘자로 인하여 인ㆍ마 각 오백이 참화를 당하고, 한 사람의 지혜 있는 지휘자로 인하여 오백의 인ㆍ마가 모두 무난히 환난을 통과하고 먼 목적지에 당도하여, 큰 이익을 얻고 안온한 곳에 도달하게 된 것이오.
성주여, 남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믿는 것은 저 상인이 지나가는 사람의 말만 믿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대는 사견을 버리고 긴밤의 고뇌를 받지 않도록 하시오."
2 존자여, 아무리 해도, 이때까지 고집하던 나의 주장은 버릴 수가 없소. 온 세상 사람이 나를 비웃기 때문이오."
"성주여, 옛적에 어떤 돼지 치는 사람이, 먼 곳을 가는 길에, 길가에 많은 마른 똥이 버려진 것을 보고 '이것을 돼지의 사료로 할 것이다.' 하고 윗옷을 벗어 그것을 싸서 머리 위에 이고 갔소. 가는 도중에 소낙비가 쏟아져, 그 이고 가는 거름 싸개에서, 더러운 물이 흘러 온 몸을 적셨소,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놈 미친놈이다, 정신이 돈 놈이다'라고 욕했소. 그러나 이제까지 가지고 오던 것을 도중에 버릴 수 없다 해서 그냥 이고 갔다고 하오.
성주여, 그대가 이때까지 주장하던 사견을 버릴 수 없다 함도 그와 같소. 어서 버리시오, 어서 버리시오."
3 "존자여, 아무리 해도 나는 이때까지 고집하던 나의 주장을 버릴 수 없소. 여러 사람들이 비웃기 때문이오."
"성주여, 어떤 나라가 매우 풍성하여, 모든 것이 흔하기가 물과 같았다 하오. 그 소문을 들은 어떤 나라에서 두 친구가 서로 약속하고, 그 나라에 가서 길가에 내버린 물건을 주워 오기로 하고 떠났다 하오. 그 나라에 들어가서 길가에 내버린 삼을 보고, 두 사람은 그것을 묶어서 한 짐씩 지고 가는데, 또 길가에 삼실을 버린 것을 보고, 한 친구는 '여기 실이 있으니 삼을 버리고 이 실을 지고 가자'고 하고, 한 친구는 '이제껏 지고 오던 삼을 어찌 버리겠느냐'고 그대로 지고 갔소. 한 친구는 삼을 버리고 삼실을 지고 갔소. 또 가다가 길에 삼베를 버린 것을 보고, 실을 지고 오던 친구는 실을 버리고 베로 바꾸어지고 갔소. 그러나 한 친구는 이제껏 지고 오던 것이라 해서, 삼을 그대로 지고 갔소.
이리 해서, 다음엔 모시 길삼거리를 보고 한 친구는 삼베를 버리고 모시로 바꾸어지고, 또 모시실을 보고는 실로 바꾸어지고, 모시베를 보고는 모시베로 바꾸어 졌소. 그래서 다음에는, 철을 보고는 모시를 버리고 철을, 구리쇠를 보고는 철을 버리고 구리쇠를, 은을 보고는 구리쇠를 버리고 은을, 황금을 보고는 은을 버리고 황금으로 바꾸어지고 가는데, 한 친구는 끝까지 삼만을 한 짐 지고 자기 고향에 돌아갔다 하오.
이와 같이, 한 사람은 기껏 삼 한 짐을 지고 오니, 부모와 처자는 기뻐하지 않고 친척ㆍ친구도 기뻐하지 않았소. 그러므로 자기도 기쁠 수가 없었소. 한 친구는 황금을 지고 돌아왔소. 부모도 기뻐하고, 처자도 친척도 친구도 다 기뻐했소. 그러므로 자기도 기뻐했소.
성주여, 성주는 저 끝까지 삼을 지고 가는 사람과 같이 하겠다고 대답하오. 성주여, 어서 그 사견을 버리시오. 어서 버리시오. 긴 밤에 부질없이 고뇌를 받지 않도록 하시오."
4 "존자여, 실로 나는 존자가 최초에 대답하는 비유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만족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신기한 말씀을 더 듣고 싶어서 자꾸 반문하였습니다. 존자여 참으로 감탄하여 마지않습니다. 엎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시고, 가린 것을 벗겨 주시고, 길 잃은 사람에게 길을 보여 주시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밝혀 주심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가지가지 비유로 깨우쳐 주시므로, 나는 이제 사견을 버리고 부처님 구담께 귀의합니다. 그 법에 귀의합니다. 그 교단에 귀의합니다. 존자여, 나는 이제로부터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사오니, 받아 주소서. 존자여, 나는 이제 큰 공양을 베풀고자 합니다. 기꺼이 받아 주소서."
"성주여, 공양하는 것은 좋으나, 소를 죽이고, 산양을 죽이고, 돼지ㆍ닭을 잡거나, 가지가지 생물을 죽이거나, 또는 삿된 견해ㆍ삿된 생각ㆍ삿된 말ㆍ삿된 행동ㆍ삿된 생활ㆍ삿된 정신ㆍ삿된 심념ㆍ삿된 선정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공양을 하여도 큰 공덕이 없는 것이오. 비유컨대, 농부가 봄에 곡식 종자를 풀과 나무가 무성한 황무지에 갈지도 않고 되는 대로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것은 큰 수확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오."
5 그 뒤에 파야시는 불법을 신봉하고 보시를 행해, 사문ㆍ바라문 ㆍ부랑자ㆍ걸인에게 의복 음식을 베풀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썩은 밀ㆍ보리나, 콩 찌꺼기 같은 것으로 죽이나 밀죽을 만들어 주고, 굵고 상하고 낡은 옷들만을 보시했다. 그것도 자기 손수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웃타라라는 동자를 시켜 분배해 주었다. 웃타라는
"이 세상에서는 성주 파야시를 만나, 그 보시하는 일을 맡아 보지만, 다른 세상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원한다."
라고 했다. 파야시는 이 말을 듣고, 웃타라를 불러 어찌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성주는 발로 차버릴 것을 남에게 베풀어 주니, 그것이 어찌 인사가 되느냐?"고 했다. 그 뒤로 파야시는 자기가 먹을 만한 것, 입을 만한 것을 베풀 주었다.
그 뒤 파야시는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의 권속으로 태어났으나, 거친 나무 숲 빈 궁전에 나게 되었고, 파야시가 보시하는 것을 성심으로 맡아 나누어 주던 웃타라는 죽은 뒤에 도리천에 나서, 훌륭한 복락을 누리게 되었다. 그때에 우수 존자는 가끔 낮에 쉴 때에 선정에 들어, 사왕천 파야시 궁전에 나타났다. 파야시 동자는 존자에게 가까이 와서, 경례하고 한쪽에 섰다. 존자는 파야시에게
"그대는 누구인고?"
"인간에 있을 때의 파야시입니다."
"그대는 다른 세상은 없고, 후생도 없고, 선악 업보도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존자여, 나는 그런 주장을 해 왔더니, 그 뒤 구마라가섭 존자의 법을 듣고, 사견을 버리게 되었소."
"그러면 동무여, 그대가 보시할 적에 열심히 나누어 주던 웃타라는 어느 곳에 났는가?"
"존자여, 웃타라는 내가 보시하는 것을 나누어 주는 일을 하였지만, 친히 손으로 공경스럽게 지성으로 아까운 마음이 없이 나누어 주었으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보다 수승한 도리천에 났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으므로 겨우 이곳에 난 것이오. 그러므로 존자는, 인간에 가거든 이 말을 전하되, '보시는 마땅히 친히 손으로 공경스럽게 정성스럽게 아끼는 마음 없이 행해야 그 복이 큰 것이다. 파야시는 그렇지 못하였으므로 사왕천의 거친 나무 숲 빈 궁전에 났다'고 하여 주오."
그때에, 우수 존자는 인간에 내려와 이 말을 전파했다.